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로부터 시작해 바다로 돌아오는 여정.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 이곳은 삼척.
바다의 영웅을 기억하는 곳
이사부사자공원
한반도 왕조 역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영토로 편입한 신라의 장군, 이사부를 기념해 조성된 가족형 테마공원. 공원 안에는 3층 규모의 그림책 체험 공간 ‘그림책나라’를 비롯해 사계절 썰매를 즐길 수 있는 ‘물썰매장’, 초록빛 대나무숲을 따라 걷는 ‘대나무숲길’이 자리한다.
특히 그림책나라는 23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책을 다양한 소재와 표현 기법으로 풀어내, 관람객이 책과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여름이면 공원은 한층 더 활기를 띤다.
이사부의 항로를 따라 삼척에서 울릉도와 독도로 향하는 ‘항로탐사대’의 출항제를 비롯해 사물놀이, 안전기원제, 국악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항로탐사대는 돛단배와 130톤급 범선인 코리아나호를 타고 풍력만으로 항해하며 옛 항로를 재현한다. 낮에는 전통 의식과 공연으로 흥이 넘치고, 밤에는 야외 공연장에서 별빛 아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우산국부터 독도까지
이사부독도기념관
‘독도는 우리 땅’ 노래 속 주인공, 신라의 장군 이사부. 그는 우산국을 정벌해 울릉도와 독도를 한반도 왕조의 영토로 처음 편입시킨 인물이다. 삼척항 앞에 자리한 이사부독도기념관은 그의 업적을 기리고, 독도 수호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세워졌다. 삼척은 이사부가 함대를 준비하고 출항했던 곳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기념관은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관광안내센터, 이사부관, 독도체험관, 라이브러리 카페로 나뉜다. 한 건물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 공간을 오가며 실내와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건축적 산책’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 관광안내센터에서 이사부관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막돌쌓기 벽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신라시대 수군 기지였던 삼척포진성의 흔적을 보존한 것이다.
전시관 안에서는 삼국시대 신라가 왜 우산국을 정벌해야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 항로를 개척했는지를 영상과 자료를 통해 생생히 만날 수 있다.
삼척의 천년 고찰
천은사
삼척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천은사는 신라 경덕왕 17년(738년)에 창건된 천년 고찰이다. 고려와 조선, 한국전쟁을 거치며 여러 차례 소실과 중건을 반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이승휴가 항몽전쟁 시기 벼슬을 내려놓고 이곳 근처로 내려와 집을 짓고 살았으며, 10년간 공부한 끝에 발해사를 한국사로 처음 기록한 <제왕운기>를 완성했다. 천은사 일대는 2,000년 사적 ‘이승휴 유적지’로 지정됐고, 절로 들어서기 전 일주문 앞에는 그의 뜻을 기리는 상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일주문에서 천은사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세월을 견뎌 온 느티나무 고목들이 늘어서고, 봄이면 오솔길 가득 벚꽃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절 마당에서는 멀리 두타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봄 벚꽃과 가을 단풍이 번갈아 물드는 사계절의 풍경이 여행자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산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들리는 바람과 종소리마저도 천은사의 시간에 천천히 녹아든다.
풍어를 위해
해신당공원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남근숭배 민속이 전해 내려오는 신남마을 인근의 공원, 바로 해신당이다. ‘해신당’이란 바다를 지키는 신을 모신 신당을 뜻하며, 지역마다 모시는 신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이곳에서는 나무로 깎은 남근을 당에 바쳐 어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독특한 풍습이 이어져 왔다.
그 시작은 오랜 전설에서 비롯된다. 옛날 신남마을에 살던 한 처녀가 해초를 채취하러 나갔다가 거센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자,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원혼 탓에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부가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날 풍어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남근을 새겨 제사를 지내며 바다의 신에게 풍요를 기원해 왔다.
지금도 매년 정월대보름과 10월 첫 5일이면 해신제와 함께 남근조각경연대회가 열리고, 그때 출품된 조각상 60여 점이 ‘남근조각공원’에 상시 전시된다.
아기자기 옛 어촌
나릿골감성마을
삼척항을 마주한 산동네, 나릿골감성마을은 가파른 언덕 위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촌. 1960~70년대 삼척항이 활기를 띠던 시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어민들이 모여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바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마을 불빛이 등대처럼 어부들을 맞이하던 시절의 정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도 주민의 30%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 담벼락, 텃밭 등이 그때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15년, 삼척시 공무원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마을은 오래된 어촌의 모습을 간직한 채 ‘나릿골감성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생활 공간이자, 어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삼척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산책로는 마을을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코스로, 확 트인 바다 풍경과 골목길 정취를 함께 맛볼 수 있다.
