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카레라 S (MT 패키지)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운전대와 페달이 사라진 로보택시가 등장한 세상에도 손과 발로 전달되는 자동차의 감성에 대한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멸종되다시피 한 수동변속기 차량이 지금도 일부 남아 소수의 마니아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민하고 정밀하게 다뤄야 진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스포츠카 역시 기계적 장치를 전자화하면서 복잡했던 내부 장치들이 단순해지고 운전자에게 요구하는 동작도 줄어들고 있다. 시동을 걸고 나면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것 외에 운전자가 개입할 영역이 크게 줄어든 것이 요즘 자동차와 운전의 모습이다.
람보르기니는 수동변속기를 완전히 포기했다. 페라리는 감성만 재현하는 변질된 수동변속기를 탑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수동변속기를 고집하는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포르쉐를 비롯해 토요타, 닛산, 혼다, 스바루, 현대차 등은 일부 모델을 통해 수동변속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포르쉐는 수동변속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유지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911은 수동변속기 선택권을 꾸준히 남겨두며 아날로그 스포츠카를 원하는 운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포르쉐 911 카레라 S (MT 패키지)
포르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몬터레이 카 위크(Monterey Car Week)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8단 PDK만 제공했던 911 카레라 S에 6단 수동변속기를 다시 추가했다. 992.2 세대 출시 당시 8단 PDK 전용으로 운영됐던 911 카레라 S에 'MT 패키지'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북미 전용 사양이다.
911 카레라 S MT 패키지는 후륜구동으로만 제공된다. 여기에 리어 액슬 스티어링, 차체 지상고를 10mm 낮추는 PASM 스포츠 서스펜션, 호두나무 기어 레버,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전용 배기 튜닝 등을 기본 적용했다.
911 카레라 S 최초로 센터 록 휠도 기본 사양이다. 기존 911 카레라 S 휠보다 17파운드(약 7.7kg) 이상 가볍고, 4방향 스포츠 시트 플러스와 블랙 트림 티타늄 배기구, 스포츠디자인 프런트 페시아 등도 기본 적용된다. 후면에는 북미 고객들의 선호를 반영한 빨간색 'S' 레터링을 적용했다.
파워트레인은 3.0ℓ 트윈터보 수평대향 6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473마력(약 480PS)을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3327파운드(약 1509kg), 전륜 408mm, 후륜 380mm 주철 디스크와 전륜 6피스톤·후륜 4피스톤 고정식 캘리퍼로 구성한 브레이크는 짜릿한 질주의 맛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포르쉐 911 카레라 S (MT 패키지)
이번 911 카레라 S MT 패키지의 의미는 단순히 수동변속기 하나를 추가했다는 데 있지 않다. 포르쉐는 북미 911 라인업에서 현재 7개 사양에 전통적인 수동변속기를 제공한다. 911 카레라 T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시작으로 911 GT3, 911 GT3 투어링 패키지, 911 GT3 S/C,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911 카레라 S MT 패키지의 쿠페와 카브리올레까지다.
이는 자동변속기의 효율과 빠른 변속 성능을 포기하더라도 운전자와 자동차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을 원하는 고객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르쉐 카스 북미 CEO 티모 레슈는 "클러치와 기어 레버를 직접 다루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이를 대신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수동변속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 역시 빨라지면서 운전에서 인간의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포르쉐는 오히려 세 개의 페달과 6단 기어 레버를 통해 운전자가 직접 개입하는 즐거움, 손맛과 발맛을 느낄 수 있도록 수동변속기를 911의 한 축으로 남겨 놓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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