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 드라이버는 모든 하드웨어가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드라이버를 안 깔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하드웨어의 대부분은 드라이버가 필요 없는 게 아니라, 윈도우를 비롯한 운영체제에 드라이버가 기본적으로 탑재되거나 없으면 자동으로 찾아 설치해 주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수 십년 동안 욕을 먹어가며 플러그 앤 플레이와 윈도우 업데이트를 다듬은 결과, 이제는 사용자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기 혼자 알아서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경지에까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드라이버를 윈도우에게 맡겨두고 잊어버려도 되는 건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그래픽카드지요. 그래픽카드는 다른 부품에 비해 유독 업데이트가 잦거든요. 신작 게임이 나올 때마다 거기에 최적화한 버전이 그날 공개되고, FSR 같은 기능을 개선하기도 하며, GPU 제조사가 드라이버 패키지를 하나로 통일하기에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새 버전이 나오는게 보통입니다. 그래서 게임 성능에 신경을 쓰거나 막 출시된 그래픽카드를 장착한다면 최신 버전으로 직접 업데이트를 합니다.
그리고 그래픽카드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은근히 업데이트가 자주 되며, 또 성능에도 영향을 적지 않게 미치는 드라이버가 있습니다. 바로 칩셋 드라이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칩셋은 메인보드 칩셋입니다. 다양한 장치들을 서로 연결하며 시스템의 확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칩셋 자체의 성능을 따지진 않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나오는 인터페이스의 대역폭이나 구성에 따라 좋고 나쁨을 가르긴 하지만 칩셋의 코어가 몇 개고 클럭이 얼마까지 올라간다는 말은 하지 않지요.
그러나 메인보드 칩셋은 시스템의 성능에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CPU와 메모리부터 시작해서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확장 카드와 각양각색의 스토리지까지 시스템의 모든 부분에 연결되어 그 작동을 조율하거든요. 따라서 칩셋이 중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였다간 여기에 연결된 모든 부품들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안정성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특정 회사의 칩셋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듣곤 했지요.
그래서 CPU를 제조사들은 CPU를 설계하는 한편, 메인보드 칩셋의 설계와 그 최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 번 새 칩셋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신형 CPU가 나오면 이를 지원할 신형 바이오스와 거기에 맞춘 칩셋 드라이버를 출시하고요. 새로 출시된 CPU나 칩셋이 없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새 버전을 내놓곤 합니다. 윈도우 11처럼 새로운 운영체제나 그 업데이트가 나왔다던가, 하드웨어를 활용하는 경험이 쌓여 시스템의 성능을 더 높여줄 여지가 있다던가 등의 이유로 말이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AMD가 2022년 8월 25일에 업데이트한 칩셋 드라이버인 4.08.09.2337입니다. 드라이버 릴리즈 노트를 보면 '윈도우 11 22H2 지원 추가' 외에 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윈도우 11을 22H2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이상, 굳이 칩셋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요. 일부 사용자 사이에서는 칩셋 드라이버를 업데이트 한 후에 프리시전 부스트 오버드라이브(PBO)이 개선되어 일부 분야, 특히 게임에서 성능 향상이 있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CPU는 라이젠 5 5600을 골랐습니다. 정품 기준으로 19만원, 멀티팩은 18만원 초반까지 내려가는 저렴한 가격에 6코어 12스레드를 쓸 수 있어 가성비 시스템을 조립할 때 가장 선호하는 CPU이기도 합니다. 경쟁사인 인텔의 경우 코어 i3-12100 정품이 18만원 후반이니 라이젠 5 5600과 가격이 비슷하지만 코어 수가 딸립니다. 그 대신 내장 그래픽이 있지만요. 그보다 더 윗 모델을 보면 코어 i5-12400F 정품이 있긴 한데 이건 5600보다 비싼 24만원이지요.
