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시어터 시스템의 감초, 서브우퍼 |
아, 이런! 표현을 잘못했다. 서브우퍼는 홈시어터 시스템의 '감초'가 아니다. 하이파이에선 깊은 저음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불필요했지만 AV 시스템 구축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서브우퍼다.
서브우퍼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모든 소리를 재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혹은 없어도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스피커들보다 등한시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영상에서 프로젝터가 홈시네마의 완성이듯 서브우퍼는 음향에서의 화룡정점인 것이다. 혹자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과연 서브우퍼가 그렇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사용을 잘못한다면 없느니만 못한 것도 서브우퍼다. 자, 이제 서브우퍼의 중요성과 올바른 사용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서브우퍼의 음향적 특성 |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소리 신호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를 가청 주파수 대역이라 부르며 주파수로는 20Hz~20kHz에 상당하는 신호만 소리로 인식하게 된다. 여름철 모기나 곤충을 퇴치하기 위해 인간이 듣지 못하는 주파수 대역을 재생하는 기기가 있는데 이는 인간과 곤충이 인지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름을 활용한 것이다.
▲ 일반 가정에서는 케이블과 전원, 공간 등을 이유로 |
따라서 영화나 음악이 재생하는 소리는 모기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여야 한다. 즉, 스피커 시스템 또한 20Hz~20kHz를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돌비 디지털과 DTS 포맷 모두 각각의 포맷을 원활히 재생하기 위해 전 스피커가 20Hz~20kHz의 소리를 재생할 것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파수 대역을 정밀하게 컨트롤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고음역대로 갈수록 직진성이 강해지는 것과 달리 저음은 주파수 대역이 낮아질수록 음의 밀도와 양감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직진성은 줄어들고 공간감이 커진다. 공연장 등에서 '둥~ 둥~'하고 울리는 저음이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보다 방향성이 모호한 것은 주파수별 음향 특성이 다른 것에 기인한다.
액티브 서브우퍼? 패시브 서브우퍼? |
PC에서 사용하는 스피커는 내부에 파워 부를 갖춰 별도의 파워 앰프 없이 볼륨을 높여 재생할 수 있다. 이를 액티브(Active:능동형) 스피커라 부른다. 반대되는 말로 독립된 앰프와 연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피커를 패시브(Passive:수동형) 스피커라 하며, 고음질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하이파이 스피커들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서브우퍼는 어떤 쪽에 속할까? 예전에는 AV 리시버에 물려 쓰는 패시브 타입 서브우퍼가 있었으나 지금은 액티브 서브우퍼만 만날 수 있다. 서브우퍼는 대구경 우퍼를 빠르게 움직여 소리를 내는 저음 특성상 더 많은 전류를 필요로 한다. 20Hz 저음을 1dB 높이기 위해서는 1kHz 고음보다 세 배 많은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AV 리시버의 전원을 공유한다면 순간 전력이 서브우퍼로 몰리게 돼 다른 주파수 대역의 재생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며 결정적으로 기기에 무리가 가게 된다.
▲ 출력이 높은 서브우퍼의 경우 많은 양의 전력을 |
초기 AV 시장에서는 서브우퍼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지만 '쥬라기 공원', '헐크',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인디펜던스 데이', '패트리어트' 등 대작 블록버스터들을 가정에서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점차 저음 신호 재생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폭발 장면이 많고 웅장한 저음을 지속적으로 요하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AV 리시버는 서브우퍼로 인해 가혹한 재생 조건에서 품질을 도전받아야 했다. 결국 AV 기기 제조사들은 서브우퍼에 별도의 파워 부를 내장하는 액티브 서브우퍼로 선회하여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AV 리시버 혹은 파워 앰프가 서브우퍼 출력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기에 기타 다른 스피커들(프런트, 센터, 리어, 서라운드 백)의 출력도 한층 안정될 수 있게 되었다.
서브우퍼의 종류 |
서브우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저음을 아래로 방사하는 다운 파이어링(Down Firing)과 정면으로 방사하는 프런트 파이어링(Front Firing)이 그것이다. 이 두 형태는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다.
프런트 파이어링 방식은 일반 가정환경에 좀 더 적합하다. 공간이 넓지 않고 책상, 책꽂이, 의자 등 집기류가 많다면 직접 방사하는 프런트 파이어링 방식이 더 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프런트 파이어링 방식은 스피커 라인과 동일한 라인에 설치하고 우퍼 유닛을 청취자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브우퍼는 앞으로 저음을 뿜어내는 프런트 파이어링과 |
비교적 음향 재생의 걸림돌이 적다면 아래로 저음을 방사하는 다운 파이어링 방식의 서브우퍼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 방식은 1차적으로 바닥에 저음을 쏟아내기 때문에 프런트 파이어링 방식보다 아랫집으로 진동이 많이 가지만 좀 더 확산감이 좋은 저음 환경을 구성한다.
