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Physical AI)'가 자동차 제조 현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BMW)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무실 업무를 바꾸고 있다면 자동차 산업은 이제 공장 바닥에서 새로운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AI를 넘어 실제로 움직이고 판단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자동차 제조 현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기술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동안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생산 공정의 AI·로봇화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업 가운데 하나는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CEO는 자동차보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가 장기적으로 더 큰 사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 옵티머스 생산라인 구축을 진행 중이며 향후 대규모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업 가운데 하나는 테슬라다(테슬라)
미국 업체들뿐 아니라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기반 생산 기술 확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BYD는 향후 모든 전시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으며 완전 자동화된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 경쟁에서 확보한 경험을 로봇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샤오펑(Xpeng) 역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로봇 사업을 총괄하며 2026년 말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 또한 AI와 로봇 기술 도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BMW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생산 공정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배터리 조립과 부품 생산 분야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에서도 관련 기술 검증이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를 AI와 로봇 기술 중심으로 설계했다. 공장 곳곳에 자율주행 물류 시스템과 로봇,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됐으며 차량 한 대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수십 개의 AI 기반 공정이 활용된다.
자동차 제조업 전반에서 AI 기반 로봇 기술 도입이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제조업이 직면한 노동력 부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현대차그룹)
자동차 제조업 전반에서 AI 기반 로봇 기술 도입이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제조업이 직면한 노동력 부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제조국들은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제조업은 자동화를 넘어 AI 기반 자율 생산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생산 공정이 표준화돼 있고 대규모 반복 작업이 많아 피지컬 AI를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와 동시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기업들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게 확대되며 관련 생태계 형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마존과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등이 투자한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이미 토요타 등과 협력해 물류 및 제조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고 있으며 최근 기업가치 25억 달러 규모 상장을 추진했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성과 학습 능력 강화를 위한 로보틱스 플랫폼을 공개하며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기술의 융합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BMW)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되는 변화가 과거 산업용 로봇 확대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새로운 제조 혁명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작업만 반복 수행했다면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자동차 공장에서 축적된 자율주행과 센서, 컴퓨팅 기술이 그대로 로봇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자동차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더 이상 자동차만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결합한 종합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경쟁 구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미래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차량을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AI와 로봇을 활용해 생산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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