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특허 출원한 '주행풍 이용 소형 풍력 발전 시스템' 개념도. 능동형 그릴 셔터를 통해 발전 효율이 높은 조건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오토헤럴드 편집부)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가 자동차 앞 범퍼 안에 소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새로운 발전 시스템 특허를 출원했다. '달리면서 전면에서 발생하는 바람으로 전기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 특허의 핵심은 발전 자체보다 공기 흐름을 상황에 따라 제어하는 능동형 에너지 관리 기술이다.
현대차가 제출한 특허는 앞 범퍼 그릴 뒤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그 앞에 움직이는 플랩(셔터)을 설치했다. 평소에는 플랩을 닫아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발전 효율이 높아지는 조건에서만 이를 열어 공기를 통과시켜 발전하는 방식이다. 발전기를 지난 공기는 차량 하부나 후면으로 배출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존 인터넷에서 자주 등장했던 '풍력발전 전기차' 아이디어와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자동차가 달리면서 만들어지는 주행풍으로 발전기를 계속 돌릴 경우 발전량보다 공기저항 증가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전제로 특허를 설계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은 고속에서 상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이 유리한 조건'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발전이 유리한 조건은 발전기를 돌려도 공기저항 증가에 따른 손실보다 회수할 수 있는 전력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을 뜻한다.
현대차의 자동차 주행풍 활용 에너지 회수 시스템 특허 도면. 감속 및 관성 주행 시 셔터를 개방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고속 주행 시에는 닫아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US Patent & Trademark Office)
대표적으로 저속 도심 주행, 감속과 관성주행, 내리막길, 정차 중 자연풍이 부는 환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고속 순항이나 급가속처럼 공기저항이 연비와 주행 성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간에서는 플랩을 닫아 공력 성능을 우선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감속이나 관성주행(Coasting) 상황에서는 회생제동이 회수하지 못하는 일부 에너지를 추가 확보하는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특허에는 차량이 정차한 상태에서도 바람이 불면 발전기를 돌려 일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발전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용량 구동 배터리를 충전하는 수준이라기보다 12V 배터리나 차량 전장 시스템을 보조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활용 범위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술이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차량에서 더 큰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배터리에 여유 전력을 확보할수록 전기모터 활용 시간이 늘어나 엔진이 작동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특허 역시 하이브리드에서 효율 향상 효과가 더욱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도 활용 가능성은 있다. 현재 대부분 차량은 엔진 동력으로 알터네이터를 구동해 12V 전원을 생산한다. 만약 일부 전력을 주행풍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알터네이터 부하를 줄여 연료 소비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 긴 내리막길이나 관성주행이 잦은 환경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주행풍을 이용한 능동형 에너지 관리 기술. 현대차가 출원한 소형 풍력 발전기 및 능동형 그릴 셔터 결합 시스템의 작동 원리.(US Patent & Trademark Office)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소형 풍력발전기의 발전 효율은 제한적이며 추가되는 공기저항과 소음, 먼지와 빗물 유입, 내구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실제 발전량이 제시되지 않아 양산 적용 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속 50km 주행만으로도 차량 전면에는 체감상 강풍에 가까운 수준인 초속 14m 안팎의 맞바람이 발생해 이를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개구부 면적, 덕트 설계, 터빈 효율, 공기저항 증가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를 모두 전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시속 50km로 1시간을 달렸을 때 얻을 수 있는 발전량이 10~30Wh에 불과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의 구동 배터리보다는 차량이 항상 소비하는 각종 보조 전력을 일부 자체 생산해 회생제동과 함께 전체 에너지 효율을 조금씩 높이는데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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