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
한겨울이 찾아왔다. 벚꽃이 만발하는 초봄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PC 업계에는 차디찬 겨울 폭풍이 불고 있다는 말이다. 원인은 역시 해도 해도 너무 오른 PC 부품 가격. 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과 중동발 나프타 쇼크,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주요 PC 부품 가격은 단기간에 믿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DDR5 메모리는 1년 전 대비 4배 이상 올랐고 SSD는 2~3배 수준이다. 그래픽카드는 2027년까지 고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시국에 PC 부품을 산다는 게 맞는 선택인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주식이 상한가를 찍고 내려올때 매수하는 시도라고 해야할까? 불가항력적으로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PC 구매의 적기가 아님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모든 부품의 가격이 다 오른 게 아니라는 점이다. 혹독한 메모리 대란의 직격탄을 피했거나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카테고리도 있다. 마치 코로나 시국이 끝난 후 보복 소비가 연이어 벌어졌던 것처럼 코어 부품이 아닌 다른 분야가 오히려 구매 적기라는 분석도 많다. 이번 기사에서는 PC 메모리 대란과 나프타 쇼크 속에서도 굳건히 매력적인 가격을 지키고 있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소개하려 한다. 겨울이 어서 지나길 바라며.
사실상 대란의 무풍지대, PC 케이스

▲ 4월 2주차 가장 많이 조회된 케이스. 잘만 N30 백사십<38,810원>
PC 부품 중 가격 폭등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카테고리를 꼽으라면 단연 PC 케이스다. 케이스의 주재료는 철재와 알루미늄이고 플라스틱은 부재료다. 철재와 알루미늄은 메모리 반도체 대란이나 나프타 쇼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소재들이다. 정밀 반도체 공정이 필요한 CPU·RAM·SSD와 달리, 케이스는 금속 가공과 조립 중심의 단순한 제조 구조를 갖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실제 가격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으로 미들타워 ATX 케이스 평균 가격은 올해 초 6만 5천 원에서 최근 6만 4천 원으로 오히려 소폭 하락한 모습이다. 미니타워 케이스도 3만3천 원에서 3만2천 원으로 내려갔다. 빅타워 케이스는 약 16만 4천 원에서 2만 원 등락폭을 기록하며 오르락내리락하다가 15만 6천 원으로 하락했다. 코어 부품들이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케이스 가격이 보여주는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 2026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darkFlash DS500 RGB (블랙)<36,960원>
케이스 교체는 PC 업그레이드 중에서도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새 케이스 하나로 먼지 쌓인 조립PC를 리프레시할 수 있고, 에어플로우 개선으로 발열 관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케이스는 CPU나 메인보드와 달리 플랫폼이 바뀌어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이다. 지금 사두면 다음 업그레이드 때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 부품값이 부담스러운 지금, 케이스 교체만으로 PC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충분히 유효한 전략이다.
아직 견딜만 하다! 키보드&마우스

▲ AULA F108 유무선 기계식 스카이 블랙 한글 (저소음 바다축)<82,000원>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주변기기도 가격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다만 가파르게 가격이 치솟고 있는 코어 부품에 비하면 인상 폭이 아직 낮은 편이다. 주변기기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이 소비자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다소 있어, 지금 시점이 상대적으로 구매 적기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상 평균가격의 흐름을 보면, 유선 키보드 평균 가격은 올해 초 5만 9천 원에서 최근 7만 2천 원까지 올랐다가 최근엔 4만 4천 원으로 집계되었다. 가성비를 앞세운 독거미 등의 브랜드들이 물량을 크게 풀며 평균 가격 전체가 내려갔고 신학기를 맞아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구형 모델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가 자주 진행되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 로지텍 MX Keys S (정품) (그라파이트)<149,870원>
반면 무선 전용 키보드는 유선과 거의 같은 6만 원에서 7만 7천 원으로 올랐고, 유무선 겸용 제품은 7만 8천 원에서 8만 2천 원으로 안정세를 유지한 모습이다. 아무래도 메모리 반도체와 유가 상승의 영향은 덜 받지만,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내부 배터리와 무선 모듈 등이 원가 구조상 환율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폭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마우스 역시 키보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나와 리서치 판매량 기준 데이터를 보면 유선 마우스 평균 가격은 1월 1주 2만 5천 원에서 최근 2만 6천 원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무선 마우스도 5만 3천 원에서 4만 9천 원으로 오히려 내려갔다. 핵심 부품들이 수십 퍼센트씩 치솟는 상황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라 느껴진다.

