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젠 5000 시리즈 데스크탑 프로세서, 코드네임 버미어가 출시된지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버미어가 출시되기 전까지 AMD의 주장은 한결같았습니다. 젠+에서 경쟁 상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젠2에서는 비교적 약했던 게임 성능에서도 인텔을 넘어섰다고고요. 하지만 AMD가 아무리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이를 뒷받침할 벤치마크를 제시해도 그 동안 굳어있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그 어려운 일을 젠3 아키텍처의 버미어가 해냈습니다. 버미어, 라이젠 5000 시리즈는 멀티스레드 연산 작업부터 싱글스레드 게임 성능까지 어떤 분야와 용도에서건, 경쟁 상대보다 앞선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이제는 AMD가 인텔보다 절대 성능이 우세하다는 걸 소비자들에게 인정 받았습니다.

라이젠 5000 vs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결론은 정해졌고 그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 비교를 한번 더 끄집어내려 합니다. 왜냐면 그 동안 게임을 둘러싼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거든요. 두 달 사이에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신작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둠땅,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물론 이들 게임들이 하나같이 좋은 평가를 듣는 성공작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의견이 많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 출시된 게임들을 나름대로 재밌게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게임에서 CPU 성능이 어떤지를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테스트했습니다. 

테스트에 사용한 CPU는 인텔 코어 i9-10850K와 라이젠 7 5800X입니다. 스펙만 놓고 보면 같은 선에서 놓고 비교하기가 애매하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우선 코어 i9-10850K는 10코어 20쓰레드고요. 최상위 모델인 코어 i9-10900K에서 클럭만 조금 낮춘 모델입니다. 사실상 인텔 진영의 1인자와 다를 게 없지요. 그에 비해 라이젠 7 5800X는 8코어 16쓰레드입니다. 인텔보다 코어/쓰레드 수가 적지요. AMD는 12코어 24쓰레드나 16코어 32쓰레드 프로세서를 메인스트림 데스크탑 CPU로 출시하고 있지만 10코어 20쓰레드 짜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8코어 16쓰레드의 라이젠 7 5800X를 비교군으로 사용했습니다. 사실 게임에서 10코어 씩이나 필요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요. 젠3 아키텍처는 싱글스레드와 게임 성능도 많이 올랐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스펙만 비교하면 한 체급 더 높아 보이는 코어 i9-10850K를 경쟁 상대로 삼아볼만 하다고 보입니다. 

사실 이번 테스트의 답은 나와있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젠3 아키텍처,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5600X/5800X/5900X/5950X https://gigglehd.com/gg/8612109 ]에서 보여줬던 성과가 있으니까요. 저기에선 코어 i9-10850K가 아니라 코어 i9-10900KF를 사용했지만, 두 CPU 사이의 차이점은 클럭이 3.7~5.3GHz에서 3.6~5.2GHz로 줄었다는 것과, 하이엔드 프로세서에 어울리지 않는 내장 그래픽의 유무 뿐입니다. 따라서 코어 i9-10850K는 지난 테스트의 코어 i9-10900K에서 성능이 조금 덜 나오거나 비슷할거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하고요. 라이젠 7 5800X는 지난 테스트 결과 그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지난번에 테스트했던 CPU 연산 성능이나 게임 성능 테스트를 다시 하지 않고, 하지 않았던 게임 테스트 위주로 추가했습니다. 

다른 테스트 환경은 거의 같습니다. 완전히 같은 게 아니라 거의 같은 이유는 메모리 클럭이 달라서입니다. 둘 다 DDR4-16GB 듀얼채널 메모리를 사용했으나 AMD는 3200MHz고 인텔은 2993MHz로 작동합니다. 이는 메모리 설정의 문제가 아니라 두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메모리 클럭이 달라서 이렇게 했습니다. 높은 메모리 클럭을 지원하는 것도 실력이거늘, 출발선을 평등하게 맞추겠다고 클럭을 억지로 낮춘다면 오히려 공정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메모리 클럭을 양쪽 모두 똑같이 3600MHz로 맞춰도 라이젠 5000 쪽이 더 유리하다는 말도 있지만요. 메모리 클럭을 제외하면 모두 같습니다. SATA 6Gbps 방식의 SSD, 윈도우 10 20H2 버전 운영체제,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NVIDIA 지포스 460.89 드라이버를 사용했습니다. 

