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미국 판매 전시장 전경.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판매량이 포드를 제치고 GM, 토요타에 이어 사상 처음 빅3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이 미국 자동차 시장 진출 이래 사상 처음으로 포드(Ford)를 제치고 분기 판매 기준 ‘톱3(Top 3)’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디트로이트 완성차 업체들이 대형 내연기관차에 치중하는 사이, 탄탄한 하이브리드(HEV) 풀 라인업을 앞세운 현대차그룹이 미국 안방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유통·시장조사 기관인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3분기 미국 신차 판매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3분기(7~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51만 1421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전통의 강호 포드는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50만 4172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전망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Toyota)에 이어 미국 자동차 시장 3위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현대차그룹과 포드의 순위가 역전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다.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48달러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대형 픽업트럭·SUV에서 연비 효율이 높은 친환경차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쏘나타,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세단부터 중대형 SUV, MPV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보해 시장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포드의 하이브리드 선택지는 매버릭과 F-150 일부 트럭에 머물러 있다. GM 역시 콜벳 하이브리드 모델 외에는 대중적인 풀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에린 키팅(Erin Keating) 수석 애널리스트는 "소비자의 현재 눈높이와 요구에 맞춘 차종을 제때 내놓지 못하면 그 빈자리는 발 빠르게 준비된 다른 제조사가 차지하게 된다"며 "디트로이트 완성차 제조사들의 내연기관 치중 제품 전략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포드는 콕스오토모티브의 전망에 대해 8월 누적 판매 기준으로는 여전히 자신들이 앞서고 있다며 방어에 나섰다. 포드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전망치는 현대차, 기아, 그리고 GM 등이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수입 차량의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관세와 환율, 인건비, 공급망 측면에서 한국에서 제조해 들여오는 것이 미국 내 생산보다 훨씬 유리한 구조"라며 콕스오토모티브의 분석 보고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생산 기지의 유불리를 떠나 시장이 원하는 고효율 차종을 적기에 투입한 유연한 상품 전략을 펼친 현대차그룹의 승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드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여유로운 입장이다.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포드를 넘어서는 것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며 고객에게 최고 품질의 안전한 차량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기록적인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3분기 전망에서는 1위 GM과 2위 토요타의 격차도 급격히 좁혀졌다. GM은 3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5.2% 줄어든 67만 1706대로 예상된 반면, 하이브리드 최강자인 토요타는 2.2% 늘어난 64만 2707대를 기록해 양사 격차가 3만 대 이내로 좁혀질 전망이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도 양사의 차이는 12만 대 수준에 불과해 2021년 공급망 대란 이후 토요타가 사상 두 번째로 GM의 연간 판매량을 추월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편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미국 전체 신차 수요 전망치를 기존보다 약 2% 상향 조정한 1610만 대 수준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반의 소비 심리가 견조하게 버텨주는 가운데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한 한·일 완성차의 질주와 미국 토종 빅3의 방어전이 올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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