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이런 커피숍의 풍경은 친근하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 

보통 카페에 가면 메뉴 상단에 에스프레소 커피가 있습니다. 카페에서 마시는 다양한 커피들이 에스프레소 커피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와 기계를 좋아하던 이탈리아인들이 개발했는데요. 25초라는 빠른 시간 안에 커피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빠르게 추출하는 진한 커피를 말합니다.

< 커피숍 어딜 가나 이런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습니다. > 

제가 1995년부터 인천 월미도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만들 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었습니다. 전부 핸드 드립으로 내렸거든요. 몇 년 후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스타벅스 카페를 갔습니다. 메뉴 맨 위에 에스프레소 커피가 있고 가격도 좀 저렴하길래 당당하게 시켰지요. ‘아니, 이게 커피란 말입니까?’ 처음 겪어 보는 쓴맛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 지금은 고소하게 느끼는 경지에 왔습니다.

< 올 여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 

카페에 가신다고요? 메뉴를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세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깔끔한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에스프레소에 물을 희석한 아메리카노. 담백한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 달콤한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초콜릿 시럽이 들어가는 카페모카를 주문하시면 됩니다.

< 쌀쌀한 날씨엔 부드러운 카페 라떼가 잘 어울리죠? >

하지만 메뉴를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카페에서 일하는 전문가에게 이런 맛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바리스타는 내게 맞는 커피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물어보고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줄 것입니다. 주문하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더 신경 써서 커피를 만들어주시겠지요? 가장 맛있는 커피는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만들어준 커피랍니다.
 

< 스페셜티커피협회의 엠블렘 >

이미지 출처 : SCAA 홈페이지

1982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페셜티커피협회SCAA: Special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의 규약에 따르는 커피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커피와는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재배부터, 수확, 유통, 로스팅, 추출, 맛까지의 기준을 만들어 최상위 점수에 해당하는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커피를 만드는 기업이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프리미엄 커피라고도 하고요. 실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정의가 다양합니다. 무엇보다도 커피 장인들과 커피 기업들이 정의하는 자신들만의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커피라는 이름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품질의 커피이자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커피라는 점이겠지요.

원산지가 다른 원두를 섞어 새로운 맛과 향을 가진 커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블렌딩이라고 합니다. 개성이 다른 원두를 혼합해 특색 있는 맛을 창조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원두와 원산지에 대한 지식이 깊어야 합니다. 블렌딩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맛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고수들이 숨은 카페를 찾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겠지요. 싱글 오리진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재배되는 원두 한 종류만을 사용해 추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산지마다 개성과 특성이 다르니 골라 마시는 즐거움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을 확률도 높고 말이지요. 커피 원두를 구매하기 위해 카페나 가게에서 원두를 고르실 때에도 블렌딩된 원두인지 싱글 오리진인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Coffee Taster's Flavor Wheel. 맛의 표현이 무척 다양하죠? >

이미지 출처 : SCAA 홈페이지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의 저자인 마크 팬더그라스트는 커피 전문가들이 말하는 완벽한 커피의 4대 기본 요소로 아로마, 바디, 산도, 풍미를 꼽았습니다. 아로마는 향을 나타내고, 바디는 커피를 입에 머금었을 때의 질감을 말합니다. 물과 꿀물을 마실 때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요.

< 이 작은 원두가 뭐기에 이렇게 다양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건지? > 

산도는 과일의 신맛처럼 산뜻함을 나타내고요, 풍미는 커피를 마신 후 입 안에 남는 맛을 말합니다. 커피 애호가 케빈 녹스는 특정한 커피를 마신 후 “버터 캐러멜의 달콤함에 풀과 비옥한 흙 내음이 묻어나는 맛”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요. 커피 맛을 정확히 판별할 줄 아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커피 맛을 제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 커피 제조의 가장 중요한 단계인 로스팅입니다. > 

저도 커피를 좋아하는 애호가지만 이렇게까지 표현하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맛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노하우는 있습니다. 가지각색의 다양한 맛을 내는 커피를 어떻게 딱 잘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편의상 크게 세 가지로 표현합니다. 신맛, 단맛, 쓴맛입니다. 간단하지요? 이렇게 표현한 이유가 있습니다. 원두를 볶는 과정을 로스팅이라고 하잖아요. 크게 약 볶음, 중 볶음, 강 볶음으로 분류를 합니다. 약 볶음 원두는 보통 신맛이 두드러지고, 중 볶음은 조화로운 단맛이, 강 볶음은 쓰고 탄 맛이 강하게 납니다. 추출하는 시간에 따라서도 세 가지 맛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커피숍 에스프레소 머신의 커피 추출 모습 > 

