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이즈를 구매했는데 다른 이유는?
▲ 분명 내 사이즈로 샀는데… 미안해 바지야
분명 나는 32 사이즈를 입는데 주문 후 착용해보니 작거나 헐렁거려서 입지 못하고 번거롭게 교환/환불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류 판매시장에서 표준 사이즈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사이즈 표기가 동일해도 실착 사이즈는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A 쇼핑몰 옷은 32를 입어야 맞고, B 쇼핑몰 옷은 34를 입어야 맞는다.
▲ 온라인 의류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세 사이즈 테이블
(출처: 옥션 지오다노 남 테이퍼드 슬렉스 119911 상세페이지 중)
사이즈 표기도 55, 66, 77 혹은 95, 100, 105 또는 30, 32, 34 아니면 s, m, l, xl로 제각각이라 어디에 기준을 두고 옷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사이즈 표기는 의미가 없다. 특히 구매 전 실착이 불가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더더욱.
▲ 내 사이즈를 알기 위해서는 편하게 입는 옷과 줄자가 필요하다 (출처: 픽사베이)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세부 사이즈를 기재해두는데 바로 이 ‘세부 사이즈’가 우리가 구매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이즈 정보라 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내 사이즈는 어떻게 확인하면 될까? 먼저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1) 자신이 입었을 때 핏이 제일 좋아 보이거나 편안하게 느껴지는 옷
2) 줄자
▲ 옷은 우리의 신체 치수보다 1~2cm 더 크다는 점을 기억하자
옷은 우리 몸에 두르기 때문에 신체 치수보다 1~2cm 더 크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은 타이트한 착용감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넉넉한 착용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체 치수가 아닌 내가 애용하는 옷 사이즈를 기준으로 잡는 것이 좋다.
▲ cm를 기준으로 사이즈를 재자
줄자의 경우 보통 밑에는 인치(in)가 표시돼 있고 위에 센티미터(cm)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규격화된 치수는 센티미터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사이즈를 잰다.
▲ 귀찮으면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까지만 재도 얼추 맞는다 (일러스트 출처: 픽사베이)
바지는 허리 너비, 엉덩이 너비, 허벅지 너비, 밑위 너비, 총 길이, 밑단 너비 순으로 재면 되는데 특히 밑위 너비의 경우 바지를 일자로 폈을 때 나오는 엉덩이 뒷부분까지 재야 한다.
실착 안 해도 괜찮아~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로 살펴보는 인생 바지 Pick!
▲ 매슬로의 욕구 단계 다이어그램 (일러스트 출처: 픽사베이)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은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별로 단계 일련을 형성한다는 일종의 동기 이론이다. 보통 하나의 욕구를 충족하면 그다음 단계에 있는 다른 욕구가 나타난다. 가장 먼저 요구되는 욕구는 다음 단계에서 달성하려는 욕구보다 강하고 그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만 다음 단계의 욕구로 넘어간다. 이는 바지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 옷을 살 때 당신의 욕구 단계는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일러스트 출처: 픽사베이)
바지를 살 때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편안함? 맵시? 유행? 이처럼 단순 바지 한 벌을 고를 때도 여러 가지 욕구가 적용되는데 필자는 여러분이 사고 싶은 바지를 욕구 단계설에 빗대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당신의 욕구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1. 생리와 안전의 욕구 (피부 덮개~착용감 단계)
▲ 패션 is 뭔들... 맞기만 하면 된다 (출처: 픽사베이)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다. 위험, 위협, 박탈(剝奪)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다. 요즘 우리는 날씨가 쌀쌀해진 것을 느끼며 여름부터 가을까지 나를 지켜주었던 통풍 잘 되고 시원한 바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지를 찾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그렇다. 이제 우리에겐 추위로부터 지켜줄 새로운 소재의 바지가 필요하다. 보통 편하게 입는 바지 소재의 종류는 크게 3가지인데 목적에 따라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다 선택해도 된다.
▶ 소재 확인하기- 라벨
▲ 이 옷은 폴리에스터와 면의 혼용 소재다
바지의 뒤쪽이나 안주머니를 보면 세탁라벨이 있다. 세탁라벨 안에는 원단의 소재 종류가 적혀 있는데 이 소재에 따라 여러분의 생존이 좌지우지된다. 그렇다. 지금은 스타일을 따질 때가 아니다. 더워 죽거나, 추워 죽거나, 쓸려서 따갑거나, 옷에 몸이 조여서 죽을 수도 있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해결이 우선이기 때문에 꼭 나에게 맞는 소재를 알아야 한다.
