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지난 2025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전기차(EV), EREV, 하이브리드 등을 병행하겠다고 밝혀 완전 전동화 전환 전략의 변화를 예고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제네시스가 순수 전기차(BEV)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하이브리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선택했다.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FCEV)로 출시하겠다며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전동화 청사진을 제시했던 제네시스가 시장 변화에 맞춰 전략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전략 전환의 첫 번째 카드는 중형 SUV GV70이다. 최근 폐막한 부산모빌리티쇼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GV70이 될 것"이라며 "북미 시장에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CEO 인베스터데이 2025'에서 전기차(EV), EREV, 하이브리드 등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수정
제네시스 라인업. (오토헤럴드 DB)
이는 단순히 하이브리드 모델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제네시스 전동화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순수 전기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와 EREV까지 아우르는 다층적인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전동화 완전 전환에서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한 데에는 전기차 시장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요는 둔화한 반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제네시스가 위치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쟁 브랜드인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장 장악력이 더 강해지고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 하이브리드 비중 확대에 나서면서 제네시스 역시 시장 현실에 맞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의 첫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로 GV70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HEV' 스티커를 부착한 시험 차량이 잇따라 포착됐으며 개발 일정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 1000km 이상 가는 GV70 EREV로 첫 시동
제네시스 GV70(오토헤럴드 DB)
GV70 하이브리드는 기존 현대차그룹의 1.6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대신 차세대 2.5리터 가솔린 터보 기반 시스템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차세대 전기모터와 전자식 사륜구동(e-AWD)을 결합해 360마력 이상의 시스템 출력을 확보하면서도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약 30% 높은 연료 효율을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은 최근 부분변경 모델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 전용 요소를 더할 전망이다. 히든 타입 배기 시스템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27인치 통합 OLED 디스플레이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 최신 편의 및 주행 기술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의 전략 변화는 하이브리드에서 끝나지 않는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GV70 EREV도 함께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REV는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구동하지 않고 발전기 역할만 수행하는 구조로 실제 차량은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인다. 평상시에는 순수 전기차와 같은 주행 감각을 제공하고 장거리에서는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GV70 EREV가 완전 충전과 주유를 모두 활용할 경우 900~1000km 안팎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즉각적인 가속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충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REV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러한 시장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 전동화 포기 아닌 투-트랙,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프리미엄 브랜드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제네시스의 전략 변화는 전기차 시대를 포기했다기보다 전동화의 속도를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순수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와 EREV까지 다양해지는 만큼 하나의 구동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모두 갖추겠다는 현실적인 접근에 가깝다.
GV70 하이브리드와 EREV가 예정대로 출시된다면 제네시스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공백을 해소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전동화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이브리드 풀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렉서스와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도 전동화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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