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시스템웍스라는 회사 안에서 작은 규모의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특정 수준까지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을 경험하기 위한 첫 발자국이라고 보면 된다. 인디게임 업계에서 불변의 인기를 자랑하는 액션RPG 타이틀, 본인으로서는 '캐슬베니아'에 준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목표였다. 기존에 나와 있는 것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고자 했다.
처음에 구상했던 건 사이드스크롤 건액션이었는데, 방향성을 틀어 만든 것이 현재의 '데이먼 앤 베이비'라고 보면 된다. 슈팅이라는 장르가 정해진 시점에서 악마라는 테마와 총이라는 부분의 조합은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된 부분이다.
위에 이야기한 부분이 우리가 가장 목표로 했던 부분 중 하나다. 아크시스템웍스에는 현재 높은 품질의 대전격투게임을 만들 수 있는 스태프들이 잔뜩 있다. 하지만 젊은 스태프 중 격투게임의 특정 부분에 스페셜리스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있어도 액션RPG 같은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스태프들도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젊은 스태프들이 참가해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캐슬배니아'와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개성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슈팅이라는 요소가 들어갔다. 때문에 처음부터 콘셉트를 확고히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이유를 조금 설명하자면, 인디게임은 내용이 훌륭한데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있다. 같은 게임을 기업이라는 집단에서 만들면, 필요한 인력이나 예산이 훨씬 늘어나서 승부가 안 되는 상품이 나와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사양서나 설계도 작성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빠르게 개발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두었다. 플레이어에게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르 자체가 트윈스틱슈터이긴 하지만 해당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액션퍼즐 요소나 깊이 파고들어 풀어야 하는 미스터리 요소들이 있다. 또한 고수들을 위해 후반부에는 탄막슈팅게임 같은 보스들도 등장하는 등 준비되어 있다.
회사는 본인이 계속 깃발을 들고 '길티기어'를 이끌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앞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때문에 특정 시점에 제가 자진해서 '길티기어'에서는 손을 떼겠다고 얘기한 바가 있다.
애니메이션풍의 그래픽 효과 등에 대해 별도로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아크스러움'을 계승하는 것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구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게임의 그래픽 비주얼에 큰 기대를 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점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유화 셰이더를 적용해 그림책이나 동화의 그림이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시작했었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 환경에서는 60프레임을 유지하기가 조금 어려워져서 그 부분은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감각으로 시작했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에는 여러 회사가 자신만의 IP로 게임을 전개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의 회사들만이 젊은 층에게 인지도를 얻으며 게임을 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게임 업계를 지망하는 젊은 세대들이 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품을 수 있는 곳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이라도 그런 부분에 대응하고 싶었고, 우리 역시 새로운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이곳에 와서 경험을 쌓고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며 내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많이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길티기어'를 만들 때부터 가지고 있던 시각이다. 저는 어떤 타이틀이나 작품을 하더라도 인간이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좋고 아름다운가 하는 이른바 '인간 찬가'를 다룬다. 한 가지의 이상만 정해두고 나아가다 보면 밸런스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균형을 맞춰나가면 더 좋은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악마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 천사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존재라는 설정을 다룰 때도 그런 부분을 의식하며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 나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세계관에 악마와 천사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마가 마구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세계관이다.
원래 게임이 아니라 그림책으로 기획했던 소재였다. 당시에는 마왕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여행 중 인간의 더러운 면들을 접하게 되면 아기의 영혼도 탁해져 마왕 스스로 그런 부분을 고쳐나간다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그림책을 만들 시간이 없어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타이밍에 이를 잘 버무려 녹여냈다.
우리가 지금 아크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 1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등장하는 '길티기어'나 '블레이블루'의 캐릭터들은 단순한 카메오 출연이 아니라, 그 세계관에 존재하는 평행 세계의 인물 혹은 그 캐릭터 자체로 확실하게 고려해서 설정한 부분이다. 데이먼이 다른 게임에 수출될 가능성도 높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구상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출시되는 아크시스템웍스의 게임을 할 때도 이를 재미 요소로 여겨주시면 되겠다.
조금 정정하고 싶은데, 아기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스스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어른으로서 그런 연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약하고 귀여운 존재와 함께 모험을 진행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것이 시스템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가 되어버리면 아기 자체가 싫어질 수 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하여 조정한 결과다.
체험판을 플레이해 주신 분들로부터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고난도로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어도 점차 학습해 나가면 쉽게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해 왔고, 계속해서 쉽게 조정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남아있어서 그런 피드백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을 듣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치이기 때문에 너무나 기쁜 상황이다.
사실 '데이먼 앤 베이비'라는 작품 자체보다는 이 프로젝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게임 개발에 사용한 개발 툴과 엔진을 활용해서 다른 젊은 개발진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거나, 툴을 개선해 넘겨주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좋은 게임들을 내고 많은 인원이 성장할 수 있다면 이것을 성공이라고 본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디게임인데도 엄청나게 잘 팔리는 게임들이 있다. 개발사(아크시스템웍스)가 대형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냐면, 현시점에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게임들을 가지고 점점 더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가능성을 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현역으로 디렉팅을 하고 싶다. 이걸 관두게 돼버리면 저는 아무것도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버릴 것 같다. 계속 현역으로 있고 싶은 입장이다.
우선 '데이먼 앤 베이비'를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이 게임이 출시되었다고 해서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서도 첫 시도인 부분들이 많이 담겨 있으니 이를 첫걸음으로 생각해 주고 앞으로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해 주면 대단히 감사하겠다. 이 게임에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대충 한 것은 아니니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면 좋겠다.
또 아크시스템웍스 키도오카 대표님은 항상 아크시스템웍스가 게임을 통해 세계를 더 풍요롭게 하는 회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이 매우 좋은 꿈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쌓아나가며 실현하려고 하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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