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혁신' 그 자체였다. 뛰어난 기술력과 과감한 도전, 그리고 일론 머스크라는 상징적인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이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니 크게 약화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 판매량이 절반 이상 급감했고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는 BYD에 내줬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제품도, 가격도, 경쟁사도 아닌 '머스크 리스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최근 유럽 극우 세력이 사용하는 '리마이그레이션(Remigration)' 게시물에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반역자"라는 댓글과 함께 '100점' 이모지를 남겨 논란의 중심에 섰다. 리마이그레이션은 이민자와 일부 시민권자를 출신 민족을 기준으로 대규모 송환해야 한다는 극우 정치권의 구호다.
한국의 기업 오너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지 않고 극우 성향의 사이트나 SNS 등에 이런 식의 게시글을 올렸다면 대통령이 나서고 정치권의 비난 공세로 최소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문을 닫아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서 영화 '오디세이'의 흑인 배우 캐스팅을 두고도 머스크는 "반(反)백인 인종차별"이라며 "역사적으로 정확한 오디세이를 AI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에 '역사적 정확성'을 들고나온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인종 문제를 바라보는 그의 편협한 시각이 논란이 됐다.
머스크의 극우 성향은 하루 이틀의 일로 드러난 것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백인 연대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취지의 게시물에 '100점' 이모지를 남겼다. 더 섬칫한 것은 이후에도 '백인 학살(White Genocide)' 음모론이나 반이민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공유하면서 백인 우월주의에 힘을 실었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반복적인 언행은 이러한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논란은 테슬라를 넘어 머스크가 이끄는 다른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혐오 표현이 증가했다는 주장과 함께 최근에는 자신을 비난하는 게시글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댓글을 달기도 있다.
xAI의 생성형 AI '그록(Grok)' 역시 반유대주의 콘텐츠 생성과 나체 이미지 합성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한 때 머스크의 돌발 행동은 테슬라를 무료로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주요 언론과 투자업계는 그의 정치적·사회적 행보가 브랜드 가치와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자동차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대표적인 소비재다. 특히 전기차는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친환경 가치와 기업 철학, 브랜드 이미지까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최고경영자의 사회적 발언이 다른 산업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슬라의 최근 판매 부진을 모두 머스크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무리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의 정치적·사회적 논란이 이러한 악재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그가 인종차별을 하든, 극우 성향이든, 반유대주의자든 무한 애정으로 테슬라를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지도 모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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