프런트 파이어링 방식과 달리 다운 파이어링 방식은 방 모서리 쪽에 붙여 설치하는 것이 좋다. 방사된 저음이바닥면과 양측 모서리에 반사되어 서브우퍼의 저음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음이 증폭되는 것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저음이 너무 강해지면 저음이 뭉쳐 충돌해 발생하는 부밍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벽면 재질에 따라 저음 성분은 변질되므로 소프트한 벽면은 피하고 단단한 벽면 옆에 두길 권한다.
▲ 모던쇼트의 서브우퍼 메조 9은 전면과 |
서브우퍼 설치 방법 |
◆ 리시버와 서브우퍼의 연결
AV 리시버 뒷면을 보면 빼곡히 놓인 각종 입/출력 단자들이 초심자들의 기를 죽이지만 걱정 마시길. 서브우퍼 단자는 'Subwoofer Out'이라고 써 있다. 이곳에 서브우퍼 케이블을 꽂고 반대편 케이블을 서브우퍼에 꽂으면 된다.
▲ AV 리시버에는 수많은 단자들이 있지만 서브우퍼용 단자는 |
특이하게도 AV 리시버에는 단 한 개의 단자만 연결하지만 서브우퍼 쪽에는 제품에 따라 한 개 혹은 두 개를 꽂도록 돼 있다. 두 개의 단자로 이뤄진 것은 서브우퍼 입력을 레프트/라이트(L/R)로 구분하는 것인데 서브우퍼용 'Y' 케이블로 연결하면 된다.
만약 서브우퍼에 단자가 하나 뿐이라면 L(Mono)에 꽂으면 된다. 서브우퍼 단자는 두 개 있지만 한 쪽이 두 개로 나눠진 'Y' 케이블이 없다면 일반 RCA 케이블을 연결해도 된다. 이 때는 역시 모노 채널인 L에 꽂으면 된다.
◆ 크로스오버 주파수 설정
크로스오버 주파수란 메인 스피커와 서브우퍼간의 교통정리를 말한다. 영화 재생 시 저음이 출력되는 장면에서 프런트 스피커와 서브우퍼가 동일한 주파수 대역의 저음을 쏟아낸다면 저음이 뒤엉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Hz 이하의 저음은 저음 전담 서브우퍼가 재생한다고 정리하는 것이다.
보통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80Hz~120Hz 사이에서, 때에 따라서는 150Hz로 나누기도 하는데 이는 메인 스피커의 크기(대개 스피커가 클수록 우퍼 구경이 커 저음 재생도 우수해진다)나 재생 능력에 따라 달리 정하게 된다.
▲ 서브우퍼도 보다 나은 저음 재생을 위해 |
앰프 설정에서 스피커 크기를 전부 'Small'로 하고 저음 재생을 전부 서브우퍼에 일임해도 되고 새틀라이트, 북셀프 스피커를 'Small'로, 톨보이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를 'Large'로 설정해도 된다.
만약 자신의 스피커의 저음이 시원치 않다면 서브우퍼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높여도 되지만 150Hz 이상 넘기지 말 것을 권한다. 참고로 조지 루카스가 제안한 THX 규격은 권장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80Hz로 정하였다.
◆ 위상 설정
위상은 메인 스피커와 서브우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단계다. 스피커는 전기 신호를 물리 운동으로 바꿔 유닛을 앞뒤로 움직임으로써 소리를 재생한다. 만약 메인 스피커의 저음 유닛이 앞으로 움직일 때 서브우퍼의 유닛이 뒤로 움직인다면 저음 재생의 통일감이 사라지고 불균형적인 저음이 재생된다.
위상 설정은 이러한 스피커 간 저음 재생음의 불균형을 없애고 통일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메인 스피커와 서브우퍼 유닛의 움직임을 동조시키는 것이다. 위상 조절 노브를 움직이면 0도~180도로 설정이 가능하다. 저음 신호가 많은 타이틀이나 음악을 재생하며 청취자가 느끼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저음을 들려주는 쪽에 맞추면 된다.
때론 1보다 중요한 0.1, 서브우퍼 |
특정 대역밖에 재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점 취급을 받는 서브우퍼지만 서브우퍼는 홈시네마 공간 전체를 커버하며 소리에 입체감과 공간감을 불어넣어준다. 잘못된 저음은 귀에 거슬리기 십상이지만 적절히 조절한 저음은 마술상자와도 같다.
의외로, 저음의 부밍 현상이나 과잉된 저음으로 인해 벙벙거리는 노이즈를 '저음'으로 알고, 심지어 즐기기까지 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저음의 존재가 전면에 나타나게 되면 중음, 고음이 쉽게 훼손된다. 그렇기에 더더욱 까다로운 것이 서브우퍼 운용이다.
만약 '헐크'나 '300', '매트릭스', '아이언맨' 같은 블록버스터 무비를 즐겨 본다면 서브우퍼를 무조건 구비하도록 하자. 액션 영화에서 서브우퍼는 '붕어빵'의 단팥과 같다.
다나와 이상훈 기자 tearhunter@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