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발표한 ‘동적 무선 전력 전송(DWPT, Dynamic Wireless Power Transfer)’ 시스템 개요. 전기차가 달리면서 도로의 무선 충전 패드를 이용해 충전을 할 수 있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달리는 전기차를 멈추지 않고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단순한 ‘가격 인하’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넘어 충전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인프라 기술 전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누가 더 빠르게 전력을 채우고 더 멀리 갈 수 있는지가 전기차의 상품성을 가르는 절대 기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여전히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와 기나긴 충전 대기 시간은 전기차 운전자들이 꼽는 가장 큰 불만 요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명절 연휴마다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앞에 차량 수십 대가 엉켜 서너 시간씩 대기하는 충전 대란이 벌어지며 전기차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 중국 초급속 충전에 ‘주행 중 무선 충전(DWPT)’ 대응
충전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진영이 메가와트(MW)급 초고출력 급속 충전과 ‘4분 충전’ 같은 속도전으로 치고 나가는 사이, 유럽과 일본 등은 아예 차를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 충전하는 혁신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혼다는 도로 표면 아래에 충전 설비를 매립해 주행 중인 차량에 전력을 무선 전송하는 ‘동적 무선 전력 전송(DWPT, Dynamic Wireless Power Transfer)’ 기술을 공개했다. 지난 2021년부터 약 5년간 축적해 온 기술을 기반으로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 코퍼레이션(Taisei Corporation), 다이세이 로텍(Taisei Rotec)과 손을 잡고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 지리(Geely)자동차는 단일 충전기 기준 최대 2.2MW 출력을 지원하는 초고출력 인프라와 함께 AI 기반 배터리 열화 제어 기술을 최근 공개했다. (지리자동차)
DWPT의 작동 원리는 ‘도로 위에 설치된 거대한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와 같다.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동된다. 첫째는 매립형 충전 설비에 전기를 공급하는 지상형 DC 전원 공급장치다. 둘째는 아스팔트 노면 아래 설치된 ‘지상 어셈블리(GA)’로, 연속 매설된 무선 충전 패드가 고전압 DC 케이블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차량 하부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코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차량 어셈블리(VA)’ 전력 수신기가 장착된다. 호환 차량이 패드 위를 지나가면 자기장이 유도되면서 물리적 접촉이나 마찰 없이 공중으로 전력이 전송되어 배터리를 채운다.
혼다는 1단계로 소형 승용차보다 장거리 운행과 고가동률이 필수적인 물류·운송용 대형 상용차에 이 시스템을 집중 적용할 방침이다.
# 연내 전용 시험 차선 착공 목표... 난제도 풀어야
혼다와 파트너사들은 기술 검증을 위해 올해 안에 전용 시험 차선을 착공하고 2027년 초까지 실증 테스트를 거칠 계획이다.
이번 실증에서는 대형 상용 전기차 구동에 적합한 최대 150kW 수준의 무선 급전 성능을 평가한다. 특히 도로에 흐르는 강력한 전자기장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고 안전 기준 내에서 통제되는지, 그리고 실제 차량으로 약 100만 회의 휠 통과(Wheel pass)를 반복해 혼잡한 도로의 수년간 마모와 진동을 견딜 수 있는지를 종합 점검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행 중 충전 기술이 일반 도로에 깔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도로 수 킬로미터를 파내고 고전압 케이블과 충전 패드를 매설해야 하는 막대한 토목 인프라 구축 비용이 최대 걸림돌이다.
일렉트레온(Electreon) 도로 매설형 무선 충전(DWPT) 실증 현장. (EEPower)
또한 차량이 고속으로 질주할 때 노면과 차체 사이의 전송 효율 저하를 막아야 하며, 폭우와 폭설 등 극한의 노면 환경에서도 안전성과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 표준화 규격도 마련해야 한다.
# 유럽의 선행 실증과 차세대 트렌드는 '자동화·무선화’
도로 충전은 혼다가 최초로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 실증이 이뤄졌다. 실제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일렉트레온(Electreon)과 프랑스 고속도로 운영사 빈치(VINCI)는 파리 인근 고속도로 약 1.45km 구간에서 무선 충전 도로를 시험해 트럭과 버스를 대상으로 최대 300kW 이상의 무선 급전에 성공한 바 있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은 크게 두 갈래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나는 지리차가 선보인 2MW급 초고속 충전 기술처럼 ‘내연기관 주유 시간(4~5분대)’에 필적하는 초고속 유선 충전이다. 다른 하나는 혼다의 DWPT나 정차형 무선 패드처럼 운전자가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동화·무선화’다.
전기차 캐즘을 돌파하고 대중화를 완성하기 위한 완성차 업계의 시선은 이제 ‘배터리 용량 늘리기’를 넘어 ‘어떻게 멈춤 없이 전력을 수혈할 것인가’라는 충전 혁신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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