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AI 카메라 비전의 속도 제한 및 주차 구역 등 도로 정보 인식 한계를 넘기 위해 고정밀 지도를 자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율주행에 지도를 사용하는 것은 “거대한 실수(huge mistake)”라며 카메라 비전 중심의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만을 고집하던 테슬라가 결국 자체 지도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2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사 주행 보조 시스템인 FSD(Full Self-Driving)의 고질적인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내장 지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부문 부사장인 아쇼크 엘루스와미(Ashok Elluswamy)는 2026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외부 서드파티 지도에 계속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주행하는 테슬라 차량 플릿(Fleet)이 학습한 데이터를 취합해 AI 기반 매핑 및 내비게이션 아키텍처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향후 배포될 FSD v15부터 주행 시작과 종료 처리에 투입되며 점차 내비게이션, 주차, 경로 설정 전반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는 과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머스크는 2019년 ‘오토노미 데이’ 당시 라이다(LiDAR)를 바보짓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고정밀 차선 지도(HD Map)를 사용하는 방식을 “정말 나쁜 아이디어”이자 시스템을 극도로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글 웨이모와 달리 카메라인 AI 비전만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달릴 수 있는 범용 자율주행을 완성하겠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현실 도로에서 순수 카메라 비전 방식은 단순한 환경 인지에서도 잇따라 맹점을 드러냈다. 최근 벨기에 도로안전 단체의 테스트 결과 브뤼셀 내 시속 30km 제한 구역 중 55%에서 FSD가 표지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평균 시속 44km로 과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역시 테슬라 로보택시 차량들이 스쿨존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주행한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표지판과 주차 구역 인식 등 가장 기본적인 도로 환경조차 비전만으로 완벽히 해석하지 못하자 결국 사전에 정제된 ‘지도 데이터 레이어’를 덧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이번 행보가 그동안 배척해 온 경쟁사 ‘웨이모(Waymo)’의 경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고가의 라이다 센서 탑재 여부만 다를 뿐, 대도시 거리를 주행하는 차량군을 통해 현장 데이터를 수집·갱신하고 특정 제한 구역(지오펜스)을 기반으로 로보택시를 확장하는 운영 방식이 웨이모와 사실상 같아졌다는 분석이다.
머스크가 오랜 기간 “진정한 자율주행이 아니다”라며 깎아내리던 지도와 지오펜싱의 울타리로 테슬라 스스로 걸어 들어간 셈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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