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후기를 읽다 보면 간혹 괴담처럼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강아지가 간밤에 거실에 변을 봤는데, 예약 청소를 걸어둔 로봇청소기가 변을 그대로 밀고 지나가면서 온 집안이 X밭이 됐다’는 것이다. 과연 진실일까? 만약 그렇다면, 최신형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들은 다르지 않을까? 로봇청소기 대 동물 털의 대결을 지켜본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강아지 변과 더불어 자주 토하는 고양이를 위한 토사물의 대결까지 준비했다.
에코백스 VS 로보락 VS 삼성전자
반려동물 대변, 누가 누가 잘 피할까?
1편에서 카펫 위에 뿌린 반려동물 털을 통해 ‘흡입 성능’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물걸레 성능’을 알아볼 차례다. 1편과 동일한 제품들을 사용하였으며, 실험 방식은 다음과 같다. 다나와에서 지점토와 초코파이를 이용해 만든 반려동물 변(?)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고, 바닥에는 보드마카로 ‘DANAWA’라는 글씨를 적은 뒤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켜보는 것이다.
로봇청소기가 반려동물 변을 얼마나 잘 피하고, 보드마카를 얼마나 잘 지우는지 테스트하면서 로봇청소기의 장애물 인식 성능과 물걸레 성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삼성전자 제품에는 물걸레가 탑재되지 않아 물걸레 성능은 테스트하지 않았다.)
① 에코백스 디봇 X1 옴니
먼저 1편 반려동물 털 흡입 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던 에코백스 제품이다. 지점토로 만든 토끼변은 변 대신 이물질로 인식하여 흡입 청소를 시작했다. 사이드 브러시에 밀려 일부가 주변으로 흩어지긴 했지만, 90%가량 흡입했다.
강아지변은 동물 변으로 인식하여 정면으로 마주칠 경우 확실하게 피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이드 브러시와 경미한 접촉 사고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90% 이상 회피하며 꽤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줬다.
그러나 스테이션으로 돌아갈 때 문제가 발생했다. 청소를 마치고 스테이션으로 복귀할 때는 장애물 인식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지, 잘 피해가던 강아지변을 그대로 밀고 복귀해버린 것이다.
다행히 브러시에 잔여물은 남지 않았고, 물걸레가 자동 세척되면서 보드마카를 지운 때만 약간 남아있는 상태였다. 스테이션도 비교적 깨끗했다. 바닥에 쓴 보드마카는 50% 정도 지워진 모습.
■ 에코백스 디봇 X1 옴니 TEST 결과 ■
② 로보락 S7 MaxV Ultra
마찬가지로 토끼변은 장애물이 아니라 먼지로 인식하여 그대로 흡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흡입 성능은 에코백스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사이드 브러시로 인해 주변으로 흩뿌리는 양이 일부 있었지만 90%가량 빨아들였다.
강아지변은 대체로 잘 피해가는 듯 했으나, 일부 구간에서 갑자기 ‘급발진’을 하면서 강하게 빨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행히 흡입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실제 강아지변을 흡입했다면, 하는 생각에 아찔한 순간이었다. 로보락 제품은 스테이션으로 복귀할 때도 강아지변을 잘 피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청소를 마친 후 외관을 살펴보니, 전반적으로 깔끔했던 에코백스와 달리 로봇청소기와 스테이션 곳곳에 토끼변 잔해가 남아있었다. 한편, 보드마카는 거의 지워지지 않았다.
■ 로보락 S7 MaxV Ultra TEST 결과■
③ 삼성전자 BESPOKE 제트 봇 AI
3번 주자인 삼성전자 제품 역시 토끼변은 흡입하고, 강아지변은 피하면서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토끼변의 경우 90%가량 흡입한 에코백스, 로보락 제품과 달리 일부는 피하고, 일부는 흡입하면서 약 40%가량 흡입했다. 또한 양날개처럼 탑재된 사이드 브러시가 없다 보니 주변으로 흩뿌리는 양도 없었다.
강아지변의 경우 100% 회피율을 보여주었으나, 에코백스 제품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션으로 복귀할 때는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이로 인해 로봇청소기와 스테이션에 강아지변 잔해가 묻어 직접 닦아줘야 했다. 삼성전자 제품의 경우 물걸레 기능이 없어, 보드마카 세정력은 테스트하지 않았다.
■ 삼성전자 BESPOKE 제트 봇 AI TEST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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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스 VS 로보락 VS 삼성전자
반려동물 토사물, 누가 누가 잘 피할까?
대변보다는 ‘토사물’이 걱정일 고양이 집사들을 위해 두 번째 실험도 준비했다. 콘푸로스트를 으깨서 만든 반려동물 토사물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고, 콜라와 우유를 골고루 뿌려놓은 뒤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켜보는 것이다. 리얼함을 위해 토사물은 우유를 섞은 젖은 토사물과 마른 토사물(사료토) 두 가지 종류로 만들었다.
