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8세대 완전변경 '디 올 뉴 아반떼'의 국내 판매를 앞두고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현대차)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현대자동차가 8세대 완전변경 '디 올 뉴 아반떼'의 국내 판매를 앞두고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반떼가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사라진 준중형 세단 시장을 사실상 독주하는 가운데 신형 모델의 역할은 기존 수요를 흡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형 SUV로 이동한 첫차 고객을 다시 세단으로 끌어오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아반떼와 대등하게 경쟁할 국산 모델은 사실상 존재 하지 않는다. 기아가 2024년 'K3' 판매를 종료하고 후속 모델 'K4'도 국내에 출시하지 않으면서 신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준중형 세단은 사실상 아반떼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리고 경쟁 없는 독주 체제를 이어온 아반떼가 시장에서 확보한 차급 내 입지는 이전보다 더욱 확고해 졌다. 지난해 판매 실적을 보면 아반떼는 국내에서 7만 9335대가 판매돼 '그랜저'와 '쏘나타'를 제치고 현대차 세단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런 아반떼의 존재감은 SUV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도 월평균 약 6600대 가량을 판매하며 대중 세단의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경쟁 상태 없는 아반떼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형 모델의 역할은 기존 수요를 흡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형 SUV로 이동한 첫차 고객을 다시 세단으로 끌어오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현대차)
다만 올해 들어서는 완전변경을 앞둔 대기 수요와 생산 차질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현대차가 발표한 월별 실적을 합산하면 아반떼의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총 2만 8668대, 6월 판매량은 4316대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출시되는 신형 아반떼의 진짜 경쟁 상대는 결국 동일 차급의 세단이 아니다. '셀토스'와 '코나', '트랙스 크로스오버'처럼 비슷한 가격대에서 넓은 공간과 높은 시야를 제공하는 소형 SUV가 잠재 고객을 흡수하고 있고, 구매 예산을 조금 늘리면 '쏘나타'와 중형 SUV의 하위 트림까지 비교 대상에 들어온다.
이런 시장에서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의 차체와 실내 공간을 확대한 것은 준중형 세단의 한계를 줄이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전장은 기존보다 55mm 늘어나고 전폭과 휠베이스는 각각 30mm 확대됐으며, 트렁크는 479리터의 적재 용량을 확보했다. SUV가 아니더라도 일상과 가족용 차량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구성이다.
안전과 주행 성능을 차급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형 아반떼는 차체 평균 인장강도를 718MPa로 높이고 현대차 최초로 전자식 변속 레버 P단 긴급제동과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를 적용했다. 이 같은 사양은 첫차나 경제성을 우선하는 차량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주력 차량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반떼는 지난해 국내에서 7만 9335대가 판매돼 '그랜저'와 '쏘나타'를 제치고 현대차 세단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현대차)
판매 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하이브리드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신형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을 기존보다 16마력 높은 157마력으로 높이고, 17인치 휠 기준 연비는 약 10%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전기차 구매가 부담스럽고 내연기관 연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아반떼의 평균 판매 가격과 수익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SUV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세단 특유의 연료 효율을 유지하면서 상위 편의 사양을 선택하려는 고객이 늘면 현대차 역시 판매량과 제품 구성 개선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인공지능 에이전트 '글레오 AI'의 적용은 기존 완전변경 모델과 구분되는 또 다른 변화다. 현대차가 플래그십뿐 아니라 대중차인 아반떼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적용한 것은 젊은 고객에게 새로운 기술을 노출하고, 차량 판매 이후에도 업데이트와 앱 서비스를 통해 관계를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신형 아반떼 판매 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하이브리드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현대차)
아반떼가 첫차로 유입된 고객을 향후 '투싼'과 '싼타페', '그랜저', 제네시스 등 상위 모델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도 신형 모델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당장의 판매 수익보다 현대차 브랜드를 처음 경험하는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엔트리 모델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차급을 넘어선 상품성 강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아반떼의 강점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준중형 세단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이나 첨단 기술뿐 아니라 부담 가능한 가격과 유지비에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중형 세단이나 소형 SUV와 가까워지면 넓어진 차체와 추가된 기능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신형 아반떼의 성패는 경쟁 세단을 이기는 데 있지 않다. 이미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는 비교할 상대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SUV 중심 시장에서 세단의 효율과 주행 안정성, 가격 경쟁력을 다시 설득하고 첫차부터 가족용 차량까지 수요층을 넓힐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과제다.
신형 아반떼의 성패는 SUV 중심 시장에서 세단의 효율과 주행 안정성, 가격 경쟁력을 다시 설득하고 첫차부터 가족용 차량까지 수요층을 넓힐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현대차)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 역시 단기적인 판매 증가보다 대중 세단 시장의 유지와 신규 고객 확보에 있다. 상품성을 높이면서도 접근 가능한 가격을 지켜낸다면 아반떼는 사라져가는 준중형 세단 시장의 마지막 모델이 아니라, 해당 시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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