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독일 브랜드의 과반 점유율이 위협 받고 있다. (참고/한국수입자동차협회)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우리나라가 수입차에 빗장을 푼 것은 1987년부터다. 당시에는 배기량 2000cc 이상 대형차와 1000cc 이하 소형차만 제한적으로 수입을 허용했다.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자 미국과 유럽의 개방 압력이 워낙 거세 시장을 열어야만 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한성자동차가 메르세데스 벤츠 '300E(W124)' 10대를 공식 수입해 판매하면서 첫발을 뗐다. 이듬해인 1988년 배기량 제한이 폐지되면서 전면 개방됐다. 이후 관세와 특별소비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고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진출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수입차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독일 브랜드였다. 과거 혼다를 중심으로 한 일본 브랜드가 반짝 인기를 끌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난 39년간 한국 수입차 시장은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업체들이 굳건히 장악해 왔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독일 브랜드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7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까지 합친 유럽 전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60%대로 주저앉았다. 유럽 브랜드 점유율이 60%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성적표는 더욱 처참하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유럽 브랜드의 누적 점유율은 56.2%다. 지난 5월에는 51.9%로 더 떨어져 이제 과반 아래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반면 미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4년 사상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했고 지난해 22.3%에서 올해 32.0%까지 치솟았다.
미국 브랜드의 급성장 뒤에는 테슬라라는 결정적인 주자가 있었다. 테슬라는 2017년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한 이후 모델 S와 모델 X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판매를 이어가다 2019년 모델 3 출시를 계기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이어 2021년 모델 Y가 가세하면서 수입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했고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충전 인프라 확대를 바탕으로 판매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올해 들어서는 1~5월 누적 판매 4만 5020대를 기록하며 BMW와 벤츠를 크게 앞서기 시작했다.
미국 브랜드의 비중을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테슬라의 급부상으로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는 브랜드는 벤츠다.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2024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지난 5월 판매 대수가 3000대 수준까지 추락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250% 급증한 반면, 벤츠는 8.8% 감소한 2만 4211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BMW가 3만 2581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2.7% 성장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테슬라 돌풍에도 BMW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벤츠는 고만고만한 브랜드로 추락하고 있다.
테슬라의 돌풍은 단순히 독일 브랜드와 벤츠를 휘청거리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수입차 시장의 주동력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시켜 가고 있다. 지난 5월 등록 차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무려 48.6%에 달했다.
벤츠 그리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를지 모른다. 그러나 독일 프리미엄 고성능 내연기관차가 장악해 왔던 수입차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테슬라의 급부상과 벤츠의 위기는 브랜드의 역사와 내연기관 성능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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