커피를 빠르게 추출했을 땐 커피에서 가장 먼저 빠져 나오는맛이 신맛입니다. 그 다음이 균형 잡힌 단맛이고요, 마지막으로 나오는 맛이 쓴 맛입니다. 그래서 커피를 추출할 땐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원하는 맛으로 추출하기 위해선 때를 잘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할 땐 신맛을 좋아하니 산미가 두드러진 커피를 추천해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원두를 살 때도 균형 잡힌 단맛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요. 신맛, 단맛, 쓴맛 이렇게 세 가지 표현만으로도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즐기고 상대방도 쉽게 이해시킬 수가 있습니다.

<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커피 프레스 기기 > 

이미지 출처 : 스타벅스 홈페이지

스타벅스는 신선한 원두가 가진 특성을 잘 살려 맛있게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으로 커피 프레스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커피 프레스는 분쇄한 커피 원두를 물에 넣고 우려내는 간단한 추출 방법입니다. 신선한 원두에서 나오는 커피 오일도 종이 필터가 아닌 금속 필터를 통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식입니다.

< 흔히 캠핑가서 히트치게 되는 모카포트 >

모카포트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전기밥솥처럼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필수 생활용품입니다. 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100°c의 끓는 물에서 커피가 추출되기 때문에 맛은 다소 무겁지만 우유를 넣어 마시거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환상의 궁합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핸드 드립 커피 > 

나만의 개성을 살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다면 핸드 드립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핸드 드립 세트를 준비하고 여과지에 원두를 갈아 넣은 후 서서히 물을 부어 중력의 힘으로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원두의 분쇄 크기, 물의온도, 추출 시간에 따라 다른 맛을 냅니다. 모든 추출 방법엔 정성과 시간이 들어갑니다만, 핸드 드립은 실시간으로 커피가 추출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갖고 더욱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정성을 다해 내린다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피 장인들의 커피를 찾아 다니며 마시는 커피가 핸드 드립 커피입니다. 최근엔 다양한 맛의 커피 캡슐을 골라 즐길 수 있는 캡슐 커피 머신이나 여러 종류의 인스턴트커피만으로도 얼마든지 커피 타임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 더치 드립 커피는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렇게 병입하여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니면 찬물로 오랜 시간 동안 우려낸 더치 커피를 카페에서 구입해 냉장 보관하면서 숙성시켜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콜드브루란 커피가 더치 커피랍니다. 커피라는 것이 만들기 어렵고 비싸야만 좋은 커피는 아닙니다. 진짜 좋은 커피란 내 입맛에 맞는 커피랍니다.

< 역시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는 맥심이죠. >

예전에 인스턴트커피는 다방 커피로 불렸습니다. 커피 두 스푼, 크림 세 스푼, 설탕 세 스푼의 공식을 만들어냈던 작은 유리병에 든 커피입니다. 업계에서 쓰는 정식 명칭은 솔루블Soluble커피입니다. 물에 잘 녹는다는 뜻이지요. 원두를 갈아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원두는 아닙니다. 분쇄한 원두는 물에 녹여도 녹지 않습니다. 그럼 인스턴트커피의 제조공정을 살펴볼까요?

< 인스턴트 커피 봉지에 담겨있는 동결 건조 원두의 모습 > 

우선 볶은 원두를 액체 상태로 추출한 뒤 맛과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영하 45도의 온도로 급속 냉각시킵니다. 냉각된 커피를 진공 상태에서 수분을 제거하여 건조시키면 분말 형태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여기다 물을 섞기만 하면 액체 상태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쉽게 말하면 미리 뽑은 커피의 수분을 증발시켜 원재료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물을 섞어 원래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것이지요. 이것을 길고 얇은 봉지에 넣은 것을 스틱 커피라고 합니다. 최근 소비량이 늘고 있는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맛을 내는 스틱 커피들을 인스턴트 원두 커피라고 부릅니다. 여기다 크림과 설탕 등의 첨가물을 섞어 부드럽고 단맛을 내는 커피가 믹스커피이지요. 믹스커피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품질도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장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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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장진기 씨는 "오늘 커피 한잔 어때요? (미래북)"의 저자로 기업 및 대학 등에서 리더십, 교양, 인문 관련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