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익 창업자 데이비드 뷰익(David Buick).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12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모태가 된 핵심 브랜드 ‘뷰익(Buick)’이 마침내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GM 한국사업장은 오는 30일 뷰익의 국내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신차 공개와 함께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국 상륙의 선봉장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파생 모델로 부평 공장에서 생산하는 쿠페형 크로스오버(CUV) ‘엔비스타(Envista)’ 또는 '앙코르 GX(Encore GX)'가 유력하다. 특히 엔비스타는 최근 국내 도로에서 위장막 테스트카가 잇달아 포착된 데다 꾸준히 늘어나는 내수 SUV·크로스오버 수요와 맞물리며 첫 주자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뷰익의 상륙은 내수 부진에 빠진 GM 한국사업장의 판매 볼륨을 끌어올릴 핵심 구원투수가 될 전망이다. 과거 중장년층의 드림카로 통했던 뷰익은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니어 럭셔리(Near-Luxury)’로 거듭났다.
새롭게 변신한 뷰익이 대중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의 틈새를 정조준해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면서 GM 한국사업장의 내수 부진을 털어내는 역할을 할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드보다 앞선 120년 역사... GM 제국 세운 뿌리
뷰익은 1903년 데이비드 뷰익(David Buick)이 설립한 브랜드로 미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제조사다. 포드와 설립 연도는 1903년으로 같지만 5월에 회사를 세운 뷰익이 6월에 출범한 포드보다 한 달 먼저 사업을 시작했다.
뷰익의 첫 양산차 '모델 B'. (오토헤럴드 DB)
초기 뷰익의 위상은 기술 혁신 그 자체였다. 특히 당시 자동차 기술의 일대 전환점이었던 오버헤드 밸브(OHV) 엔진은 이전까지 내연기관의 고질적 단점으로 지적돼 왔던 낮은 연소 효율과 출력을 밸브를 실린더 상단에 배치하는 혁신적 설계로 대폭 끌어올리며 초기 내연기관의 한계를 단숨에 깨뜨렸다.
훗날 OHC와 DOHC로 이어지는 현대 자동차 엔진 구조의 결정적 기틀이 된 엔진이다. 뷰익이 거둔 눈부신 성공을 바탕으로 윌리엄 듀런트가 1908년 제너럴 모터스(GM) 그룹을 출범시켰다. 사실상 GM 제국을 태동시킨 실질적 모태이자 뿌리인 셈이다.
그럼에도 창업자 데이비드 뷰익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혁신적인 엔지니어였던 데이비드 뷰익은 오버헤드 밸브(OHV) 엔진을 상용화하며 초기 성공을 거뒀으나, 사업 수완의 한계로 초기 경영난을 겪다 윌리엄 듀런트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넘겨줘야 했다.
이후 석유 시추와 부동산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며 헨리 포드나 듀런트와 같은 막대한 부를 쌓지 못한 채 점차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자동차가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차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그는 1929년 74세를 일기로 쓸쓸하고 가난하게 생을 마감했다.
‘장년층 세단’ 벗고 2030 끌어안은 대변신
오랜 세월 북미 시장에서 뷰익은 뛰어난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앞세워 은퇴 세대나 장년층이 선호하는 보수적인 세단 브랜드로 통했다. 국내에서도 미국에서 장기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60~70대에게 뷰익은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갖고 싶은 차로 인식돼 왔다.
뷰익 엔비스타. (뷰익)
그러나 최근 엠블럼을 미래지향적인 3색 실드(트라이 실드)로 교체하고 전통적인 세단을 과감히 단종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라인업 전체를 세련된 SUV와 크로스오버로 재편하고 날렵한 패스트백 실루엣과 고급 마감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북미 시장에서는 2030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 소비자의 유입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트렌디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극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뷰익 현재 북미 라인업은 엔트리 크로스오버 엔비스타를 시작으로 소형 앙코르 GX와 준중형 인비전, 준대형 3열 패밀리 SUV 엔클레이브로 구축돼 있다. GM 그룹 내에서는 대중 브랜드 쉐보레보다 고급스럽고 플래그십 럭셔리 캐딜락보다는 접근 문턱을 낮춘 ‘니어 럭셔리(Near-Luxury)’ 포지션을 담당한다.
‘부평 생산’ 이점 안은 엔비스타... 내수 틈새 파고든다
한국 시장의 첫 주자로 유력한 엔비스타는 디자인 감각과 생산 최적화라는 현실적 강점을 두루 갖췄다. 엔비스타는 이미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던 핵심 전략 차종이다.
뷰익 엔비스타 실내. (뷰익)
이미 검증된 국내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은 물론 부품 수급과 신속한 출고 대응이 가능하다. 경비 절감을 통해 납득할 만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최근 주춤한 내수 판매 볼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국내 소형·준중형 SUV 시장은 기아 셀토스와 현대차 코나 등 국산 대중차가 견고한 점유율을 쥐고 있다. 엔비스타는 이들 대중차와 엔트리 수입 SUV 사이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120년을 이어온 엔지니어링 헤리티지와 특유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정숙성, 최상위 고급 트림 ‘아베니어(Avenir)’의 감성 품질을 앞세운 뷰익이 GM 한국사업장의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와 맞물려 국내 시장에 새로운 프리미엄 대안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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