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와 철 바퀴의 거친 진동에서 공기압 타이어의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공기’를 채워 넣는 단순한 발상은 자동차를 진정한 이동 수단으로 바꾼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동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기계다.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구조가 단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만 개 안팎의 부품이 필요하다.
이 수많은 부품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혹독한 조건을 견뎌야 한다. 엔진 연소실 부품은 2500도가 넘는 고열과 수십 기압에 달하는 압력을 버텨야 하고 차체 구조는 물론 작은 나사와 볼트까지 비틀림과 하중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강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가장 고된 역할을 하는 부품은 무엇일까. 각기 다른 환경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만 가장 극한의 조건을 묵묵히 견디며 자동차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는 단연 타이어를 꼽을 수 있다.
노면과 맞닿는 유일한 접점, 타이어의 역할
현대차 남양연구소 R&H 성능개발동에서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를 가동하는 모습. 타이어는 가장 혹독한 조건을 견디며 차량 성능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오토헤럴드)
타이어는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지면과 맞닿는 부품이다. 잘 닦인 도로는 물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비와 눈, 얼음, 진흙, 각종 오염물까지 모든 환경을 그대로 받아낸다. 여기에 차량의 무게와 충격, 구동력과 제동력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특히 타이어는 자동차의 질적 성능은 물론 감성 만족도, 즉 승차감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자동차가 아무리 강력한 엔진과 정교한 서스펜션을 갖췄다고 해도 그 모든 성능은 결국 타이어를 통해 노면에 전달되고 운전자에게 체감된다.
오늘날에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초기 자동차의 바퀴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마차의 영향을 받아 목재나 금속 바퀴, 혹은 단단한 고무를 씌운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승차감이었다. 도로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환경에서 나무나 철로 만든 바퀴는 충격을 거의 흡수하지 못했다. 서스펜션이 일부 충격을 완화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당시 자동차는 빠르기 이전에 타기 힘든 기계에 가까웠다.
공기압 타이어의 등장과 승차감 혁명
1890년 존 보이드 던롭의 공기압 타이어 특허 도면과 초기 형태의 타이어. 공기를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는 개념은 자동차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던롭)
이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발명이 바로 '공기압 타이어(Pneumatic Tire)'다. 공기압 타이어는 1888년 스코틀랜드의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이 개발했다. 그는 아들의 자전거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공기를 넣은 타이어를 고안했고, 이는 곧 자동차로 확산됐다.
원리는 단순하다. 타이어 내부의 공기가 완충 역할을 하며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다. 이 변화는 단순한 승차감 개선을 넘어 자동차의 본질을 바꿨다. 차체의 충격 흡수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주행 안정성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제동 성능 향상으로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했고 고속 주행까지 가능하게 하면서 자동차가 비로소 실용적인 이동 수단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모터스포츠부터 산과 들을 누비는 아웃도어 활동까지 오늘날 자동차를 통해 누리는 모든 일상은 공기압 타이어가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타이어 구조 기술의 진화와 성능 혁신
타이어는 끊임없는 기술 발전을 통해 공기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거나 펑크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유지하고, 구름저항을 최소화하는 첨단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공기압 타이어 이후에도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에 사용하는 래디얼 타이어는 내부 코드층을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배열해 강철 벨트로 보강한 구조로 접지력을 높이고 마모를 줄이는 한편 내구성도 좋아졌다.
튜브리스 타이어는 별도의 튜브 없이 타이어와 휠 사이를 밀폐해 공기를 유지하는 구조로 펑크 시에도 공기가 급격히 빠지지 않아 안전성과 정비 편의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런플랫 타이어는 측면(sidewall) 구조를 강화해 공기압이 없는 상태에서도 일정 거리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저저항 타이어는 고무 배합과 구조를 개선해 회전 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구름 저항을 낮춰 연비를 개선시켜 줄 뿐 아니라 전기차에서는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고성능 타이어는 넓은 접지면과 단단한 고무 조성을 통해 접지력을 극대화하고 고속 주행과 코너링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대신 승차감과 내구성에서는 일부 타협이 따른다.
타이어 기술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계절과 지리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타이어는 물론 최근에는 공기를 사용하지 않는 '에어리스 타이어(Airless Tire)'가 개발되고 있다. 펑크 위험이 없고 유지 관리가 쉬운 것이 장점이다.
또한 센서를 내장해 공기압과 마모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스마트 타이어, 전기차 전용 저소음·저저항 타이어 등 새로운 기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성능을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
공기압 타이어는 자동차의 가속, 제동, 조향 성능은 물론 승차감까지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미쉐린)
타이어의 발전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도로 포장 기술의 발전을 촉진했고, 고속 주행이 가능해지면서 엔진과 서스펜션, 차체 구조까지 함께 진화했다. 무엇보다 승차감의 개선은 자동차 대중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불편하고 위험했던 초기 자동차가 누구나 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타이어 기술의 진보가 있었다. 자동차의 성능은 결국 네 개의 타이어를 통해 도로에 전달된다. 가속, 제동, 조향, 승차감까지 모든 요소가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완성된다.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모든 성능은 결국 네 개의 타이어를 통해 완성된다. 2500도의 고열을 견디는 엔진보다, 수십 기압을 버티는 구조보다 더 오랜 시간 혹독한 환경을 감당한다. 자동차를 자동차답게 만든 가장 현실적인 발명은 어쩌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작은 원형 구조물, 공기압 타이어일지도 모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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