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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쓰촨의 음식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매운 것일까?

    2026.04.15. 18:06:01
    읽음297

    중국 쓰촨의 정수를 찾아 청두로 떠났다.

    쓰촨의 매운맛을 느껴 보고 싶다는 한국인의 객기는, 단순히 얼큰함에 대한 갈망과는 사뭇 달랐다. 펄펄 끓는 시뻘건 훠궈 냄비 속 고추 하나를 집어 들고는, 덥석 입에 넣었을 때다. 넓적한 두 어금니로 그 붉은 정수를 짓이기고 나서 한숨을 크게 들이켜는 순간, 단전으로부터 전율이 올라왔다. 기침이 폭발했다. 혀끝은 베인 듯했고, 입천장과 입술이 두 앞니를 마침 사냥 중인 뱀처럼 힘껏 조여 왔다. 선연한 바늘처럼 얇은 매운맛과 흐르는 콧물보다 나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마침 고추에 딸려 들어온 몇 알의 화자오(花椒)였다. 화자오의 얼얼함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미세한 진동에 가까웠다. 쓰촨 사람들은 이 미묘한 떨림을 설렘이 아니라 ‘마라(麻辣)’라고 부른다. 얼얼(麻, 마)하고도 매운(辣, 라)맛. 문득 궁금해졌다. 쓰촨의 음식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맵고 떨려야만 하는가. 혀가 마비되어도 왜 이곳의 사람들은 검붉은 훠궈 냄비 앞에 삼삼오오 모여드는가.

    쓰촨(四川, 사천)은 중국 서남부에 자리한 성(省)이다. 동쪽으로는 충칭과 맞닿고, 남쪽으로는 운남과 구이저우, 서쪽으로는 티베트 고원, 북쪽으로는 산시와 간쑤로 이어진다. 지도만 놓고 보면 쓰촨의 지형은 거대한 밥그릇처럼 보이는데, 분지 지형이기 때문이다. 쓰촨분지(四川盆地)는 거대한 산맥이 평야를 사방으로 두르고 있는 탓에 ‘촉도난(蜀道難)’이라고도 불린다. 촉도난은 ‘촉으로 가는 길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뜻인데, 그 중심에 ‘청두(成都, 성도)’가 있다. 청두는 쓰촨의 성도다. 삼국시대 당시 유비가 세운 ‘촉한(蜀漢)’의 수도가 바로 이곳이다. 기원전 4세기부터 도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해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도의 지위를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중국의 고도(古都)다. 이후 청두는 한나라에 들어서 ‘촉금(蜀)’이라고 불리는 비단 생산지로 번성했고, 당나라에 들어서는 ‘천부지국(天府之)’이라고도 불렸다. 천부지국은 하늘이 내려준 풍요의 땅이라는 뜻인데, 그 풍요의 근간에는 ‘두장옌(都江堰, 도강언)’이 있다. 두장옌은 기원전 256년, 진나라의 이빙이 설계한 ‘고대 수리 관개 시스템’인데, 강을 가로막지 않고 나누는 방식으로 홍수를 통제해 언제나 물이 풍족했다. 그래서 하늘이 내려준 곡창지대라 불리게 된 것이다. 풍요로운 땅에서의 삶은 늘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청두 사람들은 찻집에 앉아 반나절씩 차를 마시고, 마작을 두며 유유자적 하루를 누린다. 단 이 여유에는 예외가 있다. 시뻘겋게 팔팔 끓는 쓰촨의 식탁.

