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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나훈아·조용필·최경주…무대·필드 누비는 '시니어 스타'

연합뉴스
2025.01.14. 08:00:01
조회 수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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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에 연기대상 이순재…전성기 기량 뽐내고 은퇴한 나훈아
정규 20집 금자탑 조용필…50대에 우승 트로피 최경주

열창하는 나훈아

[예아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김동찬 김경윤 이태수 기자 = "저는 지금도 안경을 안 쓰고 책과 신문을 읽습니다. (중략) 아직은 몇 년을 거뜬하게 할 수 있습니다."(나훈아)


지난 12일 은퇴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고 마이크를 내려놓은 가수 나훈아(78)는 "여러분이 서운할 때 그만두는 것"이라며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웬만한 인기 아이돌 스타도 채우기 어렵다는 서울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3일에 걸쳐 5회 전석을 매진시켰다. 주말이었던 지난 11∼12일에는 하루 2회씩 공연하는 '강행군'도 너끈히 해냈다.


나훈아는 물론 이순재, 신구, 조용필, 손숙 등 일흔을 훌쩍 넘긴 '시니어 스타'들이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막강한 인기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선 골프 선수 최경주처럼 통념을 뛰어넘어 50대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나왔다.


조용필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가왕'(歌王) 조용필(74)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조용필의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2024.11.24 [YP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2시간 넘게 '홀로 공연' 조용필·나훈아…"계속 배워야" 부단한 노력


나훈아의 고별 공연은 지난 58년 동안 쌓아 올린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화려한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무대 위 반투명 가림막 뒤에서 곡마다 옷을 갈아입고, 시스루 의상도 소화했다. 공연 후반부에선 찢어진 청바지에 흰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부진 체격을 자랑했다.


나훈아는 "나는 지금까지 (공연에서) 게스트를 둔 적이 없다"며 "우리 후배들 몇 명 데려다가 노래시키고 나는 앉아서 물 한 잔 마시고 좀 쉬었다가 나오면 편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 누구를 보러 왔느냐, 나를 보러 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하며 구성진 창법으로 쉼 없이 무대를 이어갔다.


1968년 데뷔한 '가왕'(歌王) 조용필(75) 역시 57년 동안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규 20집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데 이어, 11월 서울 KSPO돔에서 신보 발매 기념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조용필 역시 게스트 없이 2시간 넘게 홀로 무대를 소화하며 탄탄한 보컬을 들려줘 객석에선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조용필은 당시 공연에서 '오빠'라며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 그는 해를 넘겨 오는 4월에도 대전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는 음악으로 무대에 서는 그의 비결로는 부단한 노력이 꼽힌다.


조용필은 작년 20집 발매 기자회견에서 가수는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지금도 창법과 음성 내는 방법 등을 굉장히 많이 연구하고 연습한다. '저 가수는 저렇게 했는데 나도 될까' 하고 시험해본다"고 소개했다.


이들 외에도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남진(80)을 비롯해 태진아(72), 윤복희(79) 등 70∼80대 가수들이 작년 한 해 공연 무대에서 팬들을 만났다.


드라마 '개소리' 배우 이순재

(서울=연합뉴스) 작년 9월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KBS 2TV '개소리' 제작발표회에서 주연배우 이순재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9.24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50~60년 커리어는 기본…'구순 현역' 이순재, '80대 주연' 박근형·손숙


배우 가운데에서는 올해로 망백(望百), 91세를 맞은 이순재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순재는 지난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을 받았다.


KBS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이순재 개인으로서도 1970년 TBC 연기대상 후 처음으로 받는 연기 부문 최고상이다.


그는 대상을 받고서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면서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60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오늘의 결과가 온 거로 알고 있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순재는 자기관리의 화신으로도 꼽힌다.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고, 담배도 연기를 위해 끊었다.


엔지(NG)도 거의 내지 않는다. 그는 작년 토크 프로그램에서 "기억력 회복을 위해 미국 대통령 이름 외우기도 한다"고 했다.


드라마 '수사반장', '전원일기'의 상징적인 배우 최불암(85)도 활동을 재개했다.


2011년부터 쭉 진행해오던 KBS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약 3개월간 자리를 비웠다가, 새해를 맞아 다시 복귀했다.


'국민 어머니' 김혜자(84)도 올해 드라마로 다시 시청자를 만난다.


2022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3년 만에 JTBC 새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으로 복귀하게 됐다.


김혜자

(서울=연합뉴스) 월드비전 김혜자 친선대사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복구를 위한 후원금을 전달했다. 2023.03.09. [월드비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계에서도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80대에도 무대에서 주연으로 서며 긴 공연 일정을 거뜬히 소화하는 배우들이 여럿이다.


지난 7일 개막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는 박근형(85)과 손숙(81)이 주연으로 열연 중이다. 모두 연기 경력 60년이 넘는 대배우들이다.


연극계에서는 90세를 목전에 둔 신구(89)도 빼놓을 수 없다. 1936년생인 신구는 지난해 박근형과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해 지방 공연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 작품엔 박정자(83)도 함께 출연했다. 이들 세 배우는 모두 원캐스트(단일 배우)로 공연을 소화했다.


신구는 당시 간담회에서 무대 동선을 소화하고 많은 대사를 기억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내 힘을 전부 토해낸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연기에 쏟아붓는 열의를 설명했다.


인사말 하는 신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신구가 작년 10월 3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2024대한민국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0.31 ryousanta@yna.co.kr

1941년생 동갑내기 전무송(84)과 이호재(84)도 연극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무송은 지난해 말 '더 파더'에서 딸 전현아와 함께 주연을 맡았고 이호재도 지난해 연극 '퉁소소리'에서 주인공 최척의 노년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했다.


이밖에 정혜선(83)도 올해 4월 초연하는 연극 '분홍립스틱' 출연을 앞두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령대가 있는 스타들도 젊은 세대나 최근 트렌드에 어울리는 활동과 행보를 보인다는 게 중요한 지점"이라며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주 소비층이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경주

[KPGA 투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PGA 최고령 우승 최경주…골프 명예의전당 목표


이들보다는 연배가 한참 아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도 나이를 잊고 필드를 누비는 스타가 있다.


주로 20~30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는 골프계에서 최경주(55)는 여전히 정상급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해 5월 SK텔레콤오픈 연장전에서 자기보다 13살 어린 박상현을 따돌리고 만 54세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5년 매경오픈에서 최상호가 달성한 종전 최고령 우승 기록(50세 4개월)을 4년 가까이 늘렸다.


그는 지난해 7월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시니어오픈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한국인 최초 시니어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기록의 사나이' 최경주는 올해 PGA 정규 투어 대회 500회 출전에 단 2개 대회만을 남겼다.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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