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 판매에서도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현대차)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 판매에서도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현대차와 기아의 8월 미국 판매를 최근 발표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 전략과 비교하면 전기차 일변도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까지 전동화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현대차 판단이 현재 미국 시장의 흐름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8월 현대차 미국 판매는 8만 6977대로 전년 동월보다 2%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는 전년 대비 33% 증가하며 역대 8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현대차)
#하이브리드 급증·전기차는 주춤 '엇갈린 8월 판매'
지난 8월 현대차 미국 판매는 8만 6977대로 전년 동월보다 2% 감소했다. 전체 판매는 소폭 줄었지만 하이브리드는 전년 대비 33% 증가하며 역대 8월 최고 기록을 세웠고 전체 현대차 판매의 29%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 비중도 34%까지 올라갔다.
기아에서는 하이브리드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8월 전체 판매는 8만 3793대로 1% 증가하며 역대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고 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보다 99% 급증했다. 전체 전동화 모델 판매 역시 36% 늘었다.
반대로 순수전기차 판매는 크게 흔들렸다. 아이오닉 5는 3818대로 51%, 아이오닉 6는 28대로 97%, 아이오닉 9은 589대로 42% 감소했다. 기아에서도 EV6는 712대로 지난해 1796대에서 크게 줄었고 EV9 역시 2679대에서 1789대로 감소했다. 한 달 판매만으로 미국 전기차 수요 전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와 전동화 비중 60%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북미에서는 시장점유율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신차 라인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꼽았다(현대차)
#인베스터 데이서 이미 나온 답 'HEV·EREV로 선택지 확대'
이런 판매 흐름은 현대차가 불과 며칠 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북미 전략과 정확히 겹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와 전동화 비중 60%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북미에서는 시장점유율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신차 라인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꼽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전동화를 더 이상 순수전기차 판매 확대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물량을 늘리고 시장별 특성에 맞는 신규 HEV 모델을 투입하는 동시에 EREV까지 추가해 소비자가 원하는 전동화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관련 재료비를 20% 절감하고 물량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도 확보할 계획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당장의 판매 추세를 보면 미국 시장에서 이런 전략은 특히 현실적으로 보인다. 장거리 이동이 많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사용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연료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기차 구매를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소비자까지 전동화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대차 투싼은 8월 2만 1197대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역대 8월 최고 판매를 기록했고 싼타페도 1만 3512대로 5% 증가했다(현대차)
실제 잘 팔리는 차종 역시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현대차 투싼은 8월 2만 1197대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역대 8월 최고 판매를 기록했고 싼타페도 1만 3512대로 5% 증가했다. 기아에서는 스포티지가 1만 8723대로 4%, 쏘렌토가 9880대로 15% 가까이 증가했다. 모두 미국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SUV이면서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존재하는 핵심 차종이다.
현대차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미국에 EREV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CEO 인베스터 데이에선 싼타페 EREV가 북미 전략 모델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전기모터가 주행을 담당하면서 엔진을 활용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은 순수전기차의 주행 감각과 장거리 이동 편의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미국 소비자를 겨냥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현재 약 60%인 현지 부품 조달률을 2030년까지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현대차)
#현지 생산·공급망까지 미국 맞춤형으로 전환
생산과 공급망도 이런 전략을 뒷받침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현재 약 60%인 현지 부품 조달률을 2030년까지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내 생산 확대는 단순히 관세 대응 차원을 넘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하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달 현지 판매에서 읽히는 핵심은 결국 전기차의 실패가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전동화 선택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다. 전기차만 원하는 것도, 내연기관으로 돌아가려는 것도 아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충전 부담이 적고 연비 개선 효과가 즉각적으로 체감되는 하이브리드가 그 사이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이 결과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전동화 수준을 얼마나 다양한 제품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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