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도 덩달아 길어졌다. 코로나 19 때문인지라 아무리 게이머라도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인데, 여기에 가상 화폐 광풍에 반도체 수급 불안정 현상까지 겹치면서 그래픽 카드 물량과 가격 모두 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겹친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악재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게임을 즐길 시간이 늘어났어도, 게임 성능의 핵심 아이템 중 하나인 그래픽 카드 구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끝없이 기다리자니 스트레스 수치가 폭증한다.
엔비디아에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지원 그래픽 카드가 나온지도 이미 2세대째. 그에 맞춰 최신 게임들의 요구 사양도 높아지고 있어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를 고민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때, CPU를 먼저 업그레이드해보는 건 어떨까?
게임 성능과 그래픽 품질의 키 아이템 VGA, 무시 못할 CPU 영향
게이머들이 최신 그래픽 카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레이 트레이싱처럼 풍부한 경험을 가능케하는 최신 게임 경험을 가능케 하고, 직접적으로 게임 성능을 높여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보면 그래픽 카드에 따른 성능이 극적으로 차이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게임GPU에서 인텔 11세대 코어 CPU의 최대 성능 모델인 코어 i9-11900K를 기반으로 진행된 미스트(Myst)의 결과를 보면, 엔비디아의 현세대 게이밍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RTX 30 시리즈 중에서는 RTX 3060과 RTX 3060 Ti가 Full HD 기준으로 평균 프레임이 약 60, RTX 3070 Ti와 RTX 3080은 무려 70프레임이나 차이가 난다.
게임에 따라서는 GPU간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게임에서는 그래픽 카드별 성능 차이가 극적으로 갈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 미치는 CPU의 영향은 어떨까? 이번에는 잠깐 시선을 돌려 CPU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받는 전략 시뮬레이션 타이틀인 토탈워 사가 트로이의 결과를 가져왔다.
지포스 RTX 3080 기준 테스트 결과를 보면, CPU에 따른 성능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같은 4코어 8쓰레드 모델끼리도 구형 하이엔드 모델이 신형 메인스트림 제품에 성능 역전 당하거나 위협받는 모습은, 게임에서 CPU의 중요성이 그래픽 카드 못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참고로 위 결과는 인텔 로켓 레이크 출시 전인 올해 1월 초 게임GPU에서 테스트한 내용이라 인텔의 최신 CPU인 로켓 레이크 결과는 없지만, 바로 전 세대인 10세대 코멧 레이크의 결과인 점을 감안하면, 11세대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왜 CPU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성능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그래픽 카드, 아무리 좋아도 CPU 나쁘면 말짱 꽝
'그래픽' 카드라는 이름부터가 게임에서 화면에 표시되는 모든 '그래픽'을 처리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그래픽 카드의 성능과 기능이 부족하다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해도 좋을 정도로 품질에 차이가 날 수 있다.
근래 게임들은 최저 옵션에서도 괜찮아 보이는 최적화를 꾀하고 있지만, 옵션을 낮출수록 개발사가 의도한 품질에서 멀어지는 만큼 '경험'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니,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에 그만큼 신경 쓰는 이유기도 하다
게다가 근래는 레이 트레이싱이 주목 받으면서 고성능 그래픽 카드에 대한 PC 게이머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에서 그래픽 카드의 역할이 워낙 독보적이다 보니 간과하기 쉽지만, 아무리 그래픽 카드가 좋아도 CPU 성능이 부족하다면 성능을 제대로 낼 수 없다. HDD나 SSD에 담겨있는 정보 중 그래픽 카드가 처리할 데이터를 읽어오고, 압축된 데이터를 풀어서 GPU로 넘겨주는 일은 CPU의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그래픽 처리외에 하복이나 불릿 같은 물리 엔진, 즉 게임 내 물체간 충돌, 바람이나 물의 흐름과 같은 물리 현상을 제어하는 일에도 CPU가 사용된다. 엔비디아의 피직스(PhysX) 같이 GPU 기반 물리 엔진도 있지만, 게임 화면 처리에도 바쁜 GPU 자원을 물리 연산에 할당해야 하므로 성능 하락을 불러오는 한계가 있다.
그에 반해 CPU는 상대적으로 이용율이 여유롭다. 이 여유 자원을 물리 엔진 처리에 할당할 수 있고, 최신 CPU에서는 물리 엔진 처리로 인한 게임 성능 하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왔다. 대표적인 3D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Mark에는 CPU 물리 엔진인 블릿 피직스가 쓰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게임은 자체적으로, 혹은 서드파티 오버레이 기능을 통해 CPU와 GPU 이용율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래픽 카드의 점유율은 거의 100% 가깝게 유지되는 반면 CPU의 점유율은 그보다 낮은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위 테스트 결과나 게임 구동 원리 상 게임에서의 CPU 이용율이 낮다고, 이용율이 높은 낮은 성능의 CPU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터렉티브 컨텐츠인 게임 특성상 예상치 못한 플레이 환경이 펼쳐지기 마련이고, 평상시에도 이용율이 높은 CPU는 갑작스런 환경에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기에도 허덕이는 CPU를 쓴다면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따른 프레임 급락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걸려 위 토탈워 테스트 결과에서와 같이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된다.
게다가 물리 엔진외에 AI나 각종 스크립트 처리등, 게임에서 그래픽 외에 거의 작업 대부분을 CPU가 처리하는 만큼 CPU 성능 역시 높을수록 좋다.
숨막히는 VGA 시장, 숨통 트일 때를 대비한 선 CPU 업그레이드
그래픽 카드가 게임 성능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알고, 신규 게임이 나올 때마다 어느 정도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지만, CPU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종종 외면 받는다.
그래픽 카드는 다양한 제조사에서 여러 모델들을 내세우며 경쟁하는데다 세대 교체 사이에도 종종 경쟁사 저격용 모델이 나오면서 꾸준히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게임용으로 쓸만한 CPU 제조사는 정해진데다 세대 교체 기간 사이에 신규 모델을 기대하기 어렵고, 각 제품별 타겟층과 성능이 확실하며, 그래픽 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게임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시기라면, 조금은 외면하고 있던 CPU 업그레이드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위에 토탈워 사가 트로이의 CPU 성능 테스트 결과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단순히 고장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형 CPU를 고집하는 것은 최신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낭비하게 된다.
PC 게임 개발사들은 더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수 세대 전 CPU와 그래픽 카드를 최소/ 권장 사양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기본적인 플레이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지, 최신 그래픽 기술을 제대로 적용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픽 카드 대란이 이어지면서 콘솔로의 전향을 고민하는 게이머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PC 게임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가장 큰 이유는 콘솔 이상의 그래픽 품질로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지금 당장 CPU만 업그레이드 해도 그래픽 카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극적인 게임 성능과 그래픽 품질 향상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급격한 성능 변화가 줄어 보다 안정적인 게임 환경을 기대할 수 있고, 언제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래픽 카드와 동시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 부담을 덜 수 있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구매를 계획 중인 그래픽 카드에 맞춘 CPU 우선 업그레이드는 충분히 고려해볼 선택지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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