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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동아

    [자동차와 法] 잘못된 정보가 만들어낸 도로 위 비합리성에 관한 이야기

    2026.04.22. 16:35:45
    읽음368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요즘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교통사고 관련 영상을 보면, 거의 공식처럼 등장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사고 나면 절대 미안하다고 하지 마세요",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과실비율이 뒤집힙니다", "거짓말 탐지기는 억울해도 거부하세요, 5% 가능성으로 기기가 오작동하면 빼도 박도 못합니다."

    조회수 수십만을 넘는 이런 콘텐츠의 영향으로 다수 운전자가 사고 현장에서 도끼눈을 뜬 채 사실관계를 인정조차 하지 않습니다.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서로 "당신이 잘못했다"며 목소리부터 높입니다. 상대방에게 사과하며 괜찮은지 묻는 순간 그것이 법적 인정이 되어 돌아올까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사과하면 과실 인정이라는 오해

    교통사고 과실비율은 사고 당사자의 사과 여부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과실비율은 ‘도로교통법’과 ‘대법원 판례’, 손해보험협회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따라 정해집니다. 블랙박스 영상, CCTV, 도로상황, 차량 파손부위, 스키드 마크 등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필자가 수행한 수많은 교통사고 사건에서 죄송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과실비율이 달라진 사례는 없었습니다. 민사소송법상 상대방의 단순한 사과 발언은 '재판상 자백'이 성립할 요건을 갖추지 못합니다. 설령 과실 인정 취지의 발언을 했더라도 객관적 증거와 명백히 배치되면 법원은 증거를 우선합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사과하지 않고 시시비비부터 따지다가 쌍방폭행으로 번지거나, 상대방 부상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소홀히 해 사고후미조치, 도주치상(뺑소니)으로 의율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고가 났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괜찮으십니까, 많이 다치셨습니까"라고 묻고, 필요하면 119에 신고하고, "놀라셨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건네는 것이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현명한 대처입니다. 과실은 어차피 블랙박스와 CCTV가 판단합니다.

    거짓말탐지기 거부론의 허점

    수사기관에서는 교통사고 시 도주의사를 밝히기 위해 거짓말탐지기를 종종 활용합니다. 그런데 거짓말탐지기는 100% 완벽하지 않고 오류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 응하지 말라는 유언비어가 항간에 난무합니다.

    이 조언의 논리적 맹점은 명확합니다. 지금 당신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해 진술 신빙성이 쟁점이 된 상황에서 거짓말탐지기를 거부하면 무엇이 남을까요? 오히려 수사기관은 "떳떳하면 왜 거부했을까"라는 심증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당신의 무고함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수단 하나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될 뿐입니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 95%라는 수치는 이미 수십 년 전에 나온 것이고, 최근 기술 발전을 감안하면 실제 정확도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억울한 사람이 무죄를 증명할 확률 95%를 포기하고, 오류 가능성 5%를 이유로 거짓말 탐지기를 거부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판단입니다.

    왜 잘못된 정보가 상식이 되었나

    왜 이처럼 잘못된 정보가 상식이 되었을까요. 원인은 몇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자극적 콘텐츠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습니다. "사과하지 마라, 거부하라"는 단정적 메시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정확한 설명보다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합니다. 유튜브 섬네일에 "절대 금지!"라고 붉은 글씨로 적힌 영상이 상위에 노출되는 이유입니다.

    둘째, 극단적 예외 사례에 대한 과대 일반화입니다. 실제로 선의의 사과가 악의적으로 이용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10건 중 1건도 되지 않는 예외입니다. 나머지 9건은 오히려 원만하게 해결됩니다. 1건의 악질 사례를 피하려고 9건의 원만한 해결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셋째, 불신의 악순환입니다. 모두가 방어적으로 나오니 상대도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결국 사소한 접촉사고도 법정까지 가게 됩니다. ‘상대가 나를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 생각이 실제로 그런 교통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상대의 악의 가능성 10%를 두려워해 90%의 원만한 해결을 포기하는 태도, 거짓말탐지기 5% 오류에 매달려 95%의 진실을 밝힐 기회를 포기하는 태도는 합리적 이성과 객관적 데이터보다 감정과 막연한 불안감을 앞세운 결과입니다. 사과와 용서를 바탕으로 분쟁을 최소화해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같은 자세로 현대 사회를 현명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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