테스트에 사용한 게임은 사이버펑크 2077, 파 크라이: 뉴 던, 문명 6, 보더랜드 3, 데스 스트랜딩, 갓폴, 더트 5,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둠땅,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입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 출시 이후 새로 나온 게임도 있고, 연말의 게임 할인에 맞춰서 새로 구입한 게임들도 있습니다. 어쨌건 기존에는 테스트하지 않았던 게임들이니 여기서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라이젠 5000 시리즈를 비교하기엔 충분하겠지요? 또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는 게임들의 경우 그 부분도 테스트했습니다. 라데온 RX 6000 시리즈의 출시와 함께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는 게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 앞으로 게임 테스트에서 DXR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많이 늘어나리라 보입니다.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 3080을 사용했습니다. https://gigglehd.com/gg/8242387 

지포스 RTX 30 시리즈에서 달라진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PCIe 4.0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포스 RTX 20 시리즈까지는 PCIe 3.0에 머물러 있었으나 30 시리즈부터 PCIe 4.0의 지원이 추가됐지요. 경쟁 상대인 AMD보다는 한 박자 늦긴 했지만, 이걸로 두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모두 PCIe 4.0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PCIe 4.0은 PCIe 3.0보다 더 넓은 대역폭을 제공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래픽카드에서 이 대역폭을 100% 활용할 만큼의 성능을 내진 않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요구하는 해상도와 텍스처, 특수 효과는 더욱 드러날 것이고, 그만큼 더 넓은 대역폭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또 그래픽카드가 아닌 다른 분야, NVMe 방식의 SSD에서는 PCIe 4.0과 PCIe 3.0의 성능 차이가 좀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CPU나 칩셋과 연결 링크를 x4 그대로 유지하면서 2~3배에 달하는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쓰진 않더라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PCIe 4.0은 꼭 갖춰야 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아래는 PCIe 4.0을 지원하는 SSD인 삼성 SSD 980 PRO의 성능 테스트인데요. 똑같은 SSD여도 어디에 장착하느냐에 따라서 성능인 완전히 달라집니다. 

라이젠 7 5800X에 X570 칩셋 메인보드에서는 7GB/s 가까운 순차 읽기 성능과 5GB/s의 순차 쓰기 성능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높은 성능을 내줍니다. 

코어 i9-10850K에 Z490 칩셋 메인보드에 장착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집니다. 순차 읽기 성능은 반토막이 나버리고, 다른 테스트 결과도 상당 부분 떨어집니다. 

이처럼 모든 플랫폼에서 PCIe 4.0을 다 지원하진 않습니다. 아직까지 PCIe 4.0을 지원하는 CPU는 라이젠 3000 시리즈와 라이젠 5000 시리즈밖에 없습니다. 인텔의 경우 모든 CPU와 데스크탑 플랫폼에서 PCIe 4.0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지원하겠죠. 다음 세대에서는 PCIe 4.0을 지원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있고요. 그러나 그것도 빨라야 3월이고 확정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좀 더 기다려라, 언제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네요. 바꿔 말하면 인텔은 새 플랫폼이 나오기 전까지 PCI 4.0을 사용할 방법이 없고, PCIe 4.0의 넓은 대역폭을 써야 한다면 AMD의 신형 CPU가 유일한 방법입니다. 

버미어 출시 때 테스트했던 게임을 다시 벤치마크할 필요는 없겠죠. 대신 복습을 위해 데이터만 두 개 가져왔습니다. 당시에는 코어 i9-10900KF와 비교를 했으니 조건이 완벽하게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코어 i9-10850K와 성능 차이가 거의 없을 뿐더러, 설령 차이가 난다고 해도 코어 i9-10900KF가 더 높습니다. 따라 코어 i9-10900KF의 데이터를 가져와서 코어 i9-10850K를 가늠해도 문제될 건 없으리라 보입니다. 

그리고 라이젠 7 5800X 앞에서 코어 i9-10900KF와 코어 i9-10850K의 성능 차이를 논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코어 i9-10850K보다 성능이 더 높은 코어 i9-10900KF와 비교해도 라이젠 7 5800X가 우세를 보인다는 점은 변하지 않거든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그런 성능 차이가 압도적인 게임입니다. 377fps도 충분히 높은 숫자지만 라이젠 7 5800X의 416fps 앞에서는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좀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도 있겠죠.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줄 겁니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라이젠 7 5800X가 압도적인 성능 격차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래도 둘 중 누가 더 성능이 높냐고 물어보면 라이젠 7 5800X가 되겠네요.  