    쓰촨 요리는 세계적으로 ‘매운 음식’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기후와도 연관이 있다. 쓰촨은 분지이기 때문에 습도가 높고 안개가 잦다. 연중 대부분이 흐린 날씨고, 겨울에는 햇볕이 부족하다. 마침 백옥색 피부를 유지하기 좋은 기후 덕분에 청두에는 미녀가 특히 많다고들 한다. 어쨌든 전통적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이런 기후가 몸에 습기를 쌓이게 만든다고 여겨 왔고, 고추의 매운맛과 화자오의 얼얼함은 바로 그 습기를 몸에서 몰아내기 위한 식재료다. 재미있는 점은 실제로 고추는 명나라 말기 이후 신대륙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작물이다. 그전까지 쓰촨 음식의 매운맛은 주로 산초와 생강 같은 향신료에 의존했다. 고추가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청나라 이후다. 습한 기후 때문에 식재료의 보존이 쉽지 않았던 쓰촨은 소금과 향신료, 강렬하게도 매콤한 양념이 점차 발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쓰촨의 매운맛은 단순히 사람들의 취향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대응책이었던 셈인데, 그 대응이 조금 과해졌을 뿐이다. 물론 쓰촨의 음식이 전부 빨갛지는 않다. 쓰촨 요리는 전통적으로 20여 가지가 넘는 맛의 유형으로 세분화됐다. 마라 외에도 산뜻한 신맛, 은은한 단맛, 간장의 감칠맛, 참기름의 고소함이 주를 이룬다. 고추가 가득한 훠궈 국물에 고기를 10초간 담가 놓고는, 마늘과 참기름, 적식초, 간장, 고수를 섞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 식이다. 의외로 쓰촨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요리로도 유명하다. 돼지의 족을 끓여낸 티화(蹄花, 돼지족탕)의 뽀얀 국물은 훠궈의 붉은 기름과는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 쓰촨 사람들이 매운맛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도 사실이지만, 그들은 동시에 매운맛을 중화하고 조율하는 법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문제는 그 균형점이 대체로 혀가 마비된 다음이라는 것이다.

    나무 꼬치에 꿴 청두의 맛, 촨촨 & 보보지

    청두의 길거리 음식은 대체로 긴 나무 꼬치에 꿰어져 있다. 이건 어김없다. 청두에서 이 문화가 널리 퍼진 이유는 아무래도 꼬치만큼 효율적인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청두는 훠궈의 도시다. 재료를 미리 꼬치에 꽂아 냄비에 집어넣기만 하면 조리가 끝난다. 일종의 청두식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겠다. 꼬치의 개수만 확인하면 되니, 계산도 참 쉽다. 물론 음식은 편의성만으로 사랑받을 수 없다. 쓰촨 요리의 핵심인 마라는 한 번에 크게 먹는 것보다 재료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먹을 때 더 선명히 느껴진다. 그러니까 꼬치는 매운맛을 부각하기 위한 작은 화살이다. 시뻘건 훠궈 국물 정중앙을 겨냥한 화살.

    촨촨(串串)과 보보지(钵钵鸡). 청두를 대표하는 이 두 음식은 같은 꼬치 요리이지만 그 온도감이 확연히 다르다. 촨촨은 거대한 훠궈 냄비가 필수다. 고추기름이 폭력적으로 떠다니는 냄비 안으로 아직 익지 않은 고기와 채소, 각종 내장이 꽂힌 수백 개의 꼬치를 쏟아 붓는다. 주문별로 꼬치의 끝을 고무줄로 묶어 놓기 때문에 각자 선택한 재료가 섞일 일은 없다. 얼추 익었다 싶으면 양푼 가득 건져 하나씩 빼먹는 식. 이 촨촨을 주문할 때 가장 당혹스러운 시간이 꼬치에 꿰어진 재료를 고를 때다. 하나하나 고르려고 보면 재료가 워낙 많아 날을 세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냥 먹을 만하다 싶으면 10개든 20개든, 손에 잡히는 대로 넣는 것이다. 꼬치가 고슴도치처럼 보일 때까지 집어넣어야 그나마 먹는 느낌이 든다. 계산은 식사 후 나온 꼬치의 개수로 결정한다.

    보보지는 이미 한 번 데친 재료를 꼬치에 꿴다. 그리곤 깨를 잔뜩 띄운 차가운 고추기름에 담가 두는 음식이다. 촨촨처럼 모락모락 김 내며 먹는 맛은 없지만, 차가운 재료에 고추기름이 절여졌기 때문에 맵싹한 마라의 향이 또렷한 편이다. 꼬치로 만든 냉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보통 촨촨은 늦은 밤 술안주로 많이 찾고, 보보지는 길거리 간식처럼 즐긴다.