1) 면 100% 바지
추천 유형 : 바지에 적은 비용을 투자하고 싶은 사람, 피부가 예민한 사람(아토피), 막 빨고 대충 편하게 입고 싶은 사람, 다리 핏을 길고 날씬하게 살리고 싶은 사람
▲ 헤지스(HAZZYS) 남성 면 혼방 슬림핏 팬츠
면바지라고 하면 흔히 베이지 또는 네이비색 바지만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청바지 역시 면이다. 면은 정전기 발생이 적고 부드러운 터치감과 강도가 좋다. 잘 찢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탁기에 막 돌려도 부담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다. 피부를 자극하지 않아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에게도 좋다.
▲ 면 소재의 바지는 다리 핏을 돋보이게 해준다 (출처: 헤지스)
다리가 예쁘지 않은 사람의 핏을 판판하게 잡아주고 짱짱한 느낌이 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단, 잘 구겨지고 잘 줄어든다. 그렇기에 바쁘거나 세심한 성격이 아니신 분들은 면과 폴리에스터가 7:3 정도로 혼방된 소재를 추천한다.
2) 스판덱스 바지
추천 유형 : 활동성이 큰 사람, 하체 비만인 사람
▲ 르젠옴므 남성 빅사이즈 슬림일자 스판 면바지
스판덱스 바지는 일반적으로 면과 함께 혼용되어 쓰이는데 라이크라, 스판, 폴리우레탄 모두 같은 말이다. 라벨에는 일반적으로 폴리우레탄이라는 명칭으로 쓰인다.
▲ 르젠옴므 남성 빅사이즈 슬림일자 스판 면바지
이 소재는 고무와 비슷한 탄성을 지닌 특이한 섬유로 잘 끊어지지 않으며 신축성이 있다. 그래서 입고 벗기 편하며 활동이 용이하다. 세탁에도 잘 견디는 편이다. 그러나 강한 열을 가하면 섬유의 탄성이 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3% 이상의 폴리우레탄 성분으로 된 바지는 무릎이 잘 튀어나올 수 있으므로 찬물세탁과 낮은 온도에서 다림질하기를 권한다.
3) 울바지
추천 유형 : 바지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 비즈니스 룩을 자주 입는 사람, 착용감과 핏 모두를 중요시하는 사람, 활동성이 적은 사람, 스타일러가 있는 사람, 의류 관리를 섬세하게 잘하는 사람
▲ 컨셉원 남성 울 슬림 슬랙스
모직 바지라고도 하는 이 섬유의 특징은 곱슬이라 신축성이 매우 강하고 복원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입었을 때 핏(fit)이 예쁘다. 감촉이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며 습기도 잘 받아들인다. 또한 가볍다.
▲ 레노마 남성 울 스트레치 슬림 정장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열과 물에 약하여 물빨래를 하면 줄어들고 고온에 약해 135도 이상에서는 분해된다는 것이다. 비싼 가격에 비해 보풀이 잘 일어나고 내구성이 다소 부족하여 오랫동안 쓰면 늘어나거나 헤진다. 그래서 자주 움직이거나 활동해야 하는 직업군에게 울 100%의 바지는 잘 권하지 않는다. 이 직종은 울 80%에 폴리에스터 20% 정도의 소재를 권한다.
2. 애정·소속 욕구 (맵시~유행 단계)
▲ 지오다노 남성 테이퍼드 슬랙스 117911
축하한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이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기게 될 것이다.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고 사람들과 무난하게 섞이고 싶은가? 인싸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바짓단 형태에 주목하자.
▲ 레디핏 일자핏 스판 베이지 면바지 / 지오다노 남성 테이퍼드 슬랙스 / 리바이스 남성 부츠컷 청바지
바지 모양은 크게 일자핏, 테이퍼드 핏, 부츠컷 핏으로 나뉜다. 바지 모양은 키와 전체적인 비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아래 내용을 참고해 꼭 주의해서 고르기를 바란다.
