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보급과 함께 중고차 거래가 늘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단연 배터리다. 하지만 실제 배터리의 고장 빈도는 소비자들의 우려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간 수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고장은 고전압 배터리가 아니라 센서와 중앙잠금장치, 12V 보조배터리 등 전기 시스템 관련 부품으로 일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자동차 보증 전문업체 워런티와이즈(Warrantywise)가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접수한 전기차 수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터리 관련 수리는 가장 흔한 고장 상위 5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전기 시스템과 서스펜션 관련 부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많이 접수된 수리 항목은 센서였다. 평균 수리비는 164만 원으로 조사됐고 가장 비싼 사례는 662만 원에 달했다. 이어 중앙잠금장치가 평균 182만 원, 최고 821만 원으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두 항목 모두 차량 전기 시스템과 관련된 대표적인 고장 사례다.
주차보조와 ADAS, 차량 제어 등에 사용되는 각종 센서와 운전자가 리모컨이나 스마트키, 차량 내부 버튼을 조작해 도어를 열고 닫는 중앙잠금장치의 고장 빈도가 가장 많았다는 의미다.
전기차 전용 부품 가운데 유일하게 상위 5위 안에 포함된 것은 온보드 충전기였다. 평균 수리비는 437만 원이었지만 최고 수리비는 2116만 원에 달했다. 빈도는 높지 않지만 한 번 고장이 발생하면 부담이 매우 큰 부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네 번째는 서스펜션 위시본이었다. 평균 수리비는 248만 원, 최고 수리비는 833만 원이었다. 이어 12V 보조배터리가 다섯 번째를 차지했으며 평균 수리비는 107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최고 수리비는 199만 원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우려 대상인 고전압 배터리다. 조사 결과 배터리 고장은 발생 빈도 자체는 매우 낮아 상위 5개 고장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문제가 생기면 평균 수리비가 1303만 원에 달했다.
평균 그리고 최고 수리비 편차가 큰 이유는 동일한 고장 항목이라도 차종과 부품 종류, 공임, 관련 부품 동시 교체 여부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레이더·카메라 등 ADAS 관련 전장품은 교체 후 정밀 보정 작업까지 필요해 수리비가 크게 뛰는 사례도 적지 않다.
| 배터리는 가장 흔한 고장은 아니지만,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수리 부담이 가장 큰 부품인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중고 전기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실제 고장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보여준다. 많은 소비자가 배터리 상태만을 우선 확인하지만 실제로는 센서와 각종 전장장치, 충전 시스템, 12V 보조배터리 등 일반 부품에서 더 많은 수리가 발생했다.
워런티와이즈는 "전기차 구매자는 배터리를 가장 걱정하지만 실제 수리 사례는 센서와 중앙잠금장치, 서스펜션 등 일반 자동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품이 대부분"이라며 "중고 전기차를 구입할 때는 배터리뿐 아니라 충전 시스템과 각종 전장장비의 상태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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