이 방식을 통해 우리는 로봇청소기가 반려동물 토사물을 얼마나 잘 인지하고 피하는지, 그리고 물걸레가 끈적한 콜라와 우유를 얼마나 잘 닦아내는지 동시에 알아볼 수 있다. (단, 테스트에서는 극한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토사물을 준비했다. 한 번에 토해놓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니, 만약 반려동물이 이 정도의 토사물을 만들어 놓았다면 바로 병원에 데려가도록 하자.)
① 에코백스 디봇 X1 옴니
동물 변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사이드 브러시로 인해 일부 토사물을 주변으로 뿌리면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젖은 토사물은 높이 때문인지 장애물로 인식하면서 피해서 청소하기도 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토사물을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지나가면서 흡입하고 닦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젖은 토사물은 약 60%, 마른 토사물은 약 90% 흡입 청소하였고 콜라와 우유도 약 80%가량 닦아냈다. 다만 콜라와 우유를 닦은 자리는 바닥이 다소 끈적하고 냄새와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번에도 스테이션에 복귀할 때는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기껏 피해다닌 토사물을 화끈하게 밀고 지나갔다.
청소가 끝난 후 로봇청소기를 들어보니 토사물 잔해가 브러시와 바퀴 여기저기에 끼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걸레는 자동 세척을 끝냈음에도 달달한 콜라향과 우유 비린내가 올라왔고, 흡입구가 잔여물로 축축하게 젖었다. 스테이션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 에코백스 디봇 X1 옴니 TEST 결과■
② 로보락 S7 MaxV Ultra
2번 주자인 로보락 제품은 토사물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속력을 내면서 적극적으로(?) 흡입 청소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저없이 밀고 지나가면서 토사물이 레드카펫처럼 펼쳐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토사물을 아낌없이 흡입한 탓인지, 스테이션으로 복귀할 때 로봇청소기에서 떨어진 잔여물이 진입을 가로막으면서 복귀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충전 도크로 돌아갈 수 없으니 장애물을 정리해주세요’라는 음성 안내가 나왔고, 잔여물을 닦아낸 뒤 손으로 밀어 넣어 복귀 시켰다.
롤러와 흡입구, 물걸레 패드 할 것 없이 토사물의 잔해가 상당히 지저분하게 남아있었고 특히 스테이션이 마치 폭탄을 맞은 듯 더러워져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콜라와 우유 청소는 에코백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80%가량 닦아냈지만 끈적임과 냄새 등 일부 흔적은 남아있었다.
■ 로보락 S7 MaxV Ultra TEST 결과 ■
③ 삼성전자 BESPOKE 제트 봇 AI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제품이다. 앞서 설명했듯 삼성전자 제품에는 물걸레가 탑재돼 있지 않아, 토사물 및 수분 인지가 가능한지를 집중적으로 알아보았다.
젖은 토사물, 마른 토사물 가리지 않고 신나게 흡입하고 다니더니, 토사물이 흡입구에 걸리면서 1분가량 제자리에서 열심히 흡입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토사물을 청소해야 할 이물질로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청소하려 했지만, 흡입력이 약한지 마른 토사물도 잘 흡입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제품 역시 신나게 토사물을 흡입한 탓인지, 로보락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션에 제대로 복귀하지 못하고 헛바퀴가 돌아가 손으로 살짝 밀어 복귀시켰다.
청소 후 외관은 언뜻 깨끗한 듯 보였으나, 롤러 안쪽을 보니 각종 잔해가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었고 스테이션 흡입구도 축축하게 젖어 직접 청소를 해줘야 했다.
물걸레 기능 없이도 콜라와 우유를 70% 정도 흡입했으며, 먼지 봉투는 살짝 젖었지만 상당히 많은 양을 빨아들였음에도 기기 자체에 수분이 넘치지는 않았다.
■ 삼성전자 BESPOKE 제트 봇 AI TEST 결과■
에코백스 VS 로보락 VS 삼성전자
반려동물 대변 & 토사물 청소 결과는?
1) 대변 및 보드마카 세정 능력
2) 토사물 및 콜라, 우유 세정 능력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자. 세 가지 제품이 대체로 토끼변은 이물질로 인식하여 흡입 청소하고, 강아지변은 장애물로 인식하여 피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흡입력은 에코백스와 로보락이 우수한 반면, 삼성전자는 강아지변을 100% 회피했다. 다만 에코백스와 삼성전자는 스테이션으로 복귀할 때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대변 및 토사물을 밟았고, 로보락은 스테이션으로 복귀할 때에도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해간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토사물의 경우 대부분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빨아들여 로봇청소기와 스테이션이 지저분해졌으나, 젖은 토사물의 경우 에코백스가 비교적 잘 피했다. 토사물 잔해로 인해 스테이션 복귀가 불가능했던 로보락, 삼성전자 제품과 달리 복귀 및 자동 세척이 수월했고 청소 후에도 로봇청소기와 스테이션 외관이 그나마 깨끗한 편이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cowave.kr
글 / 박다정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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