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별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에너지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보여준다.(출처 : EMBER)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보급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에너지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실제 글로벌 석유 소비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단순히 전기를 더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에너지 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에너지 전환 흐름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엠버(Ember)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는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석유 소비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일일 석유 수출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수치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전력 수요는 증가하지만 동시에 석유 수요는 그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엠버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을 에너지 ‘총량’이 아닌 ‘구성’의 변화로 설명한다. 내연기관차는 지속적으로 연료를 수입해야 하지만 전기차는 인프라 구축 이후 태양광, 풍력 등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를 “연료를 계속 구매하는 구조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화는 비용 측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기차 확산으로 중국은 연간 약 280억 달러, 유럽은 약 80억 달러 규모의 석유 수입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 수요 증가에 대한 우려 역시 단순한 비교로 판단하기 어렵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아 동일한 이동을 위해 필요한 총 에너지 사용량 자체가 줄어든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확대가 병행될 경우 전력 수요 증가는 곧바로 화석연료 의존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엠버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75%가 화석연료 수입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전 세계 수입 비용은 연간 약 1600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기차 확산은 단순한 친환경 정책을 넘어 에너지 구조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석유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전력 기반으로 전환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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