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에 인수된 메르세데스 벤츠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의회가 중국 자본과 연결된 자동차 업체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 법안을 추진하면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직면했다. 법안이 현재 내용대로 확정될 경우 벤츠는 미국에서 차량 생산과 판매를 이어가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벤츠는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 공장에서 GLE와 GLS, EQS SUV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1997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벤츠의 글로벌 SUV 생산 거점으로 성장했으며 수천 명의 현지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치권의 대중 견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이 같은 생산 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미 하원에 발의된 '2026년 자동차 현대화법(Motor Vehicle Modernization Act of 2026)'이다. 이 법안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미국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국가의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자동차 업체의 미국 내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차량 수입은 물론 현지 생산과 판매 활동까지 최대 5년 동안 금지될 수 있다.
벤츠가 법안의 주요 대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이유는 지분 구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벤츠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리홀딩스 창업자인 리슈푸 회장도 9.69%를 갖고 있다. 두 지분을 합치면 약 19.7% 수준에 이른다.
법안에는 미국 내에서 장기간 생산 활동을 이어온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 조항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적대국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 예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벤츠에는 사실상 방어막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BAIC가 중국 국영기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미국 정치권은 최근 중국 자동차 산업이 해외 브랜드 지분 투자와 글로벌 생산망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입하는 통로를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별도로 추진 중인 '2026년 커넥티드 차량 보안법' 역시 중국계 자본의 영향력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향후 관련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벤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지리홀딩스가 최대 주주인 볼보자동차를 비롯해 폴스타, 로터스 역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법안이 현실화되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일수록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실제 법안이 최종 통과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벤츠와 볼보 등이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창출하고 있는 고용 규모와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경한 규제 기조가 유지된다면 벤츠는 미국 시장 방어를 위해 중국계 주주의 지분 정리라는 쉽지 않은 선택지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기업 규제를 넘어 미·중 갈등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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