세계 메모리 시장은 지금 격변의 한가운데에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DRAM과 NAND 수요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공급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DDR5와 HBM 등 차세대 메모리의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고, 주요 OEM 계약이 내년 상반기까지 묶여 있어 수급 불안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글로벌 메모리 가격은 몇 배까지 급등했고, 이는 PC 시장을 비롯해 산업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무기로 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용 메모리 분야에서 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어페이서(Apacer)는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1997년 대만에서 설립된 어페이서는 현재 전 세계 600여 명의 직원과 2천여 고객사를 보유하며, SSD와 DRAM을 중심으로 티어 1 서플라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의 실적을 넘어섰으며, 향후 BTC 시장 개척을 위해 서린씨앤아이와 협업을 재개하며 한국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저스틴 왕 (Justin Wang) 어페이서 아태지역 세일즈 매니저를 서린씨앤아이 사무실에서 만나 한국 시장 진출 배경 및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태왕 서린씨앤아이 상무 (좌) / 저스틴 왕 (Justin Wang) 어페이서 아태지역 세일즈 매니저 (우)
신뢰할 수 있는 티어 1 제조사로 거듭난 '어페이서'
어페이서(Apacer Technology Inc.)는 1997년 대만에 본사를 두고 설립된 기업이다. 25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모듈과 플래시 메모리 카드, SSD 등 다양한 저장장치 제품을 개발하며 메모리와 스토리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글로벌 PC 브랜드를 비롯해 ATM 제조사와 서버 기업 등 까다로운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군용 수준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품질은 어페이서를 티어 1 서플라이어로 인정받게 한 핵심 요인이다.

글로벌 제조업과 반도체 분야에서 티어 1 (Tier 1)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협력업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완성품 제조사(OEM)와 직접 연결된 공급업체로 핵심 부품과 모듈을 납품하며 제품 품질과 생산 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참고로 대형 기업의 공급망은 수천 개의 협력업체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고객과의 거리에 따라 티어 1과 티어 2, 티어 3 등으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티어 1은 OEM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활동하며, 공급망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대단히 높다.

어페이서는 티어 1 제조사로써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과 OEM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초기 개발 단계부터 품질 관리와 공급망 안정성을 함께 책임진다는 점에서 여느 제조사와 차별성을 가진다.
반도체와 메모리 산업에서 어페이서와 같은 기업이 티어 1 서플라이어로 인정받는 것은 단순한 납품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성과 기술력을 갖춘 전략적 동반자임을 의미한다.

현재 어페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DRAM과 SSD 제품군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으며, 산업용에서 컨슈머 및 게이밍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어페이서의 뿌리는 산업용 메모리라는 점에서 더욱 신뢰할 만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산업용 시장은 검수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군용 제품을 납품할 정도로 안정성과 내구성, 신뢰성을 확보한 어페이서는 이러한 기술력을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도 적용해왔다.

