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배경을 직접 여행하는 ‘세트 제팅(Set-jetting)’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관광청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역대 수상작, 후보작과 관련된 명소를 소개했다.
지난 15일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린 가운데, 미국관광청 프레드 딕슨(Fred Dixon) 청장 및 CEO는 “미국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풍경과 도시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영화 콘텐츠를 탄생시켜 온 무대”라며 “최근 미국 방문에 관심 있는 여행객의 약 40%가 영화나 TV에 등장한 촬영지를 방문을 희망하며, 실제 방문객 5명 중 1명은 영화가 여행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미국관광청은 사막과 해변은 물론, 개성 있는 남·중서부 소도시와 상징적인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의 다채로운 촬영지를 엄선했다. 여행지들은 영화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지역 고유의 문화와 풍경을 선물한다.
서부
로스앤젤레스 ‘바비’ & ‘라라랜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햇살 가득한 해안선은 영화 <바비(Barbie)>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해안가를 따라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등 주요 장면이 베니스 비치 보드워크(Venice Beach Boardwalk)에서 촬영됐다. 해변 산책로와 거리 공연이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가 영화에 경쾌한 에너지를 담기게 했다. 이 밖에도 산타모니카(Santa Monica), 센추리 시티(Century City), 롱비치(Long Beach) 등이 촬영지로 활용됐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포함해 총 6개 부문을 수상한 <라라랜드(La La Land)>도 LA에서 촬영됐다. 특히, 댄스 신의 무대가 된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에서는 도시 전경과 할리우드 사인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게다가 LA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심지다. 약 100년간 이어진 시상식은 1929년 할리우드 루스벨트 호텔(Hollywood Roosevelt Hotel)에서 첫 행사를 시작해 지금도 LA에서 개최되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의 돌비 시어터(Dolby Theatre)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영화 팬들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부터 다양한 스튜디오 투어까지, 창작의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유타주 & 애리조나주 ‘노매드랜드’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경계에 자리한 모뉴먼트 밸리 나바호 부족 공원(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은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노매드랜드(Nomadland)>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막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사암 기둥은 자연의 고요함과 웅장을 동시에 전한다.
남부
리치먼드 ‘링컨’
버지니아주 리치먼드(Richmond)는 역사와 영화가 어우러진 도시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 ‘링컨(Lincoln)’은 버지니아 전역에서 53일간 촬영됐으며, 리치먼드의 잘 보존된 건축물과 거리 풍경은 남북전쟁 시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활용됐다. 남북전쟁 유적지와 박물관, 역사 지구를 따라 걸으며 영화 제작진의 발자취와 함께 미국 역사의 현장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서배너 ‘포레스트 검프’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는 역사적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의 대표적인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남우주연상(톰 행크스)을 포함해 총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주인공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치페와 광장(Chippewa Square)에서 촬영됐으며, 현재 벤치는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광장은 여전히 역사 지구의 명소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당기고 있다.
뉴포트 & 노던켄터키 ‘레인 맨’
켄터키주 뉴포트(Newport)와 노던켄터키(Northern Kentucky) 일대는 1998년 아카데미 수상작 <레인 맨(Rain Man)>의 주요 촬영지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출연한 작품으로,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형제의 여정을 그렸다. 영화 속 장면에는 ‘폼필리오스 바 앤 레스토랑(Pompilio’s Bar & Restaurant)’, ‘에버그린 공동묘지(Evergreen Cemetery)’ 등 지역 명소가 생생하게 담겼다.
오스틴 ‘보이후드’
패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보이후드(Boyhood)>는 텍사스주 오스틴(Austin)의 일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 대부분이 오스틴과 인근 지역에서 촬영됐으며, 12년에 걸친 가족의 성장 과정을 통해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들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라이브 음악 공연장과 독립 상점, 산책로와 자전거 코스를 따라 오스틴 특유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중서부
시카고 ‘다크 나이트’ & ‘나 홀로 집에’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와 <나 홀로 집에(Home Alone)>의 주요 배경이다. 다크 나이트는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히스 레저)을 포함해 2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시카고 도심은 영화의 주요 무대인 고담 시티(Gotham City)로 등장했다. 특히, 로워 웨커 드라이브(Lower Wacker Drive) 등 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을 고속 추격 장면의 배경으로 활용했다. 나 홀로 집에는 시카고 교외 지역의 따뜻한 분위기를 담아냈으며, 위네트카(Winnetka) 인근의 실제 촬영지 주택에서는 한적한 미국 마을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이오와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맨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에서는 아이오와주 남부 도시들이 등장했다. 1996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린 영화는 지붕 덮인 다리(Covered Bridges)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일부 장면은 위스콘신주에서 촬영됐다. 중서부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적인 다리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 속 고요하고 서정적인 전원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북동부
필라델피아 ‘록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는 영화 <록키(Rocky)>를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197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3개 부문을 수상한 록키는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계단 장면으로 유명한데, 지금도 도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록키 발보아처럼 계단을 오르고 록키 동상(Rocky Statue) 앞에 서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뉴욕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뉴욕주 뉴욕시는 수많은 아카데미 수상작의 배경이 되어온 도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가 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클래식 뮤지컬을 뉴욕의 거리로 옮겨왔다. 링컨 공연예술센터(Lincoln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등 여러 문화 공간과 어퍼 웨스트 사이드(Upper West Side)를 따라 걸으며 도시의 다채로운 풍경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