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모터쇼 프레스데이를 하루 앞둔 11일 아침, 파리 시내 호텔 앞에 영국 번호판을 단 지커 7GT와 AITO 대형 SUV가 줄지어 서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2026 파리모터쇼' 프레스데이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아침, 프랑스 파리 시내 한 호텔 앞에는 중국차 브랜드 차량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 번호판을 단 지커 '7GT'와 아이토(AITO)의 대형 SUV 등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모터쇼 관계자로 보이는 인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었다.
일부 차량에는 QR코드가 포함된 안내물이 부착돼 있었으며 여러 대가 함께 대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모터쇼를 앞두고 마련된 미디어 시승 또는 관계자용 차량으로 추정된다.
지커는 올해 파리모터쇼에 처음 참가해 '001'과 'X', '7X', '7GT' 등 유럽 판매 라인업을 전시한다. 여기에 유럽 최초 공개 신차와 차세대 전동화 기술도 소개하며 유럽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화웨이의 기술 지원을 받는 세레스그룹의 프리미엄 전동화 브랜드 아이토 역시 이번 모터쇼를 유럽 시장 진출의 주요 무대로 삼았다. 아이토는 유럽을 겨냥한 프리미엄 전기 SUV 4종을 선보일 예정이며 현재 1% 미만인 해외 판매 비중을 향후 3년 안에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파리 시내 호텔 앞에 세워진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7GT. 차량 측면에는 시승 안내용으로 추정되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모터쇼 개막을 앞둔 호텔 내부에서도 중국어를 사용하는 방문객과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앞서 샤를드골공항 입국장에는 샤오펑과 덴자의 대형 광고가 설치되는 등 공항에서 호텔, 전시장 주변까지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실제 파리 도로에서 마주한 자동차들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시내와 외곽 도로에서는 중국 브랜드 차량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고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 등 프랑스 브랜드가 여전히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번 모터쇼에 역대 가장 많은 20개의 중국 브랜드가 참가하는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다.
실제 프랑스 시장에서 중국차 판매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기존 완성차 업체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가스구(Gasgoo)에 따르면 지난 9월 프랑스 승용차 신규 등록은 15만 6629대로, 이 가운데 중국 브랜드는 1만 2680대가 등록돼 점유율 8.1%를 기록했다.
중국 브랜드 중에서는 BYD가 3972대로 가장 많았고 체리그룹의 제이쿠 'J5'는 1408대가 등록됐다. 같은 기간 르노는 2만 8844대, 푸조는 1만 9153대, 시트로엥은 1만 1897대를 기록하는 등 프랑스 브랜드가 여전히 시장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차가 신차 판매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도로에서 체감되는 비중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올해 파리모터쇼는 중국 업체들이 신차와 기술을 앞세워 유럽 소비자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무대인 동시에 관세와 현지 생산 요건, 유통망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다만 유럽 내에서도 영국 시장은 프랑스보다 중국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9월 영국 신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약 23%까지 상승했으며 체리그룹의 제이쿠 '7'은 1만 813대가 등록돼 전체 신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테슬라 '모델 3'와 포드 '푸마'를 제친 결과다.
영국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어서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EU의 추가 상계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중국 브랜드들은 이러한 시장 환경과 현지 판매망 확대를 바탕으로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SUV까지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은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와 별도로 업체별 최대 35.3%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일반 하이브리드 판매를 확대하자 EU의 견제 역시 전동화 차량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시장에서 중국차 판매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기존 완성차 업체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지난 9일에는 유럽연합과 중국이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EU 수출 규모를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한 점도 눈에 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시행될 경우 향후 4년간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 수입이 수백만 대 감소할 수 있다.
한편 올해 파리모터쇼는 중국 업체들이 신차와 기술을 앞세워 유럽 소비자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무대인 동시에 관세와 현지 생산 요건, 유통망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호텔 앞에 줄지어 선 중국차와 파리 도로에서 좀처럼 마주치기 어려운 중국차의 대비는 유럽 진출 속도와 실제 시장 정착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보여준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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