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다. '우주'와 '원소' 같이 쉽게 체감할 수 없는 것들보다 사회 현상에 관심이 더 많은, 소위 문과 체질이었던 것. 당연히 고등학교, 대학교 전공도 문과를 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첫 회사는 화학 관련 회사였다. 이어 두 번째 회사도 문과생과는 거리가 먼 병원이었으며 결국 지금도 화학과 관련된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정말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과학도 그렇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과학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무척이나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에도 과학 원리가 적용된다. 라면부터 막걸리까지 가리지 않고 말이다. 오늘은 바로 이러한 식품 속 과학 원리를 얘기해 보려 한다. 모르고 먹어도 상관없지만, 알고 먹으면 더 식생활이 즐거워지는 식품 속 과학 원리, 지금부터 시작한다.
팝콘, 고소한 맛 속에 숨은 비밀
톡톡 꽃이 피듯 터지는 팝콘. 팝콘이 팝! 하고 튀겨지는 원리는 뭘까? 바로 수분과 유분 때문이다. 껍데기가 단단한 옥수수를 가열하면 옥수수 속의 수분이 증기로 변해 빠져나온다. 이 가열된 수분과 유분의 증기가 팽창하면서 옥수수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팝콘이 된다.
코스트코 커클랜드 전자레인지 팝콘 93g (1개) (580원)
영화관에서 먹는 바로 그 맛. 한 팩씩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돌리면 간단하게 완성된다. 바삭하고 고소한 버터 향을 느낄 수 있는 제품.
달고나 커피, 단백질이 하드캐리 했다
어쩔 수 없이 집콕을 해야 했던 시국, 달고나 커피를 집에서 열심히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스턴트커피와 설탕, 물을 넣고 열심히 젓다 보면 거품이 나면서 맛있는 달고나 커피가 완성된다. 그 쫀쫀한 크림 같은 거품이 나는 이유가 바로 단백질 때문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몇 만 개 이상 연결된 큰 덩어리이다. 400번 휘젓는 행동으로 인해 약한 결합력부터 조금씩 풀리게 되는데, 그 풀린 공간에 따뜻한 물과 공기가 들어가면서 점점 부풀게 되는 것이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은 종류에 따라 친수성과 소수성으로 나뉘는데, 이 친수성 아미노산은 물과 결합하고 소수성 아미노산은 공기와 결합해 용액 속에 공기 방울이 만들어진다. 물 분자와 결합하는 능력이 탁월한 설탕을 넣어주면 점도가 높아지며 공기 방울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안정화되는데, 이것이 크림이 되는 것이다.
담터 달고나 라떼 20T (1개) (5,510원)
부드러운 라떼와 달콤한 달고나가 만나 추억의 그 맛 그대로. 진짜 달고나 분말이 들어있다. 400번 저을 필요 없이 물만 넣고 한 번만 저으면 완성. 스틱 형태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맛과 영양은 그대로, 보관은 용이하게 만든 멸균 우유
우유에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탄수화물 등 120가지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있다. 세균은 원유가 젖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유입될 수 있다. 목장 착유기에 붙어 있거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이 착유와 동시에 원유에 들어가면 빠르게 번식한다. 따라서 살균은 필수. 유해 세균과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아제 등을 죽이면 우유의 안전성과 저장성을 높인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살균 처리 방식은 ‘초고온 살균법’이다. 130~150도에서 0.5~5초간 가열하는 방식이라 병원성 세균이 살아남지 못한다. 아주 짧은 시간 내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므로 영양소는 거의 파괴되지 않으면서 멸균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서울우유 흰우유 1L (멸균) (1개) (2,190원)
고온에서 멸균처리하여 우유 본연의 맛과 영양소는 유지하면서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멸균 우유다. 국산 원유 100%로 목장의 신선함을 그대로 담았다. 보존료나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 국산 원유를 멸균 처리하여 안전하게 오랫동안 섭취가 가능하다.
