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에 소총을 난사하고 있다. 차 안에 있던 운전자는 차량을 이동시키지 못하고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x.ScopeReport 영상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아이다호주 트윈폴스(Twin Falls)의 한 인앤아웃(In-N-Out) 매장 주차장. 지난 1일(현지시간) 점심시간을 맞아 사람들로 붐비던 이곳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AR 계열 소총으로 추정되는 무기를 든 용의자가 갑자기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현장은 비명과 혼란으로 뒤덮였다.
사람들은 몸을 숙여 건물 안으로 뛰어들거나 차량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대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차장 한켠에 있는 슈퍼차저에서 충전을 하던 테슬라 택시 운전자 테리 더들리(Terry Dudley)는 총알이 날아 오는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차량은 충전 케이블에 연결된 상태였고 커넥터는 충전이 진행되는 동안 차량에 물리적으로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차량을 움직이려면 충전을 종료하고 잠금을 해제한 뒤 케이블이 분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총탄이 날아드는 긴박한 순간, 그 몇 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충전 중이던 테슬라 운전자도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총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총격 사건을 넘어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인 취약성을 전 세계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많은 운전자들은 전기차 충전 중에도 언제든 차량을 출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급속 충전이 시작되면 충전 커넥터는 차량 충전구에 고정된다. 이는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상태에서 커넥터가 임의로 분리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감전이나 아크(Arc) 방전, 장비 손상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NACS와 CCS, J1772 등 현재 사용되는 주요 충전 규격 모두 동일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운전자는 차량 화면이나 버튼으로 충전을 종료하고 잠금을 해제한 뒤에야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평상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격뿐 아니라 차량 돌진 사고, 인근 차량 화재, 배터리 열폭주, 가스 누출, 건물 붕괴 위험 등 즉시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내연기관 차량은 시동을 걸고 곧바로 이동할 수 있지만 충전 중인 전기차는 안전을 위해 설계된 잠금장치가 오히려 탈출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된다.
업계에서는 제조사와 충전 사업자가 함께 구현하는 '비상 분리(Emergency Disconnect)' 기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전자가 차량 안에서 비상 버튼을 누르거나 특정 절차를 수행하면 충전 전력을 즉시 차단하고 충전 커넥터 잠금을 해제한 뒤 차량이 곧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비상 분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기적 안전성 확보와 충전기 손상 방지, 오작동과 악용을 막기 위한 인증 절차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충전 안전이 감전과 화재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긴급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현장을 벗어날 수 있는가' 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고 지적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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