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리(LIAN LI)가 컴퓨텍스 2026에서 케이스 제조사를 넘어 PC 쇼케이스 생태계 기업으로 확장하는 방향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올해 리안리 부스의 핵심은 단순한 신형 케이스 공개가 아니었다. 케이스, 일체형 수랭쿨러, 시스템 팬, 전원공급장치, USB 허브, 책상형 PC 섀시까지 PC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을 하나의 디자인·제어 플랫폼으로 묶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LCD와 OLED 디스플레이, 무선 또는 간소화된 배선 구조, 백커넥트 메인보드 대응, 역방향 팬, L-Connect 3 소프트웨어 연동이 공통 키워드로 떠올랐다. 예전의 리안리가 알루미늄 가공과 강화유리 케이스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컴퓨텍스 2026의 리안리는 ‘보여주는 PC’를 더 적극적으로 제어하고 꾸미는 방향으로 진화한 모습이었다.
움직이는 OLED 수랭쿨러, 튜닝의 중심에 서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HydroShift II OLED Curved 360이다. 이 제품은 360mm급 일체형 수랭쿨러에 6.6형 2K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모델이다. 펌프 헤드에 작은 상태 표시창을 붙이는 수준을 넘어, 시스템 내부에서 가장 시선이 많이 가는 위치를 하나의 대형 디스플레이 공간으로 활용한다.
HydroShift II OLED Curved 360
디스플레이는 60Hz 주사율을 지원하며, L-Connect 3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미지와 영상, 시스템 모니터링 화면 등을 표시할 수 있다. 펌프 헤드는 높이 조절과 수평 회전을 지원해 사용자가 케이스 구성과 시야각에 맞춰 화면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기본 동작 속도는 최대 2400RPM이며, 터보 모드에서는 최대 2800RPM까지 올라간다.
현장에서 시연된 HydroShift II OLED Curved 360은 쿨링 성능만을 앞세운 제품이라기보다, 고성능 PC 내부를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꾸미려는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에 가깝다. 수랭쿨러가 CPU를 식히는 부품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시각적 중심 장치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O11 VISION-M Digital, 작은 케이스에 디지털 쇼케이스 감성 더해
케이스 라인업에서는 O11 VISION-M Digital이 주목받았다. O11 계열 특유의 파노라마 쇼케이스 콘셉트를 mATX 폼팩터로 줄이면서도, 3면 강화유리 구조와 360mm AIO 수랭쿨러 지원, ATX 파워서플라이 호환성을 유지했다.
11 VISION-M Digital
상단 강화유리에는 라디에이터 배기를 위한 컷아웃이 마련됐고, AIO 수랭쿨러를 보조 챔버에 배치하는 구조를 통해 내부를 더 깔끔하게 보여준다. 메인보드 상단에는 9.2형 LCD 키트를 장착할 수 있어, 시스템 정보나 사용자 지정 이미지를 표시하는 디지털 쇼케이스 구성이 가능하다.
메인보드 상단에는 9.2형 LCD 키트를 장착할 수 있다.
기존 O11 시리즈가 ‘내부 부품을 잘 보여주는 케이스’의 대표격이었다면, O11 VISION-M Digital은 그 콘셉트를 더 작은 시스템과 디스플레이 연출로 확장한 제품이다. 고성능 부품을 조밀하게 구성하면서도 외형과 내부 연출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모델이다.
유리와 냉각, 둘 중 하나만 고르지 않는다
최근 PC 케이스 시장에서는 파노라마 강화유리 디자인과 고풍량 설계가 자주 충돌한다. 내부 부품을 잘 보여주기 위해 유리 면적을 늘리면 흡기 면적이 줄고, 반대로 쿨링을 우선하면 쇼케이스 감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리안리는 이번 전시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단순히 유리를 많이 쓰는 데 그치지 않고, 하단 흡기, 측면 AIO 챔버, 라디에이터 배기, 팬 배치 유연성을 함께 설계해 디자인과 온도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접근이다.
LANCOOL 4
LANCOOL 4
그 방향성을 대중적인 형태로 보여준 제품이 LANCOOL 4다. LANCOOL 4는 전면 곡면 유리와 3면 강화유리 구조를 갖춘 파노라마형 케이스다. 전면에는 140mm 듀얼 라이트존 ARGB 팬 3개를 위한 컷아웃을 마련해 외형과 흡기 성능을 함께 고려했다.
