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용이 일상화된 네덜란드에서 전기자전거의 '페달링' 기준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은 페달을 완전하게 회전하지 않아도 모터를 활성화하는 움직임이라면 페달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실제 힘은 거의 들이지 않고 페달만 까딱거리는 일명 '마임 페달링'도 법이 규정한 '페달링'으로 볼 수 있을까. 단순한 호기심처럼 보이는 이 질문이 최근 네덜란드 법정에서 실제 쟁점으로 다뤄졌다.
사건은 경찰이 한 전기자전거 이용자의 차량을 압수하면서 시작됐다. 운전자가 페달을 원형으로 돌리지 않은 채 발을 위아래로만 움직이며 주행하는 모습을 포착한 경찰이 이를 사실상 불법 주행으로 판단한 것.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전문가 감정을 거쳐 해당 전기자전거가 불법 개조되지 않았고 스로틀 장치도 없으며 법정 최고 속도와 출력 기준 역시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용자가 보인 독특한 발 움직임도 법적으로는 페달링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봤다. 결국 압수된 전기자전거는 소유주에게 반환됐다.
핵심은 '페달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있었다. 전문가 조사 결과 해당 자전거에는 페달에 가해지는 힘을 측정하는 토크 센서 대신 회전 여부를 감지하는 케이던스 센서가 장착돼 있었다. 이 방식은 페달을 360도 완전히 돌리지 않아도 일정 범위 내 움직임만 있으면 모터를 작동시킨다.
다시 말해 발에 힘을 주지 않고 페달을 살짝 흔드는 수준의 움직임만으로도 전동 보조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원은 현행 법규 어디에도 "페달은 반드시 한 바퀴를 완전히 회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일반 자전거 역시 언덕이나 저속 주행 상황에서는 페달을 조금씩만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만큼 완전한 원을 그리지 않는 움직임도 넓은 의미의 페달링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규정은 전기자전거를 일반 자전거와 원동기장치 사이에서 구분하기 위해 존재한다. 유럽연합(EU)은 전기자전거의 모터가 라이더의 페달 동작이 있을 때만 작동하도록 규정한다. 페달을 멈추면 모터도 멈춰야 하고 오토바이처럼 손잡이만 당겨 주행하는 스로틀 방식은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도 기본 규정은 비슷하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는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을 갖춰야 한다. 페달을 밟을 때만 모터가 보조 동력을 제공하고 시속 25km를 넘으면 전동 보조가 차단돼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 판매되는 상당수 보급형 전기자전거 역시 케이던스 센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기어를 가볍게 설정한 뒤 발만 형식적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허당 페달링' 또는 '마임 페달링' 상태에서도 모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현행 법규에도 페달을 몇 도 이상 회전해야 한다거나 어느 정도 힘을 가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네덜란드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한국과 유럽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유럽은 스로틀이 장착된 순간 사실상 자전거가 아닌 원동기장치로 분류한다.
반면 국내는 법 개정을 통해 스로틀형 또는 PAS·스로틀 겸용 전기자전거도 일정 조건 아래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일반 전기자전거가 아니라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돼 적용받는 규정이 달라진다.
전기자전거는 물론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 등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번 네덜란드 판결은 단순히 '페달을 얼마나 돌려야 하는가'를 넘어 새로운 이동수단에 기존 법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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