▲ ATK VXE R1 SE+ 유무선 브라보텍 (블랙)<25,900원>
눈에 띄는 구간은 이란 전쟁이 발발한 2월 4주다. 유무선 겸용 마우스 평균 가격이 7만 9천 원에서 13만 2천 원으로 66% 가량 급등했다. 환율 불안과 공급망 우려가 동시에 반영되면서 고가 제품군이 먼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빠르게 하락해 4월 1주 기준 8만 5천 원까지 내려왔다. 일시적인 공포 심리가 가격을 끌어올렸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 로지텍 G102 LIGHTSYNC (정품벌크)<20,610원>
가장 가성비가 높은 유선 마우스가 여전히 평균 2만~3만 원대 초반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이 바로 사무용이나 게이밍 입문용으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무선 마우스도 전쟁 직후 일시 급등했던 유무선 겸용 제품군의 가격이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라 한겨울 추위가 엄습한 PC 시장에서 그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카테고리다.
조립보다 오히려 싸다?? 완제품 PC

▲ 삼성전자 데스크탑 Tower DM500THA-AC51B (16GB, M.2 512GB)<1,600,000원>
한때 "직접 조립하면 더 싸다"는 공식이 PC 구매의 정석처럼 통했다. 부품을 하나씩 골라 최저가로 맞추면 완제품보다 저렴하게 고성능 PC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출처 : itworld.com>
IT 전문 매체 ITWorld는 올해 초 "2026년에는 PC를 직접 조립하는 방식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메모리와 SSD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품을 개별 구매해 조립하는 것보다 브랜드 완제품 PC를 사는 것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유는 구조적이다. 레노버·HP·삼성 같은 완제품 PC 제조사들은 메모리 부족 사태에 대비해 부품을 사전에 대량으로 확보해두는 전략을 쓴다. 반면 개인 DIY 빌더는 소량을 소매가로 구입하기 때문에 시장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부품값이 급등할수록 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 HP 오멘 16L TG03-0004KR (32GB, M.2 1TB)<2,749,000원>
이런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그래픽카드 채굴 대란 당시에도 완제품 PC가 그래픽카드 단품 시세와 맞먹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지금 메모리 대란 국면이 그때와 닮아 있다.

▲ 레노버 씽크센터 neo 50q Gen 5 13B9S08900 Win11Pro (16GB, M.2 256GB)<1,019,000원>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완제품이 무조건 조립PC보다 저렴한 건 아니다. 제조사마다, 제품군마다 차이가 있고 완제품 역시 가격 인상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지금 당장 PC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조립 견적과 완제품 가격을 동급 사양 기준으로 직접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번외지만, 의미심장한.. 구형 플랫폼 (AM4+DDR4)

▲ ESSENCORE KLEVV DDR4-3200 CL22 파인인포 (16GB)<185,500원>
DDR5 메모리 가격이 1년 전 대비 4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예상치 못한 흐름이 생겼다. DDR4 기반 구형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신 플랫폼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검증된 구형 시스템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시장도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AM4 소켓 메인보드의 수요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보면 메모리 대란이 일어나기 시작할 무렵인 2025년 9월 이후 AM4 소켓 메인보드의 판매량 점유율이 꾸준하게 증가해, 급기야 2026년 2월에는 35%까지 상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체 판매량이 줄어들었긴 했으나 AM5로 세대교체가 완료된 시점에서는 의외의 역주행이라 느껴지는 행보다.

▲ AMD 라이젠5-4세대 5600 (버미어) (멀티팩 정품)<164,990원>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AM4 플랫폼의 수명이 굉장히 길다는 것이다. 라이젠 3000, 5000 시리즈 CPU와 호환 보드, DDR4 메모리까지 중고 시장 물량도 풍부하고 가격도 안정적이다. 아직 라이젠5 5600 버미어가 현역인 것이 그 증거다. 최신 플랫폼에 비해 성능 상한선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반적인 사무용·가정용 PC로는 여전히 충분한 성능을 낸다. 지금 당장 최고 사양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AM4 플랫폼은 불황기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PC 시장의 봄은 언제 오려나...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
PC 부품 시장은 지금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있다. RAM·SSD·GPU처럼 손대기 어려운 카테고리가 있는 반면, 케이스·주변기기·완제품 PC·구형 플랫폼처럼 아직은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한 카테고리도 있다. 모든 걸 한꺼번에 업그레이드하려 하지 말고, 지금 살 수 있는 것과 기다려야 할 것을 나눠서 접근하는 것이 불황기 PC 소비의 핵심이다. 좋은 타이밍은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다. 시장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온다. 그게 언제까지냐가 문제일 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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