    인민공원에서는 차를 한 번만 따르지 않는다

    청두의 정수는 인민공원에 있다. 인민공원은 청두 최초의 공공 공원인데 1911년, 시민들에게 개방됐을 당시에는 소성공원(少城公)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과거의 청두는 도시를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었다. 대성(大城)이라 불리는 구역에는 일반 한족 주민들이 살았고, 소성(少城)이라 불리는 구역은 청나라 만주족 팔기군의 주둔지였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소성공원이고, 이후 1950년에 들어 인민공원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인민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귀파기 장인. 개인마다 고유의 번호가 있고 손에 든 쇠막대기를 진동시키며 호객을 한다
    인민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귀파기 장인. 개인마다 고유의 번호가 있고 손에 든 쇠막대기를 진동시키며 호객을 한다

    공원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의자가 보인다. 아무렇게나 잘라 이어 붙인 듯한 대나무 의자가 사방에 깔려 있고, 그 위에는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고 있다. 누군가는 차를 마시고, 누군가는 마작을 두고, 이따금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도 보인다. 뭐랄까, 공원이라기보다 마치 거대한 중국의 야외 거실 같은 풍경이다. 중국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베이징 사람은 바쁘고, 상하이 사람은 계산이 빠르고, 청두 사람은 한가하다. 역사적으로 식재료가 풍부했던 청두의 사람들은 하루 대부분을 유유자적 앉아 보냈다. 그래서 ‘청두 3대 여가’를 소개할 때 농담처럼 ‘차를 마시고, 마작을 두고, 귀를 판다’고 하기도 한다.

    청두 인민공원의 흔한 풍경. 차와 아저씨, 그리고 신문
    청두 인민공원의 흔한 풍경. 차와 아저씨, 그리고 신문

    사실 인민공원은 공원의 탈을 쓴 찻집이다. 청두의 찻집에서는 차를 절대 한 번만 따르지 않는다. 잎차를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계속 부어가며 마신다. 청두에서 차를 마신다는 것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방치하는 것에 가깝다. 그들의 테이블 위에는 항상 뚜껑이 달린 찻잔이 놓여 있다. 이를 개완(盖碗)이라 하는데, 마실 때는 뚜껑을 살짝 밀어 찻잎을 가라앉히고 그 틈으로 차를 들이켠다. 찻잔에 지붕이 있으니 잘 식지 않고, 향도 날아가질 않는다. 그렇게 삼삼오오 둘러앉아 차 한 잔 식을 때까지 마작을 즐기는 것이다. 이따금 공원에서는 사시나무 떨리듯, 금속 막대가 파르르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공원을 돌아다니며 귀를 청소해 주는 이들의 장비 소리. 청두의 ‘귀파기(采耳)’ 문화는 송나라 시기 찻집에서 시작된 여가 풍습인데, 쓰촨성에서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는 전통 기술이다. 대낮에도 환한 랜턴을 이마에 두른 그들의 작은 가방에는 가느다란 스푼과 핀셋, 깃털처럼 생긴 도구가 가득하다. 대나무 의자에 몸을 기대 귀를 맡기면 장인의 손길이 천천히 스민다. 한참 바스락거리던 귓속 정리가 끝나면 얇은 금속을 귀에 대고 미세하게 진동시키는데, 이 공명음이 묘하게 간지럽고 편안하다.

