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중국 승용차 내수 소매판매는 1333만 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하고 지난 9월 한 달 판매량도 161만 8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28.0% 줄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전체 승용차 판매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는 3분기 현지 판매가 31% 감소하면서 연간 수익성 전망까지 하향 조정했다.
29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분회(CPCA)와 메르세데스 벤츠그룹의 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9월 중국 승용차 내수 소매판매는 1333만 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했다. 지난 9월 한 달 판매량도 161만 8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28.0% 줄었다.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특징은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전동화 차량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중국 승용차 소매시장에서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을 포함한 신에너지차(NEV)의 점유율은 67.0%를 기록했다.
이는 신에너지차 판매가 전체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기존 내연기관차 수요가 더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특징은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전동화 차량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오토헤럴드 DB)
실제로 9월 신에너지차 소매판매량은 108만 4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6.7% 감소했다. 전동화 차량 역시 판매 감소를 피하지 못했지만 전체 승용차 시장의 감소 폭인 28.0%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전략과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주요 판매시장으로 삼아온 독일 고급차 업체들은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와 소비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8만 68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승용차 판매량은 40만 7200대로 8% 줄었다. 중국 시장의 감소 폭이 글로벌 전체보다 크게 나타난 것이다.
벤츠의 올해 1~9월 누적 중국 판매량 역시 29만 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판매량은 23만 8300대로 12%, 유럽 판매량은 49만 3700대로 5% 증가했다. 중국과 다른 주요 시장의 실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27일 승용차 부문의 올해 연간 조정 매출 이익률 전망을 기존 3~5%에서 2~3%로 낮췄다(오토헤럴드 DB)
중국 내 판매 부진은 수익성 전망 하향으로 이어졌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27일 승용차 부문의 올해 연간 조정 매출 이익률 전망을 기존 3~5%에서 2~3%로 낮췄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EBIT) 전망도 전년 대비 큰 폭의 증가에서 전년 수준으로 수정했다.
산업 부문 잉여현금흐름 전망 역시 기존 전년 대비 소폭 감소에서 큰 폭 감소로 변경했다. 벤츠는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와 예상보다 어려워진 사업환경, 4분기 원자재 비용 증가 등을 전망 수정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순수전기차 판매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승용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6만 8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신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면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이 5% 늘었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의 판매 감소와 가격 경쟁, 비용 부담이 이어지면서 연간 승용차 사업의 수익성 전망은 낮아졌다. 전기차 판매 증가가 반드시 완성차 업체의 전체 판매 회복이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내수시장 판매 감소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량 확보와 수익성 유지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중국 시장에서는 BYD와 지리자동차, 샤오미 등 현지 업체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투입하면서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도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과 디지털 편의사양,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 지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여기에 중국 내수시장 전체의 판매 감소까지 겹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량 확보와 수익성 유지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가격 인하와 판매 인센티브 확대는 단기적으로 판매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장환경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판매망을 확장하고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전동화 비중 확대와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오토헤럴드 DB)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중국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현지 제품 개발과 공급망 효율화, 신차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을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자 기술 개발 거점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중국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고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부품을 현지 공급망에서 조달하는 비중을 높여 비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전동화 기술뿐 아니라 개발 속도와 생산비용, 현지 소비자 요구에 대한 대응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전동화 비중 확대와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의 수요 변화와 경쟁 심화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판매 실적뿐 아니라 수익성 전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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