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국내 최초 공개한 BYD 씨라이언 DM-i.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는 파격적인 3750만 원에 출시돼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 BYD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씨라이언 DM-i'를 3750만 원에 내놓으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낮다.
씨라이언 DM-i는 일반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전기만으로 약 70km를 달릴 수 있는 PHEV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대부분은 5000만 원대 이상, 1억 원이 넘기도 했다. 이런 차를 동급의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싸게 내 놨으니 충격을 받을 만 했다.
씨라이언 DM-i의 등장은 단순히 중국 브랜드 하나가 저렴한 신차를 출시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국산차라는 프리미엄을 앞세워 사실상 독주해 왔던 시장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흔들리는 소비자 선택, 수입차 점유율 22%
현대차가 2026 부산모빌리쇼에서 공개한 디 올 뉴 아반떼. 아반떼의 가격은 최근 10년 사이 44% 상승했다. (오토헤럴드 DB)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정황은 시장 점유율의 변화에서 뚜렷하게 읽힌다. 지난해 연간 기준 19.33%였던 수입차 점유율은 올해 1~5월 누적 22.39%까지 올라섰다. 반대로 국산차 비중은 77.61%로 떨어졌다.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판매 증가율은 균형 변화의 정도를 더 실감나게 한다. 같은 기간 전체 내수 시장이 1.0% 성장하는 데 그친 가운데 국산차 판매는 5.2% 감소했다. 반면 수입차 판매는 30.9% 늘었다. 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이 이동하면서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점유율 변화의 핵심 원인은 가격이다.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상품성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대형 디스플레이, 커넥티드 서비스 등 과거에는 프리미엄 차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술을 대중차까지 확대했다.
바로 이런 것들이 가격 인상의 빌미로 쓰이면서 아반떼 가솔린 모델의 시작 가격은 2015년 1384만 원에서 올해 1994만 원으로 약 44% 올랐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같은 기간 2829만 원에서 3270만 원으로 약 15% 상승했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흔들린 시장의 균형
현대차 아이오닉 5. 수입차 브랜드가 전기차 가격을 공격적으로 내리고 있지만 아이오닉 5의 가격은 최초 출시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 (오토헤럴드 DB)
전기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출시 당시보다 가격이 오히려 높아졌고 기아 EV6만 일부 트림을 중심으로 가격을 조정했을 뿐 국내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상품성 향상과 고급화를 이유로 가격 인상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수입차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는 2023년 처음 출시했을 때 5699만 원이었던 모델 Y 가격을 최근 4999만 원까지 낮췄다. BYD도 씰 3990만 원, 씨라이언 7 4490만 원, 씨라이언 DM-i 3750만 원으로 국산차보다 낮게 책정하거나 차이를 좁히며 정면 승부를 걸었다.
테슬라와 BYD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선택을 저울질하던 소비자들의 시선을 '같은 예산으로 어떤 가치를 누릴 수 있는지'로 돌려놓았다. 최근 내수 시장의 흐름은 이들의 최종 선택이 브랜드의 국적이나 막연한 충성도보다 '실구매 가격'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 '국뽕' 대신 '가격'
테슬라 전시장.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이제 특정 국가의 특정 브랜드가 아닌 가성비의 경쟁 시대가 됐다. (오토헤럴드 DB)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싸지만 좋은 차'로 인식해 왔던 수입차를 같은 가격, 혹은 더 저렴한 선상에 놓고 비교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적보다 가격, 브랜드보다 상품성과 가성비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고 특히 상품성 차이가 크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 졌다.
테슬라가 꾸준히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고 BYD가 중국산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흥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첨단 기술에 대한 이미지와 가격 경쟁력이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국산차는 그동안 애국심리 소위 '국뽕' 프리미엄으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상대해야 할 경쟁자는 특정 국가의 특정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가 얼마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 가격에서 어떤 가치를 요구하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
격세지감의 시대다. 상품성을 제쳐두고 수입차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국산차의 경쟁력이라거나 애프터 서비스(AS), 부품이 어떻고, 중국산이라고 폄훼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깡통 트림을 만들어서라도 가격을 낮춰 진짜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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