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란의 화살표'로 불리는 자동차 계기판의 주유구 위치 표시는 한 엔지니어가 자신이 겪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착안한 것이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포드 엔지니어 '짐 모이란(Jim Moylan)'은 어느 날 주유소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주유구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알지 못해 주유기 반대편에 차를 세운 것이다. 오랜 시간 줄을 서 자신의 차례가 되었지만 다시 차량을 돌려세워야 했다.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계기판에 주유구 위치를 표시하면 어떨까.”
모이란은 연료 주입구 위치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연료 게이지 옆에 작은 화살표를 넣는 방안을 보고서 형태로 회사에 제안했다. 포드는 이를 받아들여 1989년형 포드 에스코트(Escort)에 처음 적용했다.
이른바 ‘모이란 화살표’로 불리는 이 표시는 운전자가 주유구가 어느 쪽에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해 줬고 잘못된 방향으로 주유소에 진입해 시간을 낭비하는 불편을 크게 줄였다. 이후 이 아이디어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로 확산되며 사실상의 표준 표시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계기판에는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그중에는 모이란 화살표처럼 운전을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눈꽃 모양의 ‘노면 결빙 경고 표시’다. 외기 온도가 낮아져 도로에 서리나 결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점등되는 표시다. 외기 온도 센서와 차량 안전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도입됐다. 디지털 계기판과 트립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기능 역시 고도화됐고 운전자는 이를 통해 미끄럼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에코(ECO) 인디케이터 또한 운전 습관을 바꾸어 준 계기판 표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연비 향상과 친환경 운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등장한 기능이다. 특정 주행 조건에서 ECO 표시 또는 녹색 인디케이터가 점등된다.
이를 통해 현재 운전이 연료 효율적인 상태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운전자는 가속과 변속 습관을 조정하며 연료 소비와 배출가스를 줄이는 운전 패턴을 학습하게 된다.
또 하나 주목할 장치는 안전띠 미착용 경고 기능이다. 운전석과 동승석, 그리고 일부 차량에서는 뒷좌석까지 좌석 센서와 버클 센서를 통해 착석 여부와 안전띠 착용 상태를 감지하고 미착용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이면 계기판 경고등과 경고음을 통해 착용을 유도한다.
차량의 계기판에 표시되는 각종 경고등은 색상에 따라 의미가 다르기도 하다. 빨강을 차량의 주요 장치에 이상이 있다는 표시로 즉시 검검을 받아야 한다. (오토헤럴드 DB)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 기능은 단순한 알림을 넘어 운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안전벨트 착용률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안전 UX로 평가된다. 특히 충돌 사고 상황에서 중상과 사망 위험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하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차량에서 필수 안전 장비로 자리 잡았다.
조명 장치 점등 상태를 알려 주는 경고등도 운전자의 실수를 줄이는 데 유용한 장치다. 1980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주행을 시작했거나 주차 후 일부 등이 계속 켜져 있을 경우 계기판 표시와 알림을 통해 이를 즉시 인지하게 해주는 고마운 기능이다.
상향등·안개등·자동 헤드라이트 작동 여부까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능은 야간 시야 확보와 주변 차량·보행자와의 인지성을 높여 주행 안전성을 강화하는 보조 장치로 자리 잡았다.
운전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기능 중 하나인 주행가능거리(DTE, Distance to Empty) 표시는 1970~80년대 말 전자식 트립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확산됐다. 특히 1978년 캐딜락 세빌(Cadillac Seville)의 트립 컴퓨터 옵션에서 남은 연료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계산해 표시하는 기능이 적용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졌다.
단순 연료 잔량 표시를 넘어 최근 연비와 연료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더 주행할 수 있는지 예측 정보를 제공해 운전자가 주유 시점과 이동 계획을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계기판에는 타이어 공기압 경고(TPMS), 차간거리·운전자 보조 그래픽, 순간·평균 연비 표시, 도어 개방 경고, 후석 탑승자 감지 경고 등 안전과 효율, 그리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자동차가 첨단화하면서 계기판에 표시되는 기능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차량의 상태를 알려 주는 수준을 넘어 운전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안전과 효율,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아이콘과 경고등이지만 그 안에는 운전 환경을 더 인간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적 고민과 경험적 통찰이 담겨 있다. 이러한 계기판 표시들은 앞으로도 새로운 기능과 함께 계속 확장되며 운전자가 더 안전하고 똑똑하게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조용한 조력자로 남게 될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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