이제 본격적인 게임 테스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코어 i9-10850K로 테스트한 데이터를 썼습니다. 가장 먼저 최신 중의 최신 게임인 사이버펑크 2077부터 봅시다. 게임 완성도나 버그가 기대에 못 미쳐서 논란을 일으켰지만, 어쨌건 엄청난 양이 팔렸고 그만큼 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버그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패치가 될 거고, 완성도 역시 보충해 나가면 되니까요. 

패치된 버그 중에 하나가 AMD CPU 버그입니다. 이상하게 AMD CPU에서만 SMT를 쓰지 않아 성능이 떨어졌었는데요. 1.05 버전 이후로는 이 부분을 패치해 AMD CPU의 성능이 대폭 올랐습니다. 그러니 구 버전에서 진행한 초기 벤치마크 말고 최신 버전에서 테스트한 결과를 보셔야 정확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시는대로입니다. 라이젠 7 5800X가 사이버펑크보다 더 높은 프레임을 내며,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켜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집니다. 

파 크라이 6이 AMD 피델리티 FX를 비롯해 다양한 그래픽 효과를 지원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출시가 연기됐습니다. 그 동안 파 크라이: 뉴 던으로 아쉬움을 달랠 분들이 계시겠지요. 연말이라고 세일도 하더라고요. 여기에선 라이젠 7 5800X가 코어 i9-10850K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보여주네요.  

문명 6는 출시된지 많은 시간이 지난 게임이며, 그만큼 요구하는 하드웨어 스펙도 높진 않습니다. 여기에서도 라이젠 7 5800X가 코어 i9-10850K가 8프레임 더 높은 성능이 나왔지만 그게 게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성능은 AMD가 더 높구나 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CPU보다 그래픽카드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게임이 있습니다. 보더랜드 3도 그런 게임 중 하나로 보입니다. 여기서 두 CPU는 거의 오차 범위내의 성능 차이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벤치마크가 없는 게임을 테스트할 때마다 어디를 기준으로 잡아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에서 라이젠 7 5800X가 우세한 건 이상해 보이지 않지만, 그 격차가 생각 이상이군요. 다만 데스 스트렌딩과 같은 엔진을 썼다는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도 라이젠 7 5800X는 코어 i9-10900K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줬었습니다. 게임 환경이나 측정 조건에 따라서는 저만큼 차이가 날 수도 있겠거니 싶네요.

그래픽은 화려한데 게임성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갓폴입니다. 그래도 최신 게임이니 넣어봤는데요. 여기서 두 CPU는 오차범위 내의 성능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더트 5입니다. 출시된지는 몇달 됐지만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추가한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늘어난 게임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두 CPU는 사실상 같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입니다. 이번 테스트 중에서 인텔이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나온 유일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하지만 성능 차이는 2프레임으로 크진 않습니다. 

와저씨들의 저력을 보여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둠땅입니다.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끄건 켜건 라이젠 7 5800X가 코어 i9-10850K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 게임도 벤치마크가 없고, 인던을 비롯해 게임 상황에 따라서 프레임의 변화는 크겠지만 그래도 AMD CPU의 우세는 변함이 없으리라 보입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입니다.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쓰지 않았을 때는 코어 i9-10850K가 아주 조금 앞서지만, 레이트레이싱을 켜면 사실상 같은 수준까지 올라옵니다. 

게임이나 벤치마크 환경에 따라서 결과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 성능 차이를 보아하면 결론은 명확해 보입니다. 지난 테스트에 https://gigglehd.com/gg/8612109 없었던 게임, 특히 최신 게임을 추가해서 테스트를 진행해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AMD 라이젠 5000 시리즈는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 더 높은 게임 성능을 지녔습니다. 인텔은 11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나와야 PCie 4.0도 지원하고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텐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앞으로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하고요. 그 동안 최고의 게이밍 CPU를 원한다면 답은 여전히 라이젠 5000 시리즈가 될 겁니다.  

<저작권자(c) 기글하드웨어(https://gigglehd.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글하드웨어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