    마작은 청두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게임이자 가장 평화롭게 하루를 소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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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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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이 빚어낸 맛을 찾아 떠난 마드리드 미식 여행

      트래비 26.06.07.
      읽음 51 공감 7
    • 인텔 코어 시리즈 3 프로세서, 중저가 노트북 PC 시장 확대 나선다

      IT동아 26.06.07.
      읽음 103 공감 10
    • “이어폰은 디지털 세계로 들어가는 포털” 샥즈, 오픈형 이어폰 미래·평가 기준 제시

      IT동아 26.06.07.
      읽음 108 공감 11
    • [정보/루머] 시작하자마자 진화할 인텔 와일드캣 레이크 및 10년 만에 명기 부활시킨 AMD 등

      다나와 26.06.06.
      읽음 163 공감 9
    • 국내 인기 상종가 DDR5 메모리, SSD 기업, 에센코어-클레브 컴퓨텍스 2026 부스

      브레인박스 26.06.05.
      읽음 122 공감 10
    • 컴퓨텍스 2026 에서 만나는 ADATA 부스

      브레인박스 26.06.05.
      읽음 119 공감 9
    • [모빌리티 인사이트] '중국 70%, 유럽 13%' 자율주행, 두 개의 시선

      오토헤럴드 26.06.05.
      읽음 90 공감 8
    • 제네시스 마그마 "목표는 완주" 한국 최초 르망24시 최상위 클래스 도전

      오토헤럴드 26.06.05.
      읽음 115 공감 8
    • [EV 트렌드] 중국산 테슬라 불티 '모델 Y 효과, 8만 5000대 돌파'

      오토헤럴드 26.06.05.
      읽음 94 공감 7
    • [모빌리티 인사이트] '관세가 바꾸는 시장' USMCA 재협상 앞두고 저가차 실종

      오토헤럴드 26.06.05.
      읽음 137 공감 2
    • 페라리, 르망 3연패 노린다 499P 앞세워 WEC 하이퍼카 클래스 우승 사냥

      오토헤럴드 26.06.05.
      읽음 133 공감 3
    • 타이치 10주년 그리고 AI, 엔터플라이즈까지 컴퓨텍스 2026 애즈락 부스를 가다.

      브레인박스 26.06.05.
      읽음 149 공감 3
    • RTX 5090 시대, 서멀 그리즐리가 꺼낸 두 장의 카드…CPU 냉각과 전원 감시를 동시에 겨냥하다 [컴퓨텍스 2026]

      뉴스탭 26.06.05.
      읽음 136 공감 4
    • 창립 30주년 맞은 렉사, AI 스토리지 코어 앞세워 고성능 메모리·스토리지 시장 공략 [컴퓨텍스 2026]

      다나와 26.06.05.
      읽음 691 공감 22 댓글 23
    • 기가바이트 40주년, 인피니티로 완성하고 감성으로 물들이다 [컴퓨텍스 2026]

      다나와 26.06.05.
      읽음 959 공감 21 댓글 22
    • 화이트 빌드에 진심! 로컬 AI 전력까지 책임진다 FSP [컴퓨텍스 2026]

      다나와 26.06.04.
      읽음 706 공감 26 댓글 26
    • 50주년 맞은 Acer가 그린 AI 시대의 일상 [컴퓨텍스 2026]

      다나와 26.06.04.
      읽음 604 공감 27 댓글 25
    • 인텔 노바레이크 다음 CPU 신제품 레이저레이크, 타이탄레이크, 해머레이크 정보 공개와 의미는?

      보드나라 26.06.04.
      읽음 715 공감 9
    • [김흥식 칼럼] 39년 절대 지배자 '독일과 벤츠'를 추락 시킨 테슬라

      오토헤럴드 26.06.04.
      읽음 94 공감 9
    • 강화된 쿨링 솔루션과 다양한 콜라보로 만나보는 MSI 그래픽카드 [컴퓨텍스 2026]

      다나와 26.06.04.
      읽음 733 공감 25 댓글 24
    • 컴퓨텍스 2026에서 볼 수 있었던 게이밍-콘텐츠 크리에이터 라이프, 커세어 (CORSAIRS) 부스에 가다.

      브레인박스 26.06.04.
      읽음 140 공감 10
    • 컴퓨텍스 2026 @ MSI 노트북

      기글하드웨어 26.06.04.
      읽음 175 공감 10
    • 너무 자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퇴근 안하고 올려보는 오늘도 '댓글로 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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