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베이징 모터쇼에 전시된 BMW i7.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에 이어 BMW도 중국 사업 부진에 따른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은 독일 자동차 산업에 '기회의 땅'이었다. 폭스바겐은 1984년 상하이자동차(SAIC)와 중국 최초의 승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중국 시장을 개척했고 한때 현지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서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폭스바겐이 토요타, GM과 함께 세계 완성차 '빅3'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다.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아우디는 중국에서 성공과 권력을 상징하는 브랜드였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늘어난 초고액 자산가들은 포르쉐를 앞다퉈 사들였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중국을 세계 최대 단일 시장으로 키우며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의 초고속 성장 무대였던 중국은 이제 독일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의 진원지로 변했다. 폭스바겐그룹과 메르세데스 벤츠에 이어 BMW까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한때 '희망의 땅'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독일 완성차 3사를 흔드는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BMW가 독일 내 사무직을 중심으로 오는 2027년까지 최대 80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생산직은 제외되며 자연감소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회사는 현재 독일에서 약 8만 4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번 감원은 전체 독일 인력의 약 10%에 해당한다.
BMW는 그동안 독일 완성차 업체 가운데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 온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판매가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2분기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하면서 결국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미 코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포르쉐는 2035년까지 약 9000명을 감축하기로 노사 합의를 마쳤고 폭스바겐과 아우디도 인력 감축과 생산시설 효율화, 모델 축소 등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독일 내 강제 해고를 제한하는 노사협약을 유지하면서도 희망퇴직과 자연감소를 통한 비용 절감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일제히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올해 2분기 중국 판매는 폭스바겐그룹이 36.6%, BMW가 30.2%, 메르세데스 벤츠가 30.0%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한때 외국 브랜드의 독무대였던 중국 시장은 BYD를 비롯한 현지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시장에서 해외 합작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0년 60%를 웃돌던 수준에서 지난해 30% 안팎으로 반 토막이 났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 역시 그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GM, 포드,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중국 판매 부진에 대응해 공장 폐쇄와 생산능력 축소, 조직 개편 등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진행했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독일 완성차들이 뒤늦게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부담, 전기차 수익성 악화, 글로벌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독일 자동차 산업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과거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중국이 이제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