1) 170cm 이하~173cm는 테이퍼드 핏
▲ 컨셉원 남성 TR 테이퍼드핏 슬랙스
테이퍼드 핏이란 엉덩이와 허벅지는 비교적 여유롭고 발목 쪽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좁아지는 핏을 말한다. 기장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복숭아뼈까지 내려오는 정도가 좋다. 입었을 때 밑단이 접히지 않고 딱 떨어지는 기장이 예쁘다.
▲ 지오다노 남성 테이퍼드 링클프리 팬츠 /리바이스 남성 512 슬림 테이퍼드 핏 진
이런 바지는 다리 선을 날렵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에 화려한 디자인의 구두는 어울리지 않는다. 무늬가 없고 깔끔한 느낌의 옥스퍼드 슈즈나 단색의 스니커즈가 어울린다. 허벅지가 굵다면 배기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 리바이스 남성 502 레귤러 테이퍼드 블랙진
테이퍼드 핏의 경우 키가 커 보이려면 바지와 양말과 구두 색을 통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바짓단은 접지 않는 것을 추천하므로 기장이 길다면 수선집에 맡기도록 하자.
조금 변화를 주고 싶다면 발목이 높은 구두와 매치하는 것도 좋다.
2) 173cm 이하~175cm는 부츠컷 핏
▲ 발렌시아가 남성 블루 부츠컷 워싱 데님 진 / 발렌시아가 남성 빈티지 부츠컷진
부츠컷이란 무릎 아래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져 부츠 위로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든 바지의 형태를 말한다. 발목까지 오는 기장 정도로 살짝 길게 입는 것이 좋다. 요즘 시즌 트렌드 아이템이며 동선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실루엣이기 때문에 다리가 길어 보인다.
▲ 플랙진 남성 COSY 448 WSHD PJON1CY4485 / 화려한 부츠 (출처: (우) 픽사베이)
이 바지는 활동성이 느껴지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너무 심플한 구두보다는 약간 화려한 스타일의 구두와 매치하는 것이 좋다. 정석은 부츠컷이라는 이름답게 ‘부츠’와 함께 신는 것이지만 소화할 자신이 없다면 앞코에 디자인이 있는 브로그 구두나 끈으로 묶는 스니커즈를 권한다. 바지와 비슷한 색상이거나 색상이 포함된 구두라면 더 좋다.
3) 176cm 이상은 스트레이트 핏
▲ 게스 남성 블랙 슬림스트레이트 팬츠 MI4D8120 / 리바이스 남성 스트레이트 핏 청바지 505-4886 /
캘빈클라인진 남성 스트레이트핏 데님 팬츠
스트레이트 핏은 허벅지에서 밑단까지 일자로 뻗는 디자인이다. 일단 다리가 길어야 예쁜 핏이다. 통이 허벅지와 같기 때문에 길이가 짧으면 어벙벙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트라이트 핏은 보트슈즈나 모카신으로 코디하는 게 좋다 (출처: 픽사베이)
이 핏의 경우 신발을 덮는 기장으로 입기 때문에 너무 어두운 계열보다는 옷보다 약간 색상이 진한 운동화나 보트슈즈, 모카신 같은 포인트가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3. 자아실현 욕구
▲ 생리와 안전, 애정과 소속을 충족했으면 다음은 자아실현이다 (출처: 픽사베이)
자기를 계속 발전시키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 ‘성장 욕구’라 부르기도 한다.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패션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 (출처: 픽사베이)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 초월의 욕구를 주장하였다. 자기 초월의 욕구란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서 타인,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당신을 기다리는 환경 지향적인 브랜드들을 보라. 그들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당신은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나에게 어울리는 소재와 핏, 그것만으로도 실패하지 않는 쇼핑을 할 수 있다.
※ 글 : ㈜한국패션심리연구원장 민율미
패션 심리 분석 및 퍼스널브랜드 이미지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현재 한국패션심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에르메스, 피아제,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앤 가바나 등 다수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이미지메이킹과 패션 스타일링 교육을 진행했다. 이 외에 KBS <VJ특공대>, MBN <정완진이 간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 방송에 패션 자문으로 출연했으며 저서로는 <자기관리와 이미지 메이킹>이 있다.
편집, 사진 /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기획, 글 / 민율미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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