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토(Li Auto) L9(2022년)이 처음 적용한 '파란색 표시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작동 중임을 주변 차량과 보행자에게 알리는 표시등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잇달아 도입했지만 기존 차량 등화 규정 위반을 이유로 신규 적용이 금지된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파란색 표시등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작동을 알리는 파란색 표시등 이른바 '리틀 블루 라이트(Little Blue Light)'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다음 달부터 신차 형식승인 심사에서 파란색 자율주행 표시등을 장착한 승용차의 제품 등록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국가자동차표준화위원회도 차량 등화 규정인 GB4785의 보완 기준을 마련해 관련 규제를 명문화할 예정이다.
파란색 표시등은 그 동안 관련법규나 마땅한 기준없이 누구나 사용했다. 중국의 현행 국가 표준인 GB4785-2019는 자동차 외부 등화 색상을 백색과 적색, 황색, 호박색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청색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표시등은 별다른 제재 없이 시장에 확산돼 왔다.
파란 표시등은 2022년 8월 리오토(Li Auto)가 플래그십 SUV L9에 처음 적용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후 아이토(AITO), 샤오펑, 니오, BYD 등 주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했고 최근에는 차량 전면 라이트바 전체를 파란색으로 바꾼 차량까지 등장했다.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작동 중이라는 사실을 주변 차량에 알리는 기능이었지만 동시에 첨단 기술 이미지를 강조하는 디자인 요소이자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반면, 파란색 조명이 야간에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방향지시등 또는 긴급차량의 경광등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무엇보다 L2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이 마치 완전한 자율주행차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중국에서는 일부 운전자들이 파란 표시등을 일종의 '면책 신호'처럼 악용하면서 시스템을 과신하도록 유도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아이러니한 점은 중국 정부가 한때 이러한 표시등 도입을 검토했다는 사실이다. 2021년 공개된 국가표준 초안에는 L3 이상 자율주행차에 청록색 계열 표시등을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지만 2025년 확정된 최종 규정에서는 해당 내용이 제외됐다.
완성차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에 들어갔다. 지리자동차는 국가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미 판매한 차량은 정부가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출시되는 차량은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파란 조명을 다른 색으로 변경하거나 기능 자체를 비활성화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부에 자율주행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중국처럼 남용되는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레벨4 자율주행 성능인증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상태를 외부에 알리는 표시 장치에 대한 규정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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