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에 동기부여, 젊은 세대에 자극 준 올해는 감사한 시즌
내년 500경기 출전·아들 강준 군과 동반 투어 출전 새 목표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전남 완도에서 역도 선수를 하던 그는 골프 선수의 꿈을 안고 상경했고 남들이 말리던 미국에 진출해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거뒀다.
2011년에 달성한 PGA 투어 8승은 올해 2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9승째를 거두기 전까지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 있었을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올해 54세인 그에게 '도전'이라는 단어는 이제 안 어울릴 것 같았지만 최경주는 올해 5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고, 7월에는 메이저 시니어 대회인 더 시니어오픈을 제패했다.
2024시즌 공식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12일 귀국한 최경주를 13일 서울 용산구 최경주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두 차례 큰 우승을 달성한 2024시즌을 돌아보며 "제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연초에 '올해 이런 성과를 내겠습니다'라고 기도한 내용의 100%가 맞아떨어진 한 해"라고 자평하며 "굉장히 감사한 시즌이고, 또 내년이 기대되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경쟁하는 PGA 챔피언스투어에서도 상금 순위 10위를 목표로 세워 7위(163만1천257달러·약 22억원)에 올랐다는 것이다.
최경주는 "2007년에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AT&T 내셔널에서 우승했을 때가 정규 투어에서 제 선수 생활의 하이라이트"라며 "그런데 제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가치로 따지면 올해 비중이 더 큰 것 같다"고 비교했다.
그는 "제 나이에 SK텔레콤오픈 우승을 한 것이 저와 비슷한 나이 분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골프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또 젊은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더 관리도 잘하고, 분발해야겠다'는 미래지향적인 자극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7월 유서 깊은 영국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더 시니어오픈에서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두 자릿수 언더파로 우승해 강렬한 발자국을 새겼다.
몸 관리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5년 전 갑상샘 수술을 하고, 몸무게도 79㎏까지 빠졌다"며 "수술 이후 근육도 많이 빠지고,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를 재보니 원래 111마일까지 나오던 것이 아무리 쳐도 102마일밖에 안 되더라"고 설명했다.
나이 50쯤에 겪은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도 고민했다는 최경주는 "술도 끊고, 커피나 탄산음료도 안 마시며 다시 근육을 채우기 시작했다"며 "사실 수술 이후에 한 번도 체중계에 올라간 적이 없었는데, 마침 어제 5년 만에 재보니까 전성기 몸무게인 92㎏이 돼 있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몸무게를 자꾸 재면 숫자에 얽매이게 되니까, 계속 식단 관리하고 운동하면서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껴왔다"며 "대회 나흘을 치러도 피곤한 정도가 예전에 비해서도 훨씬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헤드 스피드 역시 106∼107마일 정도로 회복했다는 최경주는 "아무래도 유연성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 부분을 좀 보완하고 거리도 15야드 정도 짧은데 동계 훈련에서 109마일 정도로만 올리면 내년에 또 해볼 만할 것 같다"고 의욕을 내보였다.
2008년 설립한 최경주재단도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특히 선수 생활 전성기에 재단을 세워 주변에서는 '선수 생활하기도 바쁜데, 이거는 나중에 해도 된다'는 만류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경주는 "고기를 잡으려면 때에 맞춰 그물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위를 설득했다"며 "재단 일은 제 아내가 많이 도와줘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저도 경기에 영향을 받을 것 같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도 재단 설립 이후인 2011년에 나왔다.
이날 재단 사무실에 놓인 책자에는 박민지, 김민규, 이가영 등 현재 국내 남녀프로골프를 주름잡는 최경주재단 출신 선수들의 소식이 실려 있었다.
최경주는 "한 800명 정도가 꿈나무 장학생 코스를 밟았는데, 선수나 지도자로 간 친구들은 물론 공부로 성공한 아이들도 많다"며 "아이들은 재단을 통해 뭔가 배워가는 것이 있고, 저도 아이들 보기에 실망스럽지 않은 선수가 되기 위해 더 책임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골프 선수로 이룰 것은 다 이룬 최경주지만 아직도 도전할 것이 남아 있다.
먼저 PGA 투어 500경기 출전이다.
이 기록에는 2개 대회가 남았고, 올해 더 시니어오픈 우승으로 2025년 디오픈 출전권을 획득해 1개 대회만 더 나가면 500회를 채울 수 있다.
현재 700개 대회를 나간 선수들이 역대 최다 대회 출전 상위 10위권 정도에 해당한다. 최경주는 "투어에서 500회 출전부터 기념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2남 1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막내 강준 군과 함께 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장면도 기대한다.
미국 듀크대 3학년인 강준 군은 영문 이니셜도 'K.J'로 아버지와 같다.
최근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아들 브로니와 함께 코트에 선 장면이 화제였는데, 최경주도 아들과 함께 필드에 나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경주는 "12월 아버지와 아들이 한 조로 나가는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 출전 신청을 해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강준이가 대학교 졸업하고 프로가 되려면 2년 반 정도 남은 만큼 그때까지 저도 투어에 나갈 수 있는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둘이 같이 출전한 걸로 끝나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함께 컷 통과라도 해야 하니, 그걸 생각하면서 연습하면 에너지가 또 달라지고 힘이 생긴다"고 빙그레 웃었다.
평소 아들에게는 "아빠는 군대 가기 전에 언더파를 친 적이 없다"거나 "주니어 때도 우승해본 적이 없다"고 격려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강준 군이 성적이 안 좋을 때면 아빠에게 전화해 하소연하지만 아빠가 달래주기도 전에 혼자 이야기하면서 다 풀어낸다는 것이다.
골프 명예의 전당도 장기적으로 최경주가 도전하고 싶은 목표 가운데 하나다.
다음 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최경주는 국내에 있는 동안 한 기도회에서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최경주는 "제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라'는 뜻의 '고'(Go)다"라며 "가려면 움직여야 하고, 발로 뛰어야 하는데 나도 완도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미국으로 가면서 살아온 인생"이라고 젊은 세대의 도전을 독려했다.
그는 "항상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주저앉게 된다"며 "일단 움직여보면 거기서 또 그 과정에서 나오는 땀의 가치를 알게 되고 생각도 바뀌는 법"이라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앞으로 가려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