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해왔던 기존 제조사들의 존재감이 희미해 지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100년 가까이 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 온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의 최근 판매 실적이 존재감이 약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7월 한 달간 전 세계 전동화 차량 판매는 약 180만 대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BEV)는 약 130만 대다. 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합친 전기차 점유율은 27%에 달했다. 주목할 것은 전기차 판매 톱20 모델 순위에 전통 완성차 업체의 모델은 토요타 bZ4X(1만 2632대)가 유일했다는 점이다.
1위는 7만 7405대를 기록한 테슬라 모델 Y다. 주목할 것은 2위부터 10위까지를 BYD, 지리, 립모터, 샤오미 등 중국계 업체들이 사실상 독식했다는 점이다. 상위 20개 모델 목록에서 전통 OEM 모델은 토요타 bZ4X가 유일했다.
브랜드별 실적도 다르지 않다. BYD가 35만 663대로 1위를 차지했고 지리 10만 7797대, 립모터 10만 1267대, 테슬라가 9만 8772대로 뒤를 이었다. 폭스바겐은 5만 505대, 토요타는 5만 415대 기아는 4만4867대, 현대차는 2만 8634대로 순위가 밀려났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점유율을 보면 중국 OEM의 성장세는 더 무섭게 다가온다. BYD는 19.8%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고 지리도 9.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11년 된 신생 업체 립모터는 4.1%로 현대차·기아와 동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6위 OEM로 올라섰다.
중국 브랜드의 성장이 내수 규모때문이라는 것도 착각이다. 7월 BEV 판매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지만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무려 61%나 증가했다. 전기차가 더 이상 일부 시장이나 특정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업체들이 단순히 저가 전기차만 앞세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BYD와 지리뿐 아니라 립모터, 샤오미, 샤오펑, 지커 등 다양한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전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 맞닥뜨린 위기의 본질은 단순히 ‘전기차를 얼마나 팔았느냐’가 아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의 규칙이 바뀌고 있는데도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느냐에 있다.
수십조 원의 투자 계획과 거창한 전동화 로드맵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가격과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를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내놓느냐가 승부의 핵심이다. ‘누가 더 좋은 차를 만드느냐’보다 누가 더 싸고, 빠르고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느냐의 싸움이다.
100년 역사가 만들어낸 전통의 가치는 분명하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 방정식을 누가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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