바다를 감싸 안은 산책로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덕산해수욕장과 맹방해수욕장 사이에는 높이 50m의 아담한 덕봉산이 있다. 한때 군사 지역으로 50년 넘게 닿을 수 없던 이곳은 2021년, 여행자에게 처음 개방됐다.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산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로, 총 2가지 코스로 나뉜다. 대나무 숲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A코스(317m)와 해안을 따라 동해의 물빛과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는 B코스(626m). 두 코스를 함께 걷고 싶다면 B코스로 들어가 중간 갈림길에서 A코스로 오르면 된다.
정상에 오르면 넓은 공터와 덕봉산 조형물이 나타나며, 덕산해변과 맹방해변이 양쪽으로 펼쳐지는 장쾌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예전에는 두 해변 사이를 흐르는 천 때문에 걸어서 오갈 수 없었지만, 다리가 놓이면서 어느 쪽에서든 진입이 가능해졌다. 특히 덕산해변 쪽 외나무다리는 아슬아슬한 재미와 함께 인기 포토존으로 꼽힌다.
초록빛 물줄기
무건리 이끼 폭포
삼척 육백산, 깊은 산골짜기에 사진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비경이 숨어 있다. 바로 무건리 이끼 폭포다. 바위 위를 덮은 짙은 초록빛 이끼와 그 위로 비단결처럼 흘러내리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폭포는 상·하단 두 줄기로 나뉘는데, 특히 상단 폭포는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와 깎아지른 협곡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호랑이가 출몰할 정도로 깊은 산속이라, 성장 속도가 느린 이끼가 무성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한다.
폭포 벽 뒤편에는 ‘용소굴’이라 불리는 신비로운 동굴 입구가 숨어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영화감독 봉준호가 영화 <옥자>의 촬영지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폭포 인근에 약 300명의 주민이 살았던 마을이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도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임도가 이어진다.
입구에서 폭포까지는 왕복 약 6km 거리로, 중간에는 1994년까지 운영되던 초등학교 터가 남아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금세 깊은 숲속으로 빛이 사라지니 오후 3시30분 이후에는 입산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이끼를 밟으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폭포 가까이에서는 반드시 발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장미향 가득한 꽃동산
삼척장미공원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미를 보유한 공원. 2013년 문을 연 이곳은 약 8만5,000m2 부지에 218종, 13만 그루, 1,000만 송이의 장미가 피어나는 ‘장미의 왕국’이다.
꽃마다 이름이 붙어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며 배우는 재미도 있다. 사계절 내내 개화하는 품종을 심어 5월부터 11월까지 언제 방문해도 장미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 봄에는 데크길과 자전거길을 따라 벚나무가 줄지어 피어나고, 여름엔 장미가 절정을 이루며 공원을 물들인다. 장미 외에도 교목 18종, 관목 21종, 화초류 15종이 식재돼 있어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변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미부터 아베마리아, 찰스턴, 핑크 퍼퓸 등 희귀 품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매년 5~6월에는 평균 25만명이 찾는 삼척의 대표 꽃축제 ‘장미축제’도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가수 공연, 장미 체험 프로그램, 먹거리 부스 등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삼척터미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건 덤.
바다 위로 날아오르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삼척의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유리빛 하늘길, 삼척해상케이블카. 용화리에서 장호리까지 이어지는 874m 구간을 달리며, 중간에 시야를 가로막는 철탑이 없어 탁 트인 동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과 역 사이의 높이 차이는 약 21m. 케이블카 한 대에는 최대 25명까지 탑승할 수 있고, 운행 시간은 편도 기준 10분 이내다. ‘선샤인(sunshine)’과 ‘선라이즈(sunrise)’ 두 대가 운행되는데 창밖으로는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발아래로는 투명 유리 바닥을 통해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장호항에서는 투명 카누와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해안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한 어촌마을 풍경이 이어진다.
바로 돌아가기 아쉽다면 역 내 휴게소에서 간단한 간식을 즐기거나 전망대에서 바다를 감상해 보자. 특히 장호역에는 음식점과 실감 미디어실, 트릭아트 체험관, 야외 산책길이 마련돼 있어 발길을 붙잡는다.
글·사진 트래비 에디터 강화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