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총판매는 66만 9314대로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했다(현대차)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국내 완성차 5개사의 7월 판매 실적은 겉으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총판매에서 66만 9314대로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하고 기아의 두 자릿수 뚜렷한 성장세 등이 오히려 눈에 띄었다.
다만 이번 판매 증가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해외 판매는 4.8% 늘어난 반면 내수 판매는 2.8% 감소하며 국내 시장은 여전히 위축되면서 수출이 이를 떠받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지난달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달간 완성차 판매 실적을 보면 내수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반면 해외 판매는 꾸준히 전체 실적을 방어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판매가 늘어난 달에도 수출이 중심이었고, 판매가 감소한 달에도 내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GM 한국사업장 역시 생산 물량 대부분을 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수익성 역시 국내보다 해외가 높아, 기업 입장에선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 신차와 생산 물량을 우선 배분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소비자의 존재감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산차 판매는 국내 시장은 여전히 위축되면서 수출이 이를 떠받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르노코리아)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신차를 보면 대부분 중형 이상 SUV이거나 하이브리드 모델, 고급 트림 중심이다. 상품성은 높아졌지만 가격 역시 크게 올랐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대형 디스플레이, 각종 편의사양이 기본화되면서 차량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했고, 소비자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구매 비용도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줄고 있다. 경제적인 가격대의 모델은 점차 사라지고, 신차를 선택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고금리와 경기 둔화, 생활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실제 7월 판매 실적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아는 국내 판매가 21.3%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지만 현대차는 14.4% 감소했고, KG모빌리티는 41.4%, 르노코리아는 57.4% 감소했다. 브랜드별 희비는 엇갈렸지만 전체 내수 시장은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해외 판매는 기아가 11.6%, GM 한국사업장이 33.3% 증가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전체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물론 내수 부진을 모두 완성차 업체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자동차 구매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악화, 높은 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에 있다. 전기차 캐즘과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국산차 5개사의 판매 실적은 우리 자동차 산업이 여전히 해외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시장이라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기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 시장의 역할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국내 시장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신차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시험무대이자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 기반이다. 내수가 지속적으로 위축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자동차 산업 전반의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 성과가 국내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확대하고, 소비자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상품과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 역시 글로벌 경쟁력만큼 중요하다.
최근 국산차 5개사의 판매 실적은 우리 자동차 산업이 여전히 해외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시장이라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해외 판매 확대와 함께 국내 소비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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