라면, 네가 꼬불꼬불한 이유를 이젠 알겠어
한 끼 대충 먹고 싶은 날 또는 밤만 되면 은근히 당기는 라면. 이 라면의 면이 꼬불꼬불한 이유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꼬불꼬불한 면발을 하나하나 다 이으면 40m로 아파트 13층 정도의 높이나 된다고 한다. 한 포장지 안에 많은 양의 면발을 담을 수 있고, 튀기는 과정에서 기름 흡수와 수분 증발을 도와 면발 부서짐도 예방할 수 있어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있다.
면이 꼬불꼬불하면 공간 사이로 면끼리 잘 달라붙지도 않고, 수분의 침투력이 높아져 빠르게 익는다. 스프가 잘 스며들고 젓가락으로 집어 들기도 편하다. 라면은 면과 스프를 건조해 8% 이하의 수분 함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미생물의 발육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어 방부제가 필요 없이 오랫동안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농심 신라면 120g (1개) (760원)
세상이 다 아는 신라면의 맛! 외국에 오랫동안 나갔을 때도 챙겨갔던 신라면. 오히려 외국인들이 나에게 가져와서는 끓여 달라고 했던 라면이다. 소고기, 버섯, 당근 등이 들어가 한국을 대표하는 매운맛이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고? 마요네즈의 비밀
마요네즈를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는가? 마요네즈는 집에서도 기름, 식초, 계란, 소금, 설탕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액체인 식초와 기름이 어떻게 하나로 섞일 수 있을까? 바로 계란 노른자에 포함된 ‘레시틴’이라는 성분 때문에 섞인다. 레시틴은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계면 활성제 역할을 한다. 계면(물과 기름의 경계면), 활성(활동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즉, 물과 기름의 경계를 풀어주는 것이다. 옷이나 몸에 묻은 기름때를 물을 이용해 지워주는 세제나 비누, 샴푸 등이 계면활성제이니, 이해가 빠를 것이다.
오뚜기 고소한 골드 마요네스 800g (1개) (4,560원)
1984년부터 이어온 가장 고소한 맛의 마요네즈. 각종 샐러드에 뿌리거나 참치나 치킨에 버무려 덮밥을 해 먹어도 맛있다.
분자요리, 어렵게 생각마세요! 솜사탕
후후 불면은 구멍이 뚫리는 커다란 솜사탕! 이 솜사탕은 설탕을 녹인 후 바람을 이용해 실처럼 굳힌 음식이다. 설탕의 단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루인 설탕을 실의 형태로 변형해 기존의 설탕과 전혀 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분자요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뽀로로 유기농 솜사탕 12g (1개) (1,800원)
유기농 설탕 100%를 사용하여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간식이다. 식품 첨가물이 없어 초콜릿이나 사탕을 대신하는 달콤한 선물이 될 수 있다. 랜덤으로 들어있는 뽀로로 스티커는 덤.
발효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술, 막걸리
막걸리가 발효 식품인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막걸리는 쌀과 밀이나 쌀겨, 밀기울, 조 등을 찌지 않고 자연 상태의 미생물을 증식시킨 누룩 또는 원료를 쪄서 식힌 다음 미생물을 인공적으로 배양한 고지로 술을 빚는다. 이후 숙성되면 체에 밭쳐 버무려 걸러내는 데, 이때 쌀알이 부서져서 뿌옇게 흐려진다. 쌀에는 포도당의 원료인 전분(녹말)만 있기 때문에 여기에 누룩을 사용해 술을 담글 때 전분을 포도당으로 전환한다.
배상면주가(포천LB) 느린마을 무 아스파탐 생막걸리 750ml (1개) (3,600원)
인공감미료 없이 오직 쌀과 누룩, 물로만 깔끔한 단맛을 내는 막걸리로 유명하다. 인공적인 것을 배제하고 빚어 순수한 막걸리. 쌀 본연의 향미는 메론, 배, 과실향을 닮아 달콤함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글을 마치며
이 외에도 음식에 과학이 담긴 경우가 무척이나 많지만, 아쉽게도 7가지만 다뤄 보았다. 먹는 음식에 이렇게나 과학적인 요소가 숨어 있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또는 이 밖에도 음식과 관련된 과학 원리를 알고 있다면 댓글로 남겨 보자.
기획, 편집 / 다나와 김주용 jyk@cowave.kr
글 / 서기영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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