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가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 승용차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Pxhere)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유럽도 중국도 아니다. 자동차를 단숨에 '100% 전기차 시장'으로 바꾸려는 나라가 등장했다. 동남아시아의 소국 라오스가 지난 6월부터 일반 승용차의 휘발유·디젤차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신규 수입이 가능한 승용차는 사실상 전기차뿐이다. 다만 버스와 화물차, 건설장비, 프로젝트용 특수차량 등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라오스는 연간 신차 수요가 4000~5000대 규모에 불과하고 자국 자동차 생산이 전무한 만큼 정부의 수입 규제는 곧 시장 구조를 바꾸는 효과로 이어졌다.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BYD, 체리 등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라오스의 내연기관 퇴출 정책은 환경 규제보다 국가 경제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인구 약 700만 명의 라오스는 자동차 산업이 전무하지만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수력발전에 의존한다. 반면 자동차 연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국내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하고 외화를 들여 수입하는 석유 소비는 줄일 수 있는 주조다. 라오스 정부가 전기차 확대를 탄소중립보다 에너지 안보와 외화 절감 정책으로 접근하는 이유다.
라오스는 수입 제한과 함께 전기차에 대한 지원책도 병행하고 있다. 5만 달러 이하 순수 전기차는 물품세(Excise Tax)를 전액 면제받고 등록비도 대폭 낮아진다. 운송사업자는 올해 말까지 전체 차량의 최소 10%를 전기차로 전환해야 한다.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영 전력회사 EDL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체와 금융기관, 물류기업 등 27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급속충전소와 배터리 교환소 구축, 통합 디지털 플랫폼 개발, 전기차 금융상품 출시 등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예상했겠지만 라오스의 결정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최대 수혜자로 만들었다. 내연기관차 수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라오스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중국 브랜드의 격전지다. 2025년 순수 전기차 판매는 체리가 1위를 차지했고 폭스바겐과 BMW가 뒤를 이었다. BYD와 NETA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BYD가 토요타를 제치고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라오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신차 등록 현황, 브랜드별 점유율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찾기 힘들지만 내연기관 승용차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서 향후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라오스의 실험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비관론은 충전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국민 소득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책의 성패는 전기차를 얼마나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충전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번 내연기관 수입금지 조치를 오는 연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전기차 전환을 위한 시범 단계로 보고 있다. 이 기간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인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라오스의 실험은 전기차 보급, 이를 통한 환경 개선 등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의 풍부한 수력발전을 활용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는 국가 전략이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라오스의 내연기관차 수입 전면 금지 정책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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