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에는 보석 같은 여행지가 많다.
도심을 벗어나 마주한 타이베이의 새 얼굴들이다.
청나라 시대의 화려한 흔적
임가화원
The Lin Family Mansion and Garden
청나라의 화려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임가화원은 과거 대만에서 가장 부호였던 임씨 가문의 저택이다. 전란의 여파로 얼룩덜룩한 흔적이 남았는데, 정부 주도로 건축물을 수리해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국가지정문화재이며, 대만 정원 건축의 진수로 꼽힌다.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문과 창, 그리고 곡선미가 돋보이는 지붕이 정원에 우아함을 덧댄다.
여러 공간 중에서도 손님을 맞이하던 웅장한 내청각(Laiching Hall)과 달을 감상하기 위해 지어진 월파수사(Moon-viewing Terrace)는 놓쳐선 안 될 감상 포인트다. 또 연못, 회랑이 미로처럼 어우러진 정원을 거닐다 보면 마치 고전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흙과 불이 빚어낸 예술 마을
잉거 옛 거리
Yingge Old Street
잉거는 200년 넘게 도자기를 빚어 온 도예의 도시다. 잉거 옛 거리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 건물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과거 가마터로 쓰이던 굴뚝들은 여전히 남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곳은 그릇과 차 도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저렴한 생활 식기부터 장인의 숨결이 깃든 예술품까지 다양한 도자기를 만날 수 있어서 그렇다. 게다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물레를 돌리거나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DIY 체험도 가능하다. 쇼핑과 예술 체험을 마친 뒤에는 거리를 천천히 산책해 보자. 수수하면서도 따뜻한 잉거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늘길 따라 만나는 차의 향기
마오콩 차밭 & 곤돌라
Maokong Tea & Gondola
타이베이와 신베이 경계에 마오콩 곤돌라역이 있다. 타이베이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만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마오콩 곤돌라에 탑승하는 것이다. 총 4.03km 길이를 운행하는 곤돌라는 대만 최장 길이를 자랑하며, 약 30분간 하늘 위를 산책한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을 타면 발아래로 녹음이 펼쳐지고, 타이베이와 신베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곤돌라의 종착역인 마오콩은 대만 유명 차 산지이자, 철관음차(우롱차 품종)의 본고장이다. 전망 좋은 찻집에 앉아 철관음차를 음미하고, 산비탈을 따라 펼쳐지는 차밭을 보면서 한껏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시간이 된다면 녹나무 산책로(Camphor Tree Trail)를 걸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대만의 나이아가라
스펀폭포
Shifen Waterfall
옛 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만의 나이아가라’ 스펀 폭포(Shifen Waterfall)가 있다. 대만에서 가장 큰 폭포로, 물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역경사 지형이라 물줄기가 더 힘차고 역동적으로 쏟아진다.
게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 위로 햇살이 비치면 무지개가 자주 떠올라 ‘무지개 연못’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도 불린다. 여러 각도에서 폭포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으니 시원한 폭포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기운을 만끽해 보자.
소원을 띄우는 기찻길
스펀 옛 거리
Shifen Old Street
천등 날리기의 성지로 알려진 스펀은 기찻길과 상점이 경계 없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원래 일제강점기에 석탄을 운송하기 위해 건설된 역과 철로는 이제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지금은 철로 양옆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철로와 가게 사이를 기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이색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또 스펀 옛 거리(Shifen Old Street)에서는 길거리 음식과 식당, 기념품 상점, 천등 공예품점을 만날 수 있고, 열차가 지나가지 않을 땐 철로 위를 자유롭게 걸으며 기념사진을 남긴다. 천등 날리기도 놓칠 수 없다. 소원을 적은 천등을 하늘로 띄워 보내는 체험으로, 이곳에 온 여행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필수 코스다.
그 시절의 감성
핑시 옛 거리
Pingxi Old Street
핑시는 매년 정월 대보름, 밤하늘을 수놓는 천등 축제가 열리는 지역이다. 특히, 핑시 옛 거리(Pingxi Old Street)는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남녀 주인공이 천등을 날리며 소원을 비는 명장면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스펀이 북적이는 관광지라면, 핑시는 조금 더 소박하고 옛 정취가 짙게 묻어난다. 경사진 언덕을 따라 이어진 길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철교가 핑시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낡은 가옥과 전통 잡화점이 남아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1970~80년대 대만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하다.
탄광촌에서 고양이 천국으로
허우통 고양이마을
Houtong Cat Village
한때 번성했던 탄광 마을이 이제는 귀여운 고양이들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허우통역에서 나오자마자 여행자를 반기는 건 자유롭게 노니는 고양이들이다. 이곳 고양이들은 사람과 호흡하는 게 익숙해서 다가가도 피하지 않고, 손을 내밀면 쉽게 머리를 내어준다.
여행은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도록 설계된 고양이 다리를 건너며 시작되는데, 동쪽에는 광산 박물관 공원(Houtong Coal Mine Ecological Park), 서쪽에는 고양이 벽화, 카페, 식당들이 모여 있다. 참, 재밌는 이력도 있는데,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 5대 고양이 감상 명소’로 선정됐다.
시간을 비추는 거울
산디아링 생태 환경터널
Sandiaoling Eco-friendly Tunnel
37년간 잠들어 있던 옛 철도 터널이 생태와 예술이 결합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산디아링 생태 환경터널(Sandiaoling Eco-friendly Tunnel)은 기존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바닥에 철근 격자판을 깔아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
하이라이트는 터널 입구의 거울 연못이다. 얕게 깔린 물 위로 숲과 터널의 아치가 데칼코마니처럼 비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사와 자연 속을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여행길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