우선 라이젠 5 5600이 출시된 2022년 4월에 맞춰서 최신 바이오스는 3월에 나온 AGESA 1.2.0.6c, 칩셋 드라이버는 3월 14일에 나온 4.04.04.431 버전을 써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9월 기준으로 최신 바이오스인 AGESA 1.2.0.7, 최신 칩셋 드라이버인 4.08.09.2337을 설치해서 성능을 비교했습니다. 또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쟁사 제품인 코어 i5-12400도 테스트에 추가해서 비교했습니다. 5600과 12400이 모두 보급형 CPU니 그래픽카드도 저렴한 지포스 RTX 3060을 썼습니다.
라이젠 5 5600 https://prod.danawa.com/info/?pcode=16741211
코어 i5-12400 https://prod.danawa.com/info/?pcode=16101326
둘 다 똑같은 6코어 12스레드 프로세서지만, 라이젠 5 5600은 18만원 선, 코어 i5-12400은 정품이 28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내장 그래픽이 없는 코어 i5-12400F에 정품도 아닌 벌크를 골라도 21만원이니 라이젠 쪽이 더 저렴합니다.
AMD: MSI MEG B550 유니파이 https://gigglehd.com/gg/9497905
인텔: MSI PRO H610M-B DDR4 https://gigglehd.com/gg/12091596
메모리: DDR4-3200 16GB 듀얼채널
그래픽카드: MSI 지포스 RTX 3060 게이밍X 12G 트윈프로져8 https://gigglehd.com/gg/9534021
라이젠 5 5600의 출시 초기에는 AGESA 1.2.0.6c 마이크로코드 기반의 바이오스를 사용했으나, 현재 최신 바이오스는 AGESA 1.2.0.7로 업데이트됐습니다.
칩셋 드라이버도 4-03-03에서 4-08-09로 바뀌었습니다. 두 드라이버의 상세 성보를 보면 AMD 프로세서 전원 관리 지원의 버전이 7.0.4.4에서 8.0.0.13으로 크게 올랐고, AMD PCI 장치 드라이버도 1.0.0.87에서 1.0.0.89로 소폭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AMD GPIO 드라이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른 버전에 비해 유독 프로세서 전원 관리 지원의 버전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원 관리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니까요. 이를 통해 PBO의 정밀도가 올라 더 높은 클럭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메모리나 캐시 대역폭의 경우 최신 바이오스와 칩셋 드라이버를 사용하면서 오른 부분도 있지만 소폭 떨어진 곳도 있습니다.
게임 성능
최신 드라이버가 효과를 보는 게임도,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습니다. 그래픽카드보다는 CPU의 성능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온라인 게임에서 최신 드라이버의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는 편인데요. 최신 드라이버에서 PBO를 더욱 잘 활용하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높은 CPU 성능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클럭을 올린 결과 평균 프레임이 올라가 이런 결과가 나온 듯 합니다. 이런 온라인 게임은 원래 라이젠이 더 좋은 성능을 보여주던 분야였는데, 최신 드라이버를 설치하면서 그 특징이 강해졌다고 평가됩니다.
3D 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리그 오브 레전드
로스트 아크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F1 22
포르자 호라이즌 5
호라이즌 제로 던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연산 성능
연산 성능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성능이 올랐다고 할 수 있겠으나, 오차 범위 안에 해당되는 테스트가 많았습니다. 이들 CPU 연산 성능 테스트는 싱글 스레드가 됐건, 멀티 스레드가 됐건, 테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일정한 부하를 지속적으로 주기에 CPU가 풀로드에 근접한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합니다. 따라서 최신 드라이버에서 PBO를 좀 더 정밀하게 활용하도록 바뀌었다 하더라도 벤치마크에는 영향을 주기가 힘들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벤치마크가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작업을 실행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실사용 환경에서는 어느 정도의 체감 효과를 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CPU-Z
시네벤치 R23
wPirme
7Zip
블렌더
X.264 인코딩
AMD는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최적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고 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런 드라이버 최적화는 그래픽카드에 그치지 않고 CPU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라이젠은 CPU 성능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강한 모습을 보여 왔으며, 최신 버전의 드라이버에서는 그 장점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20만원 이하의 가성비 CPU 시장에서 AMD의 주력 모델인 라이젠 5 5600의 가성비가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위한 가성비 시스템이 목적이라면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코어 i5-12400/12400F를 굳이 고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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