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여름은 눈으로만 담기엔 아깝다. ‘보는’ 알프스에서 ‘뛰어드는’ 알프스로 즐겨야 제맛인 계절이다. 나무들이 숨겨둔 청록빛 호수에 몸을 맡기고, 마테호른을 마주하며 티샷을 날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포츠에 액티비티도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터. 821m 고도 차이를 단숨에 질주하는 ‘킥바이크’와 협곡 사이를 120km로 가로지르는 ‘캐년 스윙’, 루체른 호수 풍광을 바라보며 누리는 강철 미끄럼틀 ‘터보건’ 등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가 스위스의 여름에 존재감을 선명하게 뽐낸다. 일상을 잊고 대자연을 누리는 액티비티 속에서 스위스는 가장 짜릿한 얼굴을 드러낸다.
나무들이 품은 비밀 호수에서
카우마제 수영
해발 1,000m 높이, 나무들이 울창하게 둘러싼 숲속에 청록색 호수 하나가 비밀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이름은 ‘카우마제(Caumasee)’, 길이 625m, 너비 235m의 호수다. 스위스 그라우뷘덴(Graubünden)주 플림스(Flims) 지역의 여름 대표 휴양지다.
숨겨진 듯한 위치 덕분에 여름에도 수온이 최대 24도까지 올라가 쾌적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플림스 산맥의 지하수가 흘러들어 수질도 깨끗하다. 게다가 플림스 발트하우스(Flims Waldhaus)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호수를 무료로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도 편리하다. 휠체어와 유모차도 모두 케이블카로 이동할 수 있는 점은 보너스다.
호수에서의 수영이 위험하지 않을지 걱정될 수 있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야 하는 일명 ‘관리받는 호수’다. 안전요원이 있고, 어린이 풀장, 비치발리볼 경기장, 화장실, 사워실, 탈의실 등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호수 한가운데에는 ‘이슬라(Isla)’라는 작은 섬 하나가 있는데, 스탠드업 패들보드나 페달 보트를 대여해 닿을 수 있다. 수영이나 물 위에서 하는 액티비티를 즐기기 어렵다면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바위 위나 호숫가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근처로 하이킹을 떠나보자.
운영기간: 6~9월
내리막길에서 질주
수네가 킥바이크
821m의 고도를 씽씽 달리며 한 번에 내려오는 기분은 어떨까. 해발 2,288m의 수네가(Sunnegga)에서 시작해 1,620m 체르마트(Zermatt) 마을까지 내려오는 ‘킥바이크(Kickbike)’는 알프스 길을 질주하는 짜릿한 액티비티다.
생김새는 자전거인데 안장 없이 서서 타는 이동 수단으로, 비포장길에 최적화된 킥보드다. 킥바이크를 체험하는 법은 간단하다. 수네가 익스프레스 계곡역(Sunnegga Express Station)에서 헬멧을 포함한 킥바이크를 대여하면 된다. 낙엽송 사이를 지나 투프테렌(Tufteren)과 리드(Ried)를 거쳐 산림을 지그재그길로 통과하면 체르마트 마을에 도착한다. 내리막길을 달려 여행에도 가속도가 붙었다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투프테렌은 스위스 전통 목조 가옥들과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라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그즈음부터는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되어 바람을 가르는 시원한 쾌감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산길은 언제든 비가 내릴 수 있으니 우비 대여를 추천한다. 중간에 배가 고프거나 잠시 쉬었다 가고 싶다면 들를 레스토랑도 여럿 있다. 킥바이크 체험 후 반납은 수네가-로토른 계곡역(Sunnegga–Rothorn Valley Station)에 도착해 진행하면 된다.
운영기간: 6~10월
*9세 이상, 키 135cm 이상부터 체험 가능
협곡 사이로 스윙을 타고
그린델발트 캐년 스윙
누가 그네(swing)라고 했는가. 거인이 휘두르는 골프채 헤드가 된 기분이다. 다행히 골프공과 부딪칠 일은 없다. 단지 협곡 사이를 가로질러 나는 게 전부, 펼쳐지는 풍경은 오로지 양옆의 좁은 협곡과 뤼취네 강(Lütschine)의 푸른 물살뿐이다.
90m 높이의 플랫폼에서 정자세로 낙하하면 약 50m 동안 자유 낙하하며 잠깐의 무중력을 경험한다. 이후 로프가 체험자를 잡아당겨 좁은 협곡 벽 사이로 120km 속도의 스윙이 이루어진다. 아찔하면서도 눈앞의 이 풍경을 다 못 담을까 걱정이다.
역시 카메라를 소지한 채 체험은 불가하지만 전문 가이드들이 사진을 멋지게 촬영해 주니 걱정하지 말자. 모험심 가득한 모습이 담기니 기왕이면 위풍당당하게 점프하는 게 좋을 것. 끝나면 다시 위로 끌어올려져야 하냐고? 다행히 아래로 내려준다. 도착지는 빙하 협곡. 협곡 입장료는 그린델발트 캐년 스윙(Canyon Swing in Grindelwald) 티켓에 포함되어 있어 추가 비용 없이 천천히 관람하면 된다.
캐년 스윙 프로그램의 전체 체험 시간은 이동과 대기 시간까지 포함해서 총 2~3시간 정도. 안전 장비, 교육, 강사 등도 당연히 포함이다. 체험을 원한다면 스위스관광청 공식 웹사이트나 현지 여행 업체, 국내 여행 플랫폼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여름에도 현장의 온도는 낮기에 따뜻하게 입고, 안전을 위해 앞뒤가 막힌 신발을 신고 가자.
운영기간: 4~11월
*14세 이상, 120kg 미만 체험 가능
놀 줄 아는 산
필라투스 산악 액티비티
스위스 정중앙 루체른 호숫가의 뒷동산 ‘필라투스(Pilatus)’는 산악 체험의 성지다. 산악 철도, 하이킹 트레일, 케이블카 등이 산 덕후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여러 체험이 있지만 루체른(Luzern)에 여행 온 액티비티 애호가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액티비티는 ‘터보건(Toboggan)’이다.
쭉 뻗은 강철 미끄럼틀을 달리는 체험인데, 필라투스 중턱 프래크뮌테크(Fräkmüntegg)에 있는 터보건 코스는 1,350m 길이로 스위스에서 가장 긴 코스다. 미끄럼틀이면 브레이크 없이 계속해서 빨라지는 거 아니냐고? 다행히 자유자재로 원하는 속도로 조절할 수 있다. 저멀리 루체른 호수의 풍광과 여유로운 소들을 마주하며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터보건을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프래크뮌테크 어드벤처스(Fräkmüntegg adventures)’다. 가족 단위 여행자부터 스릴을 즐기는 모험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야외 어드벤처 파크로, 10개의 액티비티를 보유하고 있다. 암벽 등반, 균형 잡기, 로프 슬라이드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액티비티는 ‘드래곤 글라이더’. 500m의 길이를 용의 등에 올라탄 듯 하늘을 날며 숲속을 2분 가량 구경할 수 있다.
운영기간: 4~10월
글 남현솔 기자, 사진 스위스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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