아울러 어페이서는 독일 최대 ATM 제조사에 대규모 제품을 납품하며 내구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ATM 기계는 내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로, 아무 기업이나 진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미주 시장에서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동남아와 중동, 특히 카자흐스탄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저스틴 왕 (Justin Wang) 어페이서 아태지역 세일즈 매니저는 "산업용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어페이서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군용 제품에 적용되는 내구성과 신뢰성을 일반 제품에도 반영해,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단순히 하드웨어에 머무르지 않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며, 산업용에서 프로페셔널, 그리고 컨슈머와 게이밍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제품과 모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지속 가능한 기술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SSD와 DRAM으로 한국 시장 공략 강화
어페이서의 주력은 DRAM과 SSD 제품군이다. 그 중에서도 DDR5 제품군은 높은 안정성과 호환성,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ㄷ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선보인 NOX DDR5 제품군을 대표적인 모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게재된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대안, 화려한 컴백 'Apacer DDR5-6000 CL38 NOX RGB BLACK' 기사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NOX 제품군은 세련된 디자인에 RGB LED 조명 효과까지 갖춰 튜닝PC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성능 및 안정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RGB LED 바가 탑재된 제품을 비롯해 논 RGB 제품 등 다양하게 출시돼 선택이 폭이 넓고, 로우 프로파일 방식의 제품 또한 호환성도 뛰어나 다양한 시스템에 사용될 수 있다.
아울러 ASUS의 TUF 모델에 최적화된 TUF 라인업도 출시될 예정이며, 과거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었던 고사양 라인업 '자닥(ZADAK)' 또한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SD 역시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된다. 그 중에서도 1TB 용량의 'APACER AS2280Q4X'는 비록 PCIe 4.0 인터페이스의 제품이지만, 별도의 그리핀 방열판을 제공해 일반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그리핀 소재 방열판은 발열 억제 효과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부착도 간편하다는 점에서 사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인보드 호환성을 고려해 기본 부착이 아닌 별도 구성품으로 제공된다는 점 또한 사용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PS5에 최적화된 PCIe 4.0 인터페이스의 'Q4U'과 'Q4X' 제품군도 눈길을 끈다. 방열판이 일체형으로 제공돼 안정성과 쿨링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최대 8TB까지 지원한다. 보급형 Q4X 역시 5000MB/s 속도를 구현하며, 별도의 그리핀 방열판을 제공한다. 이밖에 NAS에 최적화된 PB4480-R과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방수 기능 탑재 AS714도 준비 중이다.

엔트리 시장을 겨냥한 PCIe 3.0 제품군 4종은 가성비가 강점이다. SATA 기반 2.5인치 및 M.2 제품도 총 6종이 준비돼 있으며, 이 가운데 350X와 280X가 주력 모델로 꼽힌다.

저스틴 왕 어페이서 아태지역 세일즈 매니저는 "DDR5와 SSD 제품군은 단순히 성능 향상에 그치지 않고, 안정성과 호환성, 그리고 사용자 편의성을 동시에 고려해 설계했다. 특히 그래핀 방열판과 로우 프로파일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실제 사용 환경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 재도전 "서린씨앤아이와 새 역사 만들어낼 것"
어페이서는 컨슈머 시장에서의 브랜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서린씨앤아이와 협업을 결정했다. 앞서 언급했듯 어페이서는 과거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출시했던 제품군이 PC 유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기는 했으나, 판매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아쉽게도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국내 유저들의 입맛에 맞춰 라인업을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성능 및 안정성 등 여러 면에서 한층 개선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전보다 더욱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저스틴 왕 매니저는 “한국은 메모리 시장의 원조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다. 한국 시장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서린씨앤아이는 브랜딩과 유통에 강점을 가진 파트너로 함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린씨앤아이는 국내에서 메모리와 스토리지 분야의 전문 유통사로,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을 갖춘 파트너다. 어페이서는 서린과의 협업을 통해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페이서는 2026년을 목표로 소비자들에게 퍼포먼스, 서비스, 품질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게이밍 시장을 겨냥한 고성능 SSD와 RGB 메모리 라인업은 향후 어페이서의 성장을 이끌 핵심 제품군으로 꼽힌다. 동시에 산업용 DNA를 기반으로 한 안정성과 내구성은 기업 고객과 프로페셔널 시장에서의 신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당분간 공급난과 가격 변동이라는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안정성과 신뢰성을 무기로 한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어페이서는 산업용 DNA에서 출발해 군용 수준의 내구성과 검증된 품질을 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확장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시장 재진입은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어페이서가 내세운 '퍼포먼스, 서비스, 품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그리고 불안정한 글로벌 시장 속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끝으로 김태왕 서린씨앤아이 상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내 시장에 재진입한 어페이서의 행보는 단순한 시장 진입이나 제품 출시를 넘어선다. 불안정한 글로벌 메모리 시장 속에서 신뢰성이라는 확고한 무기를 앞세워, 산업용에서 게이밍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제품군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서린씨앤아이도 차별화된 서비스와 적극적인 마케팅,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어페이서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홍진욱 기자/honga@media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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