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오는 2027년 1월부터 차체에 완전히 매립된 전자식 도어핸들을 불허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 정부도 기계식 비상 도어 해제 장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한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전자식 도어 핸들을 적용한 차량의 안전기준을 전면 손질한다. 특정 제조사의 결함 조사 대신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 제정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전원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도 누구나 쉽게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는 기계식 비상 도어 해제장치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NHTSA는 최근 미국 연방관보(Federal Register)를 통해 2022년형 테슬라 모델3의 비상 도어 해제장치 설계와 관련한 결함 조사 청원을 기각한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문제는 결함 조사보다 새로운 안전기준 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2025년 11월, 정면충돌 사고 후 전원이 차단된 테슬라 모델3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운전자가 NHTSA에 제출한 청원에서 비롯됐다. 이 운전자는 앞좌석의 기계식 수동 도어 해제장치를 찾지 못했고 기계식 해제장치도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아 FMVSS 206를 충족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FMVSS 206(Federal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 No. 206)은 차량 충돌 시 문이 열려 탑승자가 차량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으로 문제는 기계식 비상 도어 해제장치의 위치나 표시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NHTSA는 이 보고서에서 "전원을 사용하는 전자식 도어 핸들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접근 가능한 기계식 도어 해제장치가 없거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없으면 탑승자가 차량에 갇혀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형 테슬라 모델3는 앞좌석에만 기계식 도어 해제 레버가 창문 스위치 앞쪽에 있지만 별도의 표시가 없고 뒷좌석에는 기계식 해제장치 자체가 제공되지 않는다. 사용 방법은 차량 사용설명서에만 안내돼 있으며 평상시에는 전자식 버튼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3 앞좌석에 설치된 기계식 비상 도어 해제 레버. NHTSA는 위치와 식별성을 포함한 새로운 안전기준 마련에 착수했다.(테슬라)
NHTSA가 주목한 부분은 지난해 11월 접수된 또 다른 청원이다. 해당 청원은 특정 차종이 아닌 모든 자동차에 명확하고 직관적인 비상 탈출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FMVSS를 제정해 달라는 내용으로 NHTSA는 이를 받아들여 공식 규칙 제정(rulemaking)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향후 규칙 제정 과정에서는 기계식 비상 도어 해제장치의 설치 여부뿐 아니라 위치, 조작 방식, 식별 표시, 운전자와 탑승자의 접근성 등이 새로운 연방 안전기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최근 확산하고 있는 전자식 플러시 도어 핸들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공력 성능과 디자인을 이유로 전자식 도어 시스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사고로 전원이 차단될 경우 탈출이 어렵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블룸버그는 충돌 후 전원 상실로 문이 열리지 않아 화재가 발생한 사고에서 최소 12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5명이 사망했다고 전해 전자식 도어 핸들에 대한 위험성이 크게 부각됐다. NHTSA 역시 어린이가 테슬라 모델 Y 내부에 갇혔다는 소비자 신고 등을 검토하는 등 전자식 도어 시스템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오는 2027년부터 완전 매립형 전자식 도어 핸들에 대한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중국에 이어 미국도 관련 기준 마련에 착수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도어 설계 변화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NHTSA가 새로운 안전기준을 확정하면 테슬라를 비롯해 리비안, 루시드, 메르세데스 벤츠, BMW, 현대차·기아 등 전자식 플러시 도어 핸들을 적용한 대부분의 제조사는 기계식 비상 해제장치와 도어 개방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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