LANCOOL 4
하단 챔버도 단순한 파워서플라이 가림막에 머물지 않는다. 추가 HDD 장착 공간, 공기 흐름 가이드, 듀얼 하단 팬 장착부, 선택형 8.8형 LCD 장착 위치로 활용된다. 리안리가 하단 챔버를 ‘가리는 공간’이 아니라 ‘기능을 더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LANCOOL 4
UX100과 O11D EVO RGB V2, 미들레인지와 고급형 모두 강화
UX100은 쇼케이스 감성과 디스플레이 기능을 더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의 ATX 케이스로 끌어내린 제품이다. 12.4형 LCD 스크린, 전면과 양측면을 감싸는 RGB 라이트 스트립, 3면 강화유리와 곡면 유리 패널을 갖췄다.
UX100
ATX 및 백커넥트 ATX 메인보드를 지원하며, 하단 개방형 플로팅 섀시 구조를 통해 GPU 흡기와 냉각 성능을 개선했다. 디스플레이 케이스가 고가 O11 계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들레인지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고급형 라인업에서는 O11D EVO RGB V2가 눈에 띈다. 이 제품은 O11 시리즈의 쇼케이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내부 공기 흐름과 조립 유연성을 강화한 모델이다. 상단과 하단에는 반사형 ARGB 라이트 스트립을 적용했고, 메인보드 트레이는 1슬롯 단위로 수직 이동할 수 있다.
O11D EVO RGB V2
ATX, mATX, 백커넥트 메인보드를 지원하며, 측면 AIO 챔버를 통해 흡기와 배기 흐름을 분리한다. 상단 라디에이터 브래킷은 3단계 조절이 가능하고, 하단 흡기 각도와 팬 브래킷의 원형 컷아웃은 GPU 냉각과 난류 저감을 고려한 설계다.
O11D EVO RGB V2
최신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길이와 두께뿐 아니라 전원 케이블 굴곡 공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4슬롯급 그래픽카드와 12V-2x6 케이블 사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케이스는 단순히 그래픽카드 장착 가능 길이만 제시하는 것을 넘어 측면 패널과의 거리, 케이블 라우팅, 수직 장착 옵션까지 함께 제공해야 한다. O11D EVO RGB V2는 이런 최신 조립 환경을 반영한 제품이다.
소형부터 워크스테이션까지, 라인업 폭 넓혀
리안리는 대형 파노라마 케이스뿐 아니라 소형 폼팩터와 워크스테이션 시장도 함께 겨냥했다.
B4-MATX는 DAN Cases와 공동 개발한 21.3리터급 mATX 케이스다. 메시 전면과 우드 전면 옵션을 제공하며, mATX 메인보드, 최대 358mm 그래픽카드, 360mm AIO 또는 140mm ATX 파워서플라이를 지원한다. 기본으로 120×120×15mm 슬림 팬 2개가 상단에 장착되며, 전통적인 가로 배치와 수직 배치를 모두 지원한다.
B4-MATX
이 제품은 고밀도 mATX 시스템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대형 케이스 중심의 쇼케이스 트렌드와 별개로, 작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사용자층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대로 V2000은 대형 워크스테이션 지향 섀시다. 서버급 섀시 설계, 듀얼 파워서플라이 지원, 최대 6개 HDD 측면 장착, EEB 워크스테이션 메인보드 호환, 8개 확장 슬롯, 최대 420mm 수랭쿨러 지원, 하단 바퀴 장착이 주요 특징이다. 내장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온도 센서를 통한 하드웨어 모니터링도 제공한다.
V2000
V2000은 일반 게이밍 PC보다 다중 GPU, 대용량 저장장치, 고성능 작업용 시스템, AI·서버 지향 빌드에 더 어울리는 제품이다. 쇼케이스 감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물리적 확장성과 유지보수성까지 챙긴 라인업이다.
V2000
책상 자체가 PC가 된다, DK-B
리안리다운 독특한 제품도 있었다. DK-B는 PC 통합형 스탠딩 데스크다. 1600×800mm 상판과 710~1170mm 높이 조절 범위를 갖췄고, ATX 메인보드, ATX 파워서플라이, 최대 360mm AIO 수랭쿨러를 지원한다.
DK-B
일반적인 PC 데스크와 달리 본체를 책상 아래 섀시에 통합하는 구조이며, 상판에는 강화유리 뷰잉 패널을 마련해 내부 부품을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페그보드 액세서리와의 호환성도 제공해 데스크 주변 정리와 확장성까지 고려했다.
