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깨끗하다고 믿었던 수소가 생산 방식과 관리에 따라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궁극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여겨져왔던 수소(H₂)가 생산 방식과 관리 방식에 따라서는 기후 변화에 오히려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차 등 일부 완성차 업체가 내세우는 수소 전기차(FCEV)가 화석 연료 기반의 이른바 ‘그레이 수소’에 의존해서는 친환경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지속가능성 연구진과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가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간 증가한 대기 중 수소 배출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연구는 수소는 이산화탄소나 메탄처럼 직접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화학 반응을 교란함으로써 기후 시스템에 예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메탄 증폭 효과’다. 대기 중에는 메탄을 분해하는 일종의 자연 정화 물질(수산화 라디칼, OH)이 존재하는데 수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이 물질이 소모된다. 그 결과 메탄은 더 오래 대기에 머물며 온실 효과를 지속한다.
연구진은 이런 간접 효과를 고려할 경우 수소는 배출 이후 2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약 37배 빠르게 온난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소는 깨끗한 연료’라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소 증가의 상당 부분이 인간 활동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화석연료 사용, 농업, 매립지에서 배출된 메탄이 대기 중에서 분해되며 수소로 전환되고 산업용 수소 생산 과정과 저장·운송 과정에서의 누출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수소는 분자 크기가 매우 작아 배관이나 저장 설비의 미세한 틈새를 통해 쉽게 새어 나간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수소 사용이 늘어날수록 누출 관리가 허술하면 오히려 기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연구진은 산업혁명 이후 증가한 대기 중 수소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약 0.02℃ 상승했다고 추정했다. 수치만 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프랑스와 같은 산업 국가의 누적 배출 효과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미 1.5℃ 임계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작은 증가’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이 같은 결과는 수소 전기차를 포함한 수소 모빌리티 전략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수소 전기차는 주행 중 물만 배출하는 무공해 차량이지만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가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고 누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후 측면의 장점은 크게 퇴색된다.
‘수소차=친환경’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려면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 수소 전환과 함께 생산·저장·운송 전 과정에서의 누출 최소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수소는 기후 해법이 될 수도 있지만 관리에 실패할 경우 또 다른 기후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 경제의 성패는 차량 기술 그 자체보다 수소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얼마나 정교하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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