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중 도로 경계 표시인 볼라드를 인지한 테슬라 로보택시가 몇 차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더니 그대로 치고 달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위험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영상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장애물을 못 본 게 아니었다. 멈추고 확인하고 후진도 시도했다. 다시 앞으로 움직이기를 반복하던 테슬라 로보택시는 결국 눈앞에 놓인 도로 경계용 플라스틱 볼라드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상태로 주행하던 테슬라 로보택시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교차로에서 차량 통행이 차단된 구간을 막고 있던 볼라드를 들이받고 통과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고 영상은 당시 조수석에 탑승한 이용자가 촬영해 17일(현지 시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 차량은 교차로에서 일반적인 주행 경로를 벗어나 차량 진입이 막힌 삼각형 형태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해당 구간은 유연한 플라스틱 기둥으로 차단돼 있었고 현지 스트리트뷰를 통해 이 시설물이 최소 2024년 2월부터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로보택시는 볼라드 앞에서 한 차례 멈춘다. 이후 조금 전진했다가 후진하고 다시 전진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한동안 멈춰 있던 차량은 결국 방향을 틀어 장애물을 피하는 대신 그대로 앞으로 밀고 나갔다. 영상에서는 볼라드와 차량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린다. 당시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었다.
문제는 카메라나 센서가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로보택시는 장애물을 발견했고 실제로 여러 차례 정지했다. 눈앞에 무엇인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이 센서의 ‘인지’에서 그 다음 단계인 ‘판단’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테슬라는 웨이모처럼 사전에 구축된 정밀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 주행 과정에서 도로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번 상황에서도 차량이 우회전 차로로 잘못 판단해 진입한 뒤 스스로 잘못 들어온 공간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가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테슬라가 로보택시의 자율주행 안전성을 자신 있게 강조한 직후 발생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AI 부문 부사장 아쇼크 엘루스와미는 최근 비감독 로보택시가 38만 마일 이상을 주행했으며 ‘주목할 만한 사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로보택시 프로그램의 안전 기록을 ‘완벽하다(impeccable)’까지 표현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사고가 발생했느냐’보다 ‘어떤 판단을 했느냐’가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볼라드는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이번 충돌로 사람이 다치거나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은 판단이 콘크리트 방호물이나 공사장 차단시설, 사람이 뒤에 있는 임시 펜스로 이어진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차량이 장애물을 발견하고도 최종적으로 충돌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센서 오류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테슬라는 원격 지원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어 이번 영상만으로 원격 운용자가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도 휴스턴에서 테슬라 원격 운용자가 막다른 길에 들어선 로보택시를 빼내려다 나무 그루터기와 충돌한 사례가 있었다.
테슬라는 이달 말부터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는 2인승 전용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오스틴 도로에 투입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캡에는 이번에 사고를 낸 로보택시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눈앞의 장애물을 발견하는 능력 이상으로 장애물 앞에서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영상은 로보택시가 인간 운전자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차가 아니라 낯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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