리안리의 DK 시리즈는 과거부터 ‘책상형 PC’라는 독특한 카테고리를 만들어온 제품군이다. DK-B는 이 콘셉트를 스탠딩 데스크와 우드 상판 감성으로 다시 다듬은 모델이다. PC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책상 자체에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팬도 이제 디스플레이 장치다
팬 라인업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촘촘하게 확장된 영역이다. 리안리는 UNI FAN FLEX 계열을 통해 성능형, RGB 쇼케이스형, LCD 탑재형, 보급형을 세분화했다.
UNI FAN TL FLEX는 LCP 블레이드와 0.6mm 블레이드-프레임 간격을 앞세운 성능형 모델이다. 최대 90.1CFM 풍량, 3.97mmH₂O 정압, 최대 2600RPM 동작을 제공한다. 반면 UNI FAN CL FLEX는 더 접근성 높은 라인으로, 최대 77.34CFM 풍량과 2.52mmH₂O 정압, 2150RPM 동작을 제공한다.
UNI FAN SL FLEX
RGB 쇼케이스 중심 모델인 UNI FAN SL FLEX와 UNI FAN SL-INF FLEX는 팬을 단순한 냉각 부품이 아니라 케이스 내부 조명의 구성 요소로 바라본 제품이다. SL FLEX는 개선된 인피니티 미러 측면 프레임과 LED FLEX 리시버를 특징으로 하며, SL-INF FLEX는 팬 블레이드, 센터 허브, 측면 스트립, 내부 엣지에 걸친 멀티존 조명 효과를 제공한다.

LCD 팬도 한층 강화됐다. UNI FAN TL LCD FLEX는 1.8형 400×400 해상도 LCD와 60Hz 주사율을 갖췄고, 하드웨어 모니터링과 MP4, GIF, JPG, PNG 업로드를 지원한다. UNI FAN SL-INF LCD FLEX는 SL-INF 특유의 멀티존 조명에 1.8형 LCD를 결합한 모델이다.


두 제품 모두 L-Wireless, 메인보드 PWM, 선택형 5V 3핀 ARGB 동기화, USB 기반 LCD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며, 정방향과 역방향 모델이 제공된다. 역방향 팬은 최근 쇼케이스 빌드에서 중요한 요소다. 흡기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팬의 정면 디자인을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L-Connect 3와 허브로 제어 생태계 구축
리안리의 전략은 팬과 케이스, 쿨러에 디스플레이를 더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장치가 많아질수록 배선, USB 헤더, 컨트롤러,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리안리는 FLEX Receiver, EDGE HUB V2, L-Connect 3를 중심으로 한 제어 구조를 함께 제시했다.
FLEX Receiver,
FLEX Receiver는 팬 속도 제어, 조명 제어, LCD 화면 커스터마이징을 L-Connect 3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팬 속도는 L-Connect 3, 2.4GHz 무선 신호, 메인보드 PWM을 통해 제어할 수 있으며, 4핀 PWM 케이블은 전원 공급과 RPM 신호 보고를 맡는다.
L-Connect 3

EDGE HUB V2는 여러 개의 LCD 팬, 펌프 디스플레이, 케이스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USB 대역폭과 연결 문제를 줄이기 위한 허브다. 메인보드 USB 헤더를 활용해 더 짧고 깔끔한 신호 경로를 만들고, L-Connect 3에서 포트별 대역폭과 과부하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EDGE HUB V2
전원공급장치 라인업인 EDGE PLATINUM V2도 함께 공개됐다. 1000W, 1200W, 1350W 모델로 준비되며, 80 PLUS Platinum 인증과 새롭게 디자인된 마그네틱 먼지 필터를 갖췄다. PSU 팬이 일정 시간 동작한 뒤 빨간 LED로 먼지 청소 시점을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내부가 잘 보이는 쇼케이스 PC에서는 성능뿐 아니라 유지보수 상태와 외관도 사용자 경험의 일부가 된다는 점을 반영한 설계다.

케이스 제조사를 넘어 쇼케이스 플랫폼으로
컴퓨텍스 2026 리안리 부스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리안리는 더 이상 케이스만 잘 만드는 브랜드에 머물지 않는다. 케이스, 쿨러, 팬, 파워, 허브,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어 사용자가 PC 전체를 더 쉽게 꾸미고 제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LCD와 OLED가 늘어날수록 제품 가격은 높아지고, USB 헤더와 컨트롤러, 소프트웨어 안정성의 중요성도 커진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 L-Connect 3와 각종 허브, 리시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동작하는지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번 컴퓨텍스 2026에서 리안리가 보여준 방향성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커스텀 PC는 더 많이 보여주고, 더 쉽게 제어하며, 더 깔끔하게 조립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리안리는 그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브랜드 중 하나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리안